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중략) 삶이 부패하고 악취를 풍기며 썩은 분토로 변한다. 죽음이 쓰라리게 뒹구는 자리에 또 삶의 씨앗이 싹튼다. - P13
소년의 차분함. 그렇게 찬찬히 말하고 움직이는 사람을카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너무나 확고하면서도 편안한 행동거지였다. 그냥 근처에만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뭉쳐 있던 카야의 응어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 P63
……그녀는 암울한 늪의 호수로 갔네 그곳에서 밤새도록 반딧불이 등불을 벗삼아 하얀 카누를 저었지
머지않아 나는 그녀의 반딧불이 등불을 볼 테고 그녀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테고 우리 삶은 길고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 - P66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보트를 써도 좋으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카야가 대가를 바라고 요리하고 청소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왠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카야는 가족처럼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게 좋았다. 누군가와 말하고 싶다는 갈망이 절박해졌다. - P73
마분지 조각에 핀으로 곤충들을 고정하고 깃털은 안쪽 침실 벽에 붙여 보드랍고 하늘하늘한 콜라주를 만들었다. 한참 후에는 포치 잠자리에누워 소나무 숲 소리를 들었다. 눈을 감았다가 문득 커다랗게 떴다. 아버지가 틀림없이 ‘아가‘라고 불렀다. - P79
테이트는 차분하게, 얼굴을 환히 밝히며 웃었다. 하지만 카야의 마음이 철렁했던 건 그의 눈 때문이었다. 황금빛 도는 갈색에 녹색 반점이 점점이 흩뿌려진 두 눈이 올챙이를 포착한 왜가리처럼 카야에게 못 박혀 있었다. - P124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아." 카야가 말했다. "아."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테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문장이라서 그래. 모든 단어가 그렇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건 아니거든." - P131
카야는 밤에 식탁에 앉아 등불을 켜놓고 복습을 했다. 부드러운 불빛이 창밖으로 배어나와 참나무의 낮은 가지들을 어루만졌다. 세심하게 단어를 쓰고 말하고 쓰고 말했다. 테이트가 긴 단어는 짧은단어를 쭉 붙여놓은 것일 뿐이니까 겁낼 것 없다고 했다. 카야는 두려움없이 sat앉았다 외우고 곧장 Pleistocene 홍적세 익혔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읽기만큼 즐거운 건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테이트가자기처럼 가난한 백인 쓰레기한테 왜 글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왜 어여쁜 깃털을 들고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알수 없었다. 카야는 묻지 않았다. 괜히 물어봤다 테이트가 생각이 많아져서 떠나버릴까봐서. - P132
가끔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제이크는 학업을 마치고 모두를 위해 더나은 삶을 영위하는 꿈을 꾸곤 했지만, 참호의 그림자는 그의 마음속에영영 걷히지 않았다. 한때 자신만만하고 핸섬하고 늘씬했던 제이크는이제 초라하게 전락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 술을 마셨다. 습지에서 싸움판을 벌이고 술을 마시고 욕을 퍼붓는 도망자들과 어울리는 건, 이제까지 제이크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쉬웠다. - P137
"그래, 저기 어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 가서 꼭꼭 숨어야겠네. 누군지 몰라도 카야를 데리고 가서 키워야 되는 사람들 참 안됐다." 테이트가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 P139
분홍과 회색 닻을 올린 작은 배를 타고 파도를 가르고 멀리, 저 멀리 나아갔어요
카야는 웃으며 말했다. "리듬이 해변을 때리는 파도 소리 같네." - P144
카야는 제임스 라이트의 시를 펼쳤다.
불현듯 길을 잃고 추워져서 마당이 벌거벗고 누워있다는 걸 알았네 손을 뻗어 어루만지고 꼭 품에 안고 싶었지 내 아이, 말을 하는 내 아이. 웃거나 순하거나 제멋대로인 내 아이……. 나무들도 태양도 사라지고 모든 게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네 내 아들의 어머니가 집 안에서 노래하며 우리 저녁 식사를 따끈하게 준비해두고 우리를 사랑했지, 하느님 말고는 그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하네너른 땅이 그렇게 어두워졌네
그리고 골웨이 키널Galway Kinnel의 시도 있었다.
