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들어가기 수업 전에 우리가 관찰한 미스터 캐리의 수업은다소 산만했습니다. 아이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교사이기에 늘 즐거운소통이 일어나는 수업이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와 날카로운 질문이 생성되는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으로 들어가기 수업을 하면서 그는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학생을 테스트하는 질문이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유도하고 안내하는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경우그것은 교사로부터 나온 질문이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생성된 질문이었습니다.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아니라, 자료의 검토와 분석을 통해서만 제대로 응답할 수 있는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역사가들의 질문이었습니다.
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은 학교를 새롭게바꾸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진술입니다. 아무리 시대에 앞서 나가는 교육과정을 개발해도, 아무리 알찬 교과서를 제작해도, 아무리 신묘한 테스트를 투입해도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이 없다면 말짱 헛물입니다. 사실, 교과서나 시험 같은 것으로 학교를 바꾸어 보겠다는 것은 아주 값싸고 쉬운 발상입니다. 수십 명의 대학교수들과 베테랑 현장 교사들이 한 달 두 달 밤낮 없이 고생하면서 교과서를 만들고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일은 단 몇 억, 몇십 억이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한 명의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년 이상의 교사 양성 훈련과 적어도 몇 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요구됩니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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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노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 P9

어떤 날들, 어떤 광경들이 조용히 그를 되살아나게 했다. 예전의 쓰라림은 없었다. 그것이 아마도 사람들을 사랑한 대가이리라. 어느 화창한 날 세인트 제임스파크 한가운데서 그들 생각이 난다ㅡ정말로 그들은 그랬다.
하지만 피터는 - 아무리 날이, 나무들과 풀들이, 그리고 핑크색옷을 입은 작은 소녀가 아름다울지라도 - 피터는 그 모든 것 중에 어느 하나도 결코 보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보라고 하면, 그는안경을 쓰리라, 그리곤 바라보겠지.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세상모습이었다. 바그너, 포프의 시, 언제나 사람들의 성격들 그리고그녀의 영혼의 결점들. - P15

그렇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까, 본드 거리를 향해 걸어가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필연적으로 완전히 죽는다는 것이 문제가 될까. 그녀 없이도 이모든 것들이 틀림없이 계속될 것이었다. 그녀가 그 사실에 분개하나? 오히려 죽음이 완전히 끝을 낸다고 믿는 것이 위로가 되지않을까? 그러나 런던의 거리에서, 사물이 밀리고 미는 흐름 속, 여기, 저기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는 살아남고, 피터도 살아남아, 서로서로의 존재 속에서 살리라. 그녀가 집에 있는 나무들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비록 추하고, 온통 잡동사니마냥 짜임새가 없었지만 저기 있는 집의 일부가 되리라, 그녀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의 일부가 되리라,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 안개처럼 펼쳐지리라, 그러면 나무들이 안개를 들어올리는 것을 그녀가 본 것처럼, 나무들은 그녀를 가지 위에 올려놓으리라. 그래도 그녀의 삶, 그녀 자신은 아주 멀리 퍼져 나가리라. - P17

잎들이 어수선한 숲 깊은 곳, 영혼 속에서 가지가 지끈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발굽들이 꽂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다. 언제고 아주 만족스럽거나, 아주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라도 괴물이, 이 미워하는 마음이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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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잘 봐서 성적을 올리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리터러시의 효용 가치를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성 시대의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글자를 깨치고 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으로삶을 배우고 앎을 다집니다. 그들은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위해서 ‘읽기와 쓰기‘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수행합니다. 능동적으로 텍스트를 탐색하고, 그것으로 세상을 읽고 쓰면서 당면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중대한 사회적 숙의 과정에 참여하며, 첨예한 토론의 과정에 기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자발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천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들being literate‘이 되어 갑니다. - P34

읽지 않았지만읽었다는 착각리터러시는 한글 깨치기가 아닙니다. 리터러시는 우리의두뇌와 지력이 다차원적,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아주 정교한 ‘인지cognition‘ 활동입니다! 인지가 작동하지 않는 인간 활동은 불가능하기에 인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 활동의 정수인 리터러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읽고 쓰는 일은 기호들을 취급하는 행위이자 삶과 생각들을 취급하는과정이며, 자신과 타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들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인지는 언제나 특정한 일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작동하며, 이렇게 맥락화된 인지의 작동 양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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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육아 - 부족하지만 온 힘을 다한 보통 엄마의 육아 에세이
강나영 지음 / 폭스코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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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이=행복' 이라는 공식은 나에게 전혀 맞지 않았다. 남들 보기엔 당연할지 몰라도, 엄마로 산다는 건 나에게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낯선 삶이었다. 키우는 건 또 어떻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인성의 바닥이 어디까지인가 매일매일 시험 받는 느낌이다. 


