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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2.0 ㅣ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줄로 말하자면
자신들의 트릭을 위해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는 5인의 인물. 이들의 트릭과 그 해답을 파헤쳐가는 본격미스터리 장편소설.
줄거리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보다 완벽한 문제 출제로 다른 참가자보다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트릭에 대한 단순한 로망을 재현하기 위해서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기를 앞세워 사람을 죽이고는, 각자의 범행을 문제로 만드는 5인의 인물. 그들의 만남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며, 출제자는 정답을 요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간단한 몇줄 평
'트릭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라는 다소 반인륜적인 발상에서 출발한 소설은 도의적인 면은 제외하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서만 본다면 가히 최고라고 느껴진다. 출제자가 범인임이 확실한 상황인 만큼 출제된 문제의 유형도, 뒤통수를 후려칠것 같은 반전도 한계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단지 기우였을 뿐이었다.작가는 소설속 여러 요소요소를 기발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깜짝 놀랄만한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밀실살인사건-왕수비차잡기를 읽지 않으신 분은 먼저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읽고나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 읽으신 분은 위의 정보 정도만 참고하세요!!)
소설을 관통하는 테마는 간단합니다. '누구도 못 풀 만한 추리 문제를 직접 만들어 낼테니 풀테면 풀어봐라!!!'
이 말은 문제를 위해서라면 직접 사람까지도 죽이겠다는 다소 불편한 사실까지도 내포하고 있고 실제 소설속의 인물들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혹시 모르고 봤다가 "이런 파렴치한 생각을 어떻게..."하는 독자도 있을까봐 책 표지 뒷면에도 친절하게 테마를 적어두었습니다.
즉 이 소설은 '도의적으로 불건전한 부분은 포함되어 있으니 알아서 하시오'라고 사전에 예고를 해둡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읽었습니다.
다소 간단해 보이는 책의 내용. 즉 문제를 풀고 이를 맞추는 내용. 챕터가 6개 있고, 각 챕터당 1문제가 출제되고 정답이 제시되는 그런 내용입니다. 허나 이 문제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트릭들은 묵직합니다. 마치 소설 속에서 문제 출제를 위해 고뇌한 출제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듯 합니다. 왜냐하면 트릭 하나하나가 참신하고 기발하기 때문입니다. 출제자가 범인임이 확실한 상황인 만큼 그들의 출제 범위는 좁아집니다. 또한 작가가 문제를 통해 독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듭니다. 보통 반전이나 터닝포인트같은 소설의 요소들은 범인의 의외성에서 많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 만만히 볼 책이 아닙니다. 이런 불안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든 기가막힌 트릭들이 선사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범죄에서 위장공작을 시행하려고 한다면 그 목적은 세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좁은 의미로는 경찰에게 의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중략......이건 게임이야.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지. 게임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라면 일반 사회에서는 필연성이 없는 행동도 할 수 있어. 사람 하나를 죽이기 위해 10미터짜리 함정을 판다든가, 도금 공장에 취직한다든가. - p.290
위에서와 같이, 보통의 추리소설 역시 경찰이나 탐정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트릭이 시행된다라고 하면 이 소설은 독자, 그리고 소설속의 문제를 맞추는 사람들을 위해 트릭이 제작됩니다. 그렇게 때문에 다른 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예컨데 시체의 내부에 숨어 있다던가, 자신의 자살을 통해 트릭을 완성시킨다던가 하는) 비현실적인 트릭이 가능한 것입니다. 범인의 의외성이라는 요소를 버리는 대신에, 트릭의 비현실성이라는 요소를 취해 우리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 한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실 범인의 의외성이라는 요소도 버리지 않았단 것입니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이용해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범인의 반전을 만들어 내었으니 말입니다.
재미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저는 큰 만족을 느꼈습니다. 간만에 뿌듯했던 지적 유희의 향연이었습니다.
리얼 살인 게임이라는 도덕적으로 저촉되는 부분은 이미 경고를 한만큼, 이를 감내하고 읽어본 감상은
"오랜만에 생각 없이 재밌는 책 한권 읽었네!" 이었습니다.
< 덧붙이는 말>
제 친구는 2권의 트릭들이 1권을 고스란히 따라한거 같다고 불평을 해댑니다.
저도 약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이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