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입니다. 평화로운 추리소설 [자백] - 노나미 아사

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한줄로 말하자면.

추리소설치고는 오랜만에 담백한 4가지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

 

줄거리

<낡은 부채> 난생 처음보는 남자에게 살인을 제안하는 아줌마. 그 사연은?
<돈부리 수사> 복부에 칼이 찔린채 발견된 한 택시기사의 주검. 수사 결과로 드러난 용의자는 한 외국인이었는데...
<다시 만날 그날까지> 수백건의 상습도난사건을 저지르고 다니는 한 커플.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도몬. 심지어 이들 사이에는 아기가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는데...
<아메리카 연못> '아메리카 연못'이라고 불리는 계곡에서 발견된 전라의 여성 사체.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류품인 목걸이에서부터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그리고 각각의 사건들과 맞물려 그려지는 두가지 면모의 도몬의 이야기; 냉철한 형사, 도몬. 그리고 평범한 두딸의 아버지, 도몬.

 

그리고 읽고 나서.(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요즘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책 읽는 건 워낙 좋아하는지라 조금씩 틈을 내서라도 읽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추리소설은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기도해서, 마음에 두었던 책들은 꼭꼭 찾아다닙니다.
기발한 소재나 트릭, 흡입력있는 빠른 전개등등은 다른 문학적인 점들은 차치하고, 일단 독서를 매우 재밌게 만들어줍니다.

 허나, 요즘 소설들도 많이 여유가 없나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다채롭다기 못해 산만하기까지한 트릭들도 즐비하고요.
"더 많은 메세지를 심어줘야지"하는 생각도 많은가 봅니다. 부쩍 소설들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소설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어찌갔는지 모릅니다. 뇌를 번쩍번쩍 자극시킵니다.
노파심에 한마디 붙이자면
물론 이런 점들이 싫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습니다. 재밌거든요ㅋㅋ

 단지 요새 제가,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제 손에 들어온 책이 바로 노나미 아사의 <자백>입니다.
읽으신 분 중에는 약간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으실 수도 있겠네요.
사건이 긴장감 넘친다거나 특출난 발상으로 지적인 충격을 던져준다거나 하진 않거든요.
오히려 이녀석은 추리소설인 주제에 평화롭습니다.
각각의 사건들은 무척이나 단출해서 '그래. 사람들이 요새 추리소설처럼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트릭을 항상 준비하거나, 뜻밖의 반전을 하나씩 숨기고 다니겠어? 오히려 이런 사건들이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이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이사이를 채워넣는 주인공 도몬의 개인사, 심문방법등도 이런 평화에 일조하는 듯 합니다.
배가 너무 고파 배를 훔쳐먹기나 하는 형사.
친구 아들을 구하려다 오히려 자기 발만 뚝 부러뜨린 심문의 달인.
너무 인간적이지 않나요?ㅋㅋ
뭔가 정신적으로 복잡했던 저에겐 오랜만에 가볍게 읽고 갈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자 이제 마음으론 조금 차분해 졌고
다시 휘몰아치는 긴장감의 일본소설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쓸데없는 덧붙임>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파스텔톤의 천들을 콜라주기법으로 얼기설기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중 1,2순위에는 표지탓도 있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