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로이드 수학 퍼즐 - 마틴 가드너가 들려주는 샘 로이드 수학 퍼즐 시리즈
샘 로이드 지음, 마틴 가드너 엮음, 김옥진 옮김, 오혜정 감수 / 보누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약간은 겉멋이 든 모양새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재미를 느껴왔다. 특히 문제를 관통하고 있는 해법의 실마리가 상당히 간단하고 명쾌할수록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해결을 하게되면 그 자체로의 뿌듯함, 해결하지 못하여도 양질의 문제를 접했다는 만족감. 문제 자체가 참신하기만 한다면, 이런 문제와의 만남 자체에서 큰 기쁨을 느끼던 사람이 - 약간은 이상해 보이시겠지만 - 바로 나였다. 기발한 트릭을 위시한, 거기에 명쾌한 풀이까지 가미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고 머리 지끈할 정도로 꼬아놓은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즉 지적 유희라는 범주로 점철된 수많은 컨텐츠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행복을 느껴왔던 것이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적유희를 표방한 컨텐츠를 많이 쫓아다닌 덕이랄까 탓이랄까, 만족이라는 정신작용을 충족시켜줄 기준은 날로 높아져 갔다. 자주 마주치는 형태의 문제 - 마방진, 짝맞추기, 성냥개비등의 도구를 이용한 간단한 문제 등 - 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멘사 테스트니 아이큐 테스트니 하는 퍼즐집들은 점점 피하게 되었다. 좀 더 참신하고, 독창적인 형식을 가지면서 풀이에 필요한 개념은 지극히 단순한 퍼즐집을 쫓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면 참신함과 응용력을 머금고 있는 양질의 퍼즐집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만난 책이 '수학 악마'라는 책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책장에 꽂혀있었던 이후 잊혀졌던 '수학악마'는 군대시절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해 십여년의 시간을 넘어 나에게 왔다. 하루에 한 문제씩이라도 풀자던 애초의 열정.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딱 덮으면서 걸렸던 시간은 2달 남짓이었다. 고등학교 수학 정규 과정을 무식할정도로 충실했던 나였지만, '수학악마'가 내놓은 문제들은 내게 여태껏 만나왔던 것과는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새로운 미분법을 외우는 것이 아닌 나눗셈을 응용하는 능력, 공간의 방정식을 세우는 것이 아닌 피타고라스 정리를 적절히 적용하는 능력. 바로 응용력이라는 것이다. 각 문제들 모두 자그마한 이야기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 또한 참신함에서 높이 살만했다. 이로써 '수학악마'라는 책은 퍼즐집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내겐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이야기를 담아서 참신함을 잃지않는, 거기에 어렵지 않은 개념을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요하는, 그런 책을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학 악마 이후 이 기준을 뛰어넘는 것은 고사하고 충족시키는 책들도 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꽤나 오랜만에 만난 퍼즐집이다. '샘 로이드 수학퍼즐'. 적당한 이야기들도 배치되어 있고, 각 이야기에 스며든 퍼즐이 요하는 개념 또한 다양하다. 참신성에서는 오랜만에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응용력이야 문제를 모두 접해 보고 답을 확인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풀어낸 문제는 두 손을 쓰면 모두 헤아릴 수 있고, 마지막 문제는 펼쳐보지도 못했다.  '수학악마'를 만난 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성격상 안풀리면 답을 바로 보기 보단 풀릴때까지 놔두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까다로운 퍼즐집 취향을 만족시켜줄 만한 퍼즐집 하나가 왔다. 대충 답만 확인하고 내팽개쳐버리기엔 퍼즐집을 보는 눈이 많이 높아진 연유로, 이번 책 역시 끝까지 곱씹어 볼 참이다. 
 
간만에 짜릿한 지적 유희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고 싶진 않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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