마음은 함께 있었단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부드러운 말씨로 생각했던 모든 말을 했단다. 그런데 지금은……… 다 끝나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할 수밖에 없구나 마지막에는 삶을 더욱더 갈구하는 그 충동에 연민밖에 느낄 수 없었다 ・・・ 안녕 - P144
어쩐지 두 사람의 어깨 사이 공간이 변한 것 같았다. 테이트도 느꼈을까.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어깨가 살짝 스칠 정도까지만 닿을 때까지만. 혹시 테이트가 눈치챌까. 바로 그때 한 줄기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쳐 수천 장의 노란 시카모어낙엽이 생명줄을 놓치고 온 하늘에 흐드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의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풍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 - P155
아 어스름 내린 호수를 내 사랑하는 이의 하얀 카누를 언제 볼 수 있을까? - P164
"고마워, 카야 이건 나한테 없는 거야." 카야의 크리스마스는 이제 완벽해졌다. "자,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그런 드레스를 입고 얼마나 추웠을 거야." - P166
다음 날 카야는 해변을 다시 찾았다. 같은 조수, 다른 시간,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시끄러운 삑삑도요와 물살을 타는 농게들이 다였다. 억지로라도 그 바닷가는 피하고 습지에서만 새 둥지와 깃털을 찾으려했다. 안전하게 몸을 사리고, 갈매기 먹이를 주고, 삶을 살아가며 보관할수 있는 크기로 감정을 잘게 자르는 데는 도가 텄다. 하지만 외로움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카야는 그다음 날에도 그 바닷가로 돌아가 체이스를 찾았다. 그리고 또 그다음 날도. - P189
체이스와 함께 있으면 무방비로 노출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생선처럼 살을 발라내려는 양 적나라한 수치심이 일렁이며 차올랐다.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방 안을 돌아다니는 체이스의 일거수일투족과 삐걱거리는 마룻널의 익숙한 소리를 날카롭게 의식해야 했다. - P211
카야는 체이스를 생각해서 웃어주었다.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인데도곁에 누군가를 두기 위해 자신의 한조각을 포기했다. - P221
"대부분 별은 너무 멀리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지? 우리가 보는 건 별의 빛 뿐인데, 개디에 의해 굴잘되거든. 당연히 별들은 정지해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빨리 움직이고 있지만." 카야는 별뿐 아니라 시간도 고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시간은 행성과 태양을 두고 속도를내거나 휘어지고, 골짜기와 산에서 서로 다르며, 공간과 같은 결인데 이 시공간의 결은 바다처럼 휘어지고 부푼다. 행성이나 사과 같은 사물이추락하거나 궤도를 도는 건 중력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질량이 높은 사물이 창출하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시공의 주름으로 마치 연못에 잔물결을 일으키듯ㅡ직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야는 이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P231
카야는 그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주의 다른 모든 사물처럼 우리도 질량이 더 높은쪽으로 굴러가기 마련이지.‘ - P232
카야는 자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카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 P247
재갈매기 부리의 붉은 반점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 새끼들이 부리의그 붉은 점을 콕콕 쪼아야만 부모가 잡아온 먹이를 내어준다. 붉은 반점이 더러워지거나 안 보여서 새끼들이 쪼지 못하면 부모는 밥을 주지 않고 새끼를 죽게 내버려둔다. 자연에서도 부모 노릇은 생각보다 애매한일이다. 잠시 앉아 있다가 카야가 말했다. "난 그때가 잘 생각나지 않아." "네가 운이 좋은 거야.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마." 남매는 조용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무 기억도 하지 않으려 하면서. - P299
일몰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석양은 굴절되고 반사되지만 결코 참되지 않다 어스름은 위장이라 발자취를 덮고 거짓말을 덮는다
어스름의 기만을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찬란한 색채를 보며 지평 아래로 해가 저물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급기야 쓰라린 화상을 보고야 만다.
일몰은 위장한 채 진실을 덮고 거짓을 덮는다
A.H. - P309
집으로 오는 길에 카야는 모터를 끄고 표류했다.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배낭에 몸을 기대고 하늘을 바라보며 가끔 그러듯 시를 외웠다. 제일 좋아하는 시 중 존 메이스필드John Masefield의 「바다 열병」이었다.
