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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 ㅣ 따님 환경신서 10
스기타 사토시 지음 / 따님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차량 대수는 1천만 대를 넘어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신동우 화백이 소득 1천 불, 수출 백억 불 시대의 상징을 사람들이 저마다 갖게될 마이카로 그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제 그 꿈이 이루어져 우리나라 삼천리 방방곡곡은 자동차의 엔진소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거리는 주객이 전도(顚倒)되어 자동차가 주인 노릇을 하게 되었고 사람은 자동차를 피해다녀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환경도서 전문출판사인 도서출판 따님은 일본 오비히로 대학교 스기타 사토시 교수의 저서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원제 : 인간에 있어 자동차란 무엇인가)'를 번역 출간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사토시 교수는 인간에게 두가지 속성이 있다고 전제한다. 하나는 자기의 이익을 만족시키며 살려는 경향이고 또 하나는 타인의 이익을 배려하려는 자세인데 자동차는 그 속성상 전자의 경향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일방적인 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마다 자동차로 인해 발생되는 엄청난 수의 인명사고, 대기를 오염시키는 배기가스, 수면방해와 정서불안을 야기시키는 차량소음,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박탈 등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우선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고,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을 제한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보행할 수 있는 도로를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운전자의 자격을 제한해서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자동차의 구조를 개선해서 각종 오염 등 공해요인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얘기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이제는 사람들이 불편함과 친해져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더위와 추위를 무릅쓰고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하는 불편함...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자동차도 문명의 이기(利器)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문명의 발전을 통하여 삶의 편리를 얻게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획득한 편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암암리에 형성된 것이 '편리한 것은 선(善)이고 불편한 것은 악(惡)'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문명사회의 건강함을 해치는 치명적인 독(毒)이다. 이제 현대를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편함과 친해지려는 용기가 요구된다. '더디 가도 제대로 가는 법'에 대한 깊은 묵상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