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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습니다.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열일곱살짜리 소녀를 강간살해하고, 그 어머니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죽인 사형수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한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입밖에 내지 못하도록 압박당해, 응어리를 진 채 살아오면서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한 30대 여성이 그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형수를 교화하게 된 주인공 여성과 사형수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가진 상처를 만져주고, 각자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늘 살얼음판 같은 공포의 아침을 맞던 어느 날,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제목만 보고는 내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면 왠지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을 것 같은 막연한 추측을 했었는데...
조금은 낯선 이야기를 다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생소함 만큼이나 새로운 감동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이야기 전개가 조금 특이합니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사형수가 작성한 일기가 조금씩 소개되는데, 소설을 읽는 흥미를 더해주는 구조인 듯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먼 관심밖의 이야기였던 '사형제'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김영삼 정부 때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23명을 사형하면서 몇 십년만에 최대 규모로 사형을 집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공지영 작가는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길 택시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이 뉴스를 들었다고 후기에 소개합니다. 당시 뉴스를 들었을 때의 뭔지 뭐를 울컥함과 분노, 회한의 감정들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하시네요.
우리는 저마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더 행복한 삶을 꿈꾸고 더 행복한 삶에 집중하느라 종종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그냥 흘려버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릴 줄 모르는 사람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갑자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저도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나갈 것을 안다면, 언젠가는 추억이 될 거라는 걸 안다면, 삶의 매 순간순간들을 좀 더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작가는 우리가 지금 각자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어쩌면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