이 책은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워내는 과정이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담겨 있다. 이제 우리 아이는 훌쩍 커버렸지만, 책을 읽는 동안 옛 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면서 다시 추억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또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다시 마주하면서 아이와 나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아이와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이 책의 핵심 비법 소스이다.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또 뭉클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듯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책 속의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잘 해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라고 토닥이고 싶었다. 그리고 또 나 자신과 우리 아이에게도 그렇게 토닥이고 싶어졌다.


아이를 막 낳은 엄마, 낳아서 키우고 있는 엄마, 이미 다 자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등,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잘 해왔다고, 나의 최선을 믿어도 좋다고.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사회로부터 느낀 그 정서적인 간극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육아를 하면서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누구를 만다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는 엄마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해 보였겠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무척 낯선 일이었다.

- P12

출산 후 이렇게 많은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한테도 듣지 못했다. 내가 유난한 걸까, 아니면 누구나 그런데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 걸까. (중략) 어쨌든 지금은 버텨야 한다. 모 소아정신과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러다보면 아이는 클 것이다. - P20

나는 이제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늘 어딘가 부족하단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저 최선이란 단어의 뜻을 듣고 났을 때 이게 내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감동까진 어림도 없지만 내 노력을 생각해볼 때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해 보이겠지만 나 자신에겐 최선이었구나, 인정하게 됐다. 비로소.
그리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결국 인생이란 건 나에게 어떤 인생이었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나의 최선을 믿게 되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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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K가 사는 법 -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김택규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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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인북스에서 '중국어 번역가' 책이 새로 나왔다.

중국어 번역가의 삶을 단순히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했는데,

번역출판 기획자로서의 노하우도 들어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읽고 싶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서평 이벤트에 참여했고,

운이 좋게도 따끈따끈한 신간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의 저자이자 중국어 번역가인 김택규 님이 <이혼지침서>를 번역한 분이라니!

<이혼지침서>는 내가 한국에서 구입한 첫 중국 소설이다.

십여 년 전, 중국의 최신 문학 작품을 우리나라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찬 마음으로 구입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푸른숲에서 나온 <아Q정전>과 글항아리의 <이중톈 중국사>도 이 분의 손을 거쳤다니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이 책은 김택규 번역가가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쪽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이 담긴 책이다.

그런데 무언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읽을 수록 출판번역과 기획 모두 점점 더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우선 중국어는 번역만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기획까지 하자니 아무런 인맥이나 꽌시도 없는 맨바닥에서 가능할까 싶었다.

게다가 다른 언어에 비해 중국어는 번역 가성비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중국어 번역은 매력적이다.

글자 하나에 여러가지 뜻을 갖고 있는 중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번역을 한다기보다 나의 언어를 가미하여 우리말로 풀어내는 재미가 있다.

김택규 님은 스스로를 생계형 번역가라고 했지만,

아마 누구보다도 이 일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넘겨짚어 본다.

'번역가'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항상 먼저 꼽힌다.

하지만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배경지식과 섬세한 뉘앙스'가 잘 드러난 세련된 문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 중국에서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 외에도 웹툰, 웹드라마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계 번역이 아니라,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온 양질의 작품이 훨씬 더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나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다.

앞으로 책도 더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쓰고,

또 독서모임에서 발제와 토론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게 해봐야겠다.

김택규 님의 또 다른 책 <번역가가 되는 법>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사실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기보다는 모국어 전문가이며 나아가 어느정도는 ‘문장가‘라고 할 수 있다. - P7

발제와 독서와 토론이 잘 어우러진 독서 모임만큼 행복하고 매력적인 만남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번역도 근본적으로는 인류의 그런 지적 만남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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