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작은 화분에 담긴 더 작은 식물 하나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몇몇은 죽었고, 몇몇은 아직 내 곁에 남았다.
내 기억 속의 식물들은 대부분 그렇게 내 생의 기록과 같다. 하나의 식물 속에는 그 식물을 데려올 때의 마음과 데려오려고 마음먹게 한 어떤 사연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키우는 모든 식물들은 대부분 어느 날의 내 마음들이다. - P6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나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천천히 오래 중얼거리면서 물을 준다. 그러면 거짓말처럼세상에서 나의 쓸모가 조금 생겨난다. 그래도 내가 무엇에겐가 하나쯤은 쓸모가 있구나. 내가 누군가에게는 이런 걸 줄 수 있구나 싶어서 훨씬 덜 슬퍼진다. 그게 나와식물의 동거 방식인 셈이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