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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 -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제임스 헤리엇은 평생을 영국 요크셔 마을에서 수의사로 지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항생제가 발달하지 않아 동물의 치료는 대개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수행되었다. 암소한테 장난을 치다 탈골된 양치기 개, 팬티를 삼킨 산양 도로시, 어미에게 버림 받은 새끼양 허버트, 비스킷을 좋아하는 암퇘지 프루던스, 퓨마를 닮은 집고양이 보리스, 덫에 걸린 개 셰터 등은 헤리엇의 기억 속에 새겨진 동물 고객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대개는 제 이름이 있다. 사람들은 가축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처럼 불러주었다. 동물은 사람들의 힘든 노동을 대신해주는 의미 이상의 존재였다. '...나는 너를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걸었고, 너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하지만 너한테 그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었어. 너는 내 몸짓만 보고도 내 속마음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p146)'
수의사 헤리엇에게 두려운 것은 말 못하는 동물들의 고통이다. '..가장 가슴아픈 것은 두려움과 당혹감에 가득 찬 눈,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눈이었다.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을 바라볼 때 가장 견딜 수없는 것이 바로 그 눈이다..(p187)'
이 책엔 동물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낙농업을 위해 '1년 365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젖 짜고 먹이 주고 쇠똥을 치우는(p119)' 농민들의 고달픈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지고, '그 넓은 땅을 온종일 걸어다니다보면 두발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던(p139)' 노동자의 힘든 노동도 담겨져 있다. 그러나 헤리엇에 비친 시골 농부의 모습은 '...깊이 새겨진 주름살, 비바람에 거칠어진 피부, 쾌활하고 평온하게 반짝이는 맑은 눈...(p157)'을 지닌 아름다운 존재다.
제임스 헤리엇은 50세가 된 1966년부터 그가 만난 동물과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글로 적기 시작했다. 그가 소중히 여긴 것은 과학 기술의 효율성이 아니라 사람들과 동물들 사이에 맺어진 아름다운 관계였다. . '..내가 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지만, 내가 젊은 시절에는 특히 이 일이 재미있었다. 항생제는 아예 없었고, 약도 거의 없었다. 암소가 아프면 목구멍으로 약을 흘려 넣느라 진땀을 빼곤 했다. 모두 우스운 일뿐이었다. 지금은 과학이 진보했지만, 옛날만큼 웃을 일은 거의 없다...(p360)”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헤리엇은 문득 충만한 은총을 느끼며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발 밑에서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교회종이 울려 퍼지고 살을 에는 듯한 공기가 콧구멍을 따갑게 찔렀다. 크리스마스의 경이와 신비가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와 나를 감쌌다. 땅에는 평화, 인류에게는 자비를. 전에는 무의미했던 이 말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갑자기 내가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작은 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대러비, 농부들, 짐승들과 내가 처음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졌다...(p148)'
제임스 헤리엇 (James Herriot)은 1916년 영국 잉글랜드의 선더랜드에서 출생하여 수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공군으로 복무한 것을 제외하곤 평생을 요크셔 푸른 초원에서 순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그의 얘기를 글로 적은 책은 모두 4부작으로 정리되어 나왔는데 첫번째 책은 1972년에 나온 이고 두 번 째 책은 , 세 번째 책은 , 그리고 마지막 책은 이다.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이 중 두 번 째 책을 번역한 것이고, 세 번 째 책은 이미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사람과 동물에 관한 헤리엇의 재미있고 감동어린 이야기는 2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0년 동안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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