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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의 아내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구판) 10
앙드레 쉐디드 지음, 임선옥 옮김 / 열림원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성경에서 욥의 이야기는 가장 극적인 구성을 띠고 있다. 하나님은 사단과 내기를 하는데 그 대상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욥1:1)' 욥이다. 사단은 욥을 시험하기 위해서 재산과 자식을 빼앗아가고 그래도 욥이 신앙을 지키자 이번에는 욥의 온몸에 악창(惡瘡)이 나게 해 욥을 시험한다. 이 철저한 고난 가운데 욥은 재 속에 앉아 기와조각으로 몸을 긁으면서도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배반하지 않는다. 이런 욥을 향하여 참다못한 그의 아내는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순전(純全)을 굳게 지키느뇨...하나님을 욕(辱)하고 죽으라(욥 2:9)'고 절규한다. 욥기에서 등장하는 욥의 아내는 이 장면의 단 한번 뿐이다.
이집트 출신의 프랑스 여성작가 앙드레 쉐디드(Andree Chedid)는 욥기에 단 한번 등장하는 욥의 아내가 내뱉은 이 단 한 마디의 절규로부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작가는 마음 속으로 질문한다. '욥의 아내는 하나님을 저주하고 남편을 경멸했을까? 그녀는 엄청난 시련 중에도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던 욥에게 이런 신성모독(神聖冒瀆)의 발언을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작가의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욥의 부부는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통해 견디기 힘든 시련을 극복해간다.
욥과 그 아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신앙소설이 아니다.굳이 범주를 나누면 여성 작가가 쓴 아주 짧은 여성주의 소설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단지 성경의 한 장면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을 뿐이다. 작가는 이 모티브를 통해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는 고난에 반응하는 욥 부부의 서로 다른 방식에 주목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이다. 욥이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그의 아내는 저항적이고 감성적이다.성경에 단 한번 등장하는 그녀의 절규도 이런 기질에서 나온 것일뿐, 그녀가 하나님을 배반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작가의 판단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욥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기를 얻는다. 욥 부부의 이 이야기는 결혼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앞뒤로 펼쳐지고 아가서의 말씀은 이들 부부의 사랑의 밀어로 등장한다.제목에서 신앙소설이라는 선입견을 받았던 독자들은 이 이야기가 결코 기독교 소설이 아니라 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생의 기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독교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믿는 부부 간의 깊은 신뢰, 아름다운 사랑과 믿음...특히 부부 간의 이별을 그린 마지막 장면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사랑보다 더 진실한 신앙의 이야기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