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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과학이 가치 중립적이라는 다소 어려운 말을 언젠가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과학이 자체로 유리된 학문이면 또 어떻고, 다른 가치에 연계되어있으면 또 어떻겠냐 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머리도 적당히 굵어진 지금에 이르러서도 공식 하나가 더 중요하고, 개념 한 개가 더 급한 터라 과학의 형이상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또한 철저한 이과생이라 철학적 담론에 그다지 힘을 주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책을 읽으니, 책 내용보다는 곁가지로 생각이 옮겨간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랜만에 책 내용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도 엄연히 트렌드란게 있기 마련이다. 요즘의 책들을 보자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의 강의를 옮겨 담는 형식의 책이 부쩍 늘어난 추세다. 물론 이러한 유행은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흥행에 힘입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책 역시 UC버클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곳의 대학교수인 리처드 뮬러의 책이다. 이번에 그가 선보이는 주제는 과학, 그 것도 '10년 후 세계를 움직을 5가지 과학 코드'라는 거창한 주제이다.
책에서 다루는 다섯가지 주제는 각각 '테러리즘',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온난화'이다. 모두들 시의성 가득한 테마들이지만 섣불리 다가가기에는 난이도 면에서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주제들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인 리처드 뮬러는 꽤나 균형잡힌 수준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너무 어려운 공식은 배제하면서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계산들은 적절히 포함시킨다. 물론 이 계산들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책에서 소개되는 계산들은 거의가 저자가 주장하는 바의 근거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가 하고자 하는 말만(친절하게도 이는 장(章)의 서두에 제시되어 있다.) 머리에 계속 담아 둔다면, 크게 발목 잡힐 일은 없을터라.
바로 이전 문단에서 '설명'이 아닌, '주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이 책은 다섯개의 주제에 대한 설명에 더해서 저자의 주장을 더했다. 특히 그의 주장은 다섯가지 주제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푸는 데에서 그 정도가 깊어진다. 저자는 '대통령이라면 꼭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문구를 통해 기존의 편견들이 사실이 아님을 넌지시 강조한다. 하지만 하나의 사안에 대해 우리와 편견과 글쓴이의 주장의 괴리가 꽤나 크다(특히 불편한 진실을 보고 난 후, 이 책의 '온난화'파트를 읽어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고로 저자는 사실을 전해주고자 하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는 더 큰 의문이 생겼다. '지구 온난화는 과연 심각할 것인가?, 핵무기의 파괴력은 과대평가 되어있는가? 방사능의 위력은 평가절상 되어있는가?' 과연 어느게 대체 진실인가?
하나의 과학적 사안에 대해 이다지도 커다란 견해차가 일어난 다는 것에 대해 서두에 언급했던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잠깐만 가져와보자. 정치적 의도던, 해석상의 오류때문이던, 과학의 가치중립성은 점점 더 그 균형을 잃어가는 듯 하다. 이러고 보니, 과연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과학이 진정 믿음직스러운 시료가 되는지 점점 의문이 든다. 과학의 절대성이 점점 의심되는 지경이다.
방사능 폭탄에 의한 공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사람들은 과학자들의 설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p.41
꽤나 무서운 문장이다. 과학자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과학은 다른 세력에 힘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