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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정식 ㅣ 살인방정식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보고 싶은 책이 출간 되면 페이지를 꼭 확인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두께가 얇다면 '서점에서 보고 오기'라는 비겁한 작전을 짜기 시작합니다. 책을 사고 싶은데로 사기엔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탓에 시작했던 이 짓이, 지금은 저만의 작은 취미가 되어버렸어요. 시간이 중간에 휑하니 남을 때 혹은 마음이 내킬 때면 서점이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니까요:) '살인방정식'은 무려 두 곳의 서점에 걸쳐서 작전을 수행하는 대장정을 펼쳤습니다.

소설은 한 신흥 종교 교주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한 신흥 종교 교주가 열차에 깔려 죽게 되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 교주의 죽음이 자살인가 타살인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몇개월 후 교주의 남편이 새롭게 교주로 올라섭니다. 허나 그의 행실이 예전 교주와 비교될 만큼 문란하여 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팔과 머리가 잘린 상태로 교주의 시체가 발견 되는 되요. 허나 교주가 종교의식 관계로 집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는 점, 시체가 발견된 건물의 보안 상태, 그리고 우연히 연루된 공안형사까지. 사건은 2중 3중으로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책 소개글 구석구석에서 본격 미스터리 팬인 저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눈에 띱니다. 일단 아야츠지 유키토라는 반가운 이름. 전작 미로관의 살인에 대만족한 후 인지라 당연히 이번 책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구요. 한가지 더 있습니다.
『주인공 형사 아스카이 교의 수사 노트를 챕터가 끝날 때마다 보여준다. 실제 형사의 노트처럼 정확한 그 날의 상황, 용의자들의 신상명세와 취조 내용, 아스카이 자신의 추리 등이 담겨 있다. 읽는 이는 자신도 모르게 수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보통 독자에게 추리의 여지를 열어두는 추리소설의 경우, 소설 속에서 제시된 내용 안에서 모든 해결의 실마리가 있습니다. 즉, 탐정과 독자가 공평해진 셈이지요.
이 책에서는 거기에 독자들을 배려하여 한 장(章)이 끝날 때마다 '아스카이 형사의 노트'를 삽입하여 사건에 관한 정보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줍니다. 독자들을 위해 사건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주는 배려를 해줌으로써 오히려 탐정이 불공평함을 느낄 지경입니다.
"기대한 만큼 얻어갔니?" 하고 책을 읽은 후 물어봅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았지"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일단 제 기대의 요점이었던 트릭은 기발한 편입니다. 허나 그 참신함에 대한 만족보다는 오히려 두가지 정도의 불만이 먼저 들었어요. 일단 이기적인 불만 하나. 과연 실현 가능한 트릭일까? 추리소설이란 장르의 성격 자체가 트릭의 현실성을 따지는 설명문이 아닌, 트릭 자체의 참신함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려는 허구이므로 굳이 현실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첫번째 불만은 말 그대로 제 욕심이었구요.- 이왕이면 실현 가능한게 좋잖아요 - 그럼 다른 불만. 트릭의 핵심이 잘 설정되었는가? 작가가 공들여 설명한 트릭의 핵심이 과연 그만큼의 페이지를 할애해야 하는 부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같아 이 정도만 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재미를 찾았는가? 일단 소설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생각 외로 매력적이었어요. 약한 비위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찰이 되어버린 동생, 한가지 일에 푹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의 형. 이 두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은근히 재미납니다. 탐정 하나가 사건 현장에서 시체와 조우하고, 단서를 채취하고, 용의자를 좁히는 (덤으로 약간의 추격전을 섞는) 본격물의 상투적인 사건 해결부보다는 훨씬 활력있고 다채롭습니다. 또한 사건 초반에 벌여놓은 각종 복선들을 결말부에 잘 정리해서 빈틈없이 소설을 끝내는, 완결성도 좋아요.
트릭 자체만 기대했다가 오히려 제3의 요인에 매료되는 의외의 결과. 그래도 만족의 합계는 동치를 이뤘으니 흡족합니다 :D
아참, 이번 만큼은 정말로 탐정과 한판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마세요. 여태껏 그래왔던 것 이상으로 힘드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