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유경 지음 / 서해문집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아파트 입구를 나설 때 잠시 동안이지만 잘 자란 한 그루의 라일락(수수꽃다리)은 아름다운 꽃과 진한 향기로 나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꽃도 지고 향도 사라졌지만 라일락은 이제 마알간 초록잎으로 하늘 볕을 가리며 녹음을 드리운다. 키 작은 풀과 작은 벌레들과 사람에게 그만큼의 휴식을 주려는 것이다.

{꽃 진 저 나무...}는 노년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영화와 책에 나타난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저자의 목소리로 한번 걸러서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이렇게 걸러지는 과정에서 잘 숙성되었다. 노년은 이러이러한 것이니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미리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노년에 대해서 그저 한번쯤 생각해보라고 힌트만 던져주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에겐 유난히 동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잘 들린다고 하지 않던가... 노년에 대해서도 나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스쳐지나가던 주변의 노인들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의 노년은 그들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저 멀리 산에 있는 돌 하나에서도 가르침을 발견하지 않던가...

우리 출판계엔 그동안 노년에 대한 가르침만 있었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담론은 빈약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탁월하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노년에 대한 담론을 풍요롭게 할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노년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진다며 우리의 중년과 청년의 삶도 훨씬 풍요로워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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