・・・・・・ 내가 청하는 건 그저 하얀 구름이 날아다니는 바람 많은 날, 흩뿌려진 물안개와 부푼 물거품, 울부짖는 갈매기뿐.
카야는 덜 알려진 시인 어맨다 해밀턴의 시를 기억해냈다. 피글리 위글리에서 산 지역신문에 최근 시가 게재된 신인이었다.
덫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사랑은 우리에 갇힌 짐승, 제 살을 갉아먹는다
사랑은 자유롭게 배회하다가 선택한 해변에 상륙해 숨을 쉬어야만 하는데 - P192
수컷 사마귀가 포니처럼 허세를 떨며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왔다 갔다 하며 구애를 했다. 암컷은 흥미를 보이며, 촉수를 마술지팡이처럼 마구 흔들었다. 수컷의 포옹이 힘찼는지 부드러웠는지 카야는 알 수없었지만, 수컷이 생식기로 암컷의 알을 수정시키려 이리저리 찌르는 사이 암컷은 길고 우아한 목을 돌려 수컷의 머리를 물어뜯어버렸다. 쑤시고 박느라 바빠서 수컷은 눈치채지 못했다. 수컷이제 볼일을 보는 사이머리가 뜯겨지고 목만 남은 자리가 흔들렸고, 암컷은 수컷의 흉부를 갉아 먹더니 날개까지 씹어먹어버렸다. 마침내 수컷의 마지막 앞다리가 암컷의 입안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도 머리 없고 심장 없는 하체는 완벽하게 리듬에 맞춰 교했다. 암컷 반딧불은 허위 신호를 보내 낯선 수컷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다. 암컷 곤충들은 연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40
현미경 빛이 카야의 검은 홍채에 반사되고, 마디그라 축제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주인공들이 발끝으로 돌며 춤을 추듯 나타나자 카야는 숨을 헉 들이마셨다. 생명을 뜨겁게 갈구하는 몸뚱어리를 상상할 수도 없이 아름다운 헤드드레스가 휘감고 있었다. 생물들은 한 방울 물이 아니라 서커스 천막 안에 있는것처럼 신나게 놀이판을 벌이고 있었다. 카야는 손을 심장에 갖다대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물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카야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 P346
‘생명의 맥박을 느끼는 거야.‘ 테이트는 생각했다. ‘카야와 지구 사이에아무런 장막이 없기 때문이야.‘ - P347
카야는 한 발 한발 다리를 옮겨 휘몰아치는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파도 아래 깊이 가라앉으면, 연푸른 바다에 풀린 검은 수채물감처럼 머리카락이 떠오르고, 긴 손가락과 팔이 후광을 받아 빛나는 수면을 향해 치켜들겠지. 탈출의 꿈은, 심지어 죽음이라 해도, 언제나 빛을향해 떠올랐다. 마침내 카야의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시커먼 침묵 속에 가만히 자리 잡으면, 그제야 저 멀리 대롱대롱 걸려 찬란히 빛나는 평화의 포상이 손에 잡히겠지. 안전할 것이다. ‘죽을 때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 P352
심장을 싹싹쓸고 사랑을 잘 치워두네 다시는 쓰고 싶어질 일이 없으리 영원토록 - P371
절대로 심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정신이 생각해낼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 심장은 느끼고 또 명령하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시련을 헤쳐나갈 기나긴 길을 당신이 선택했음을어떻게 설명할까 - P386
사람들은 풀을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는다. 깎거나 밟거나 제초제를 뿌려 없앨 생각만 한다. 카야는 녹색보다 검정에 가까운 색으로 캔버스를 가로질러 미친 듯 붓을 놀렸다. 어두운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폭풍의 눈 아래 죽어가는 초원일까. 알아보기 어려웠다. - P435
"카야, 날 사랑해? 한 번도 나한테 그 말을 한 적이 없어." "언제나 사랑했어. 어렸을 때부터, 심지어 내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이미 사랑했어." 카야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나를 봐."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망설였다. "카야,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은 이제 끝났다는 걸 내가 확실히 알아야겠어. 네가 나를 두려움 없이 사랑할 거라는 걸 알아야겠어." 그녀는 얼굴을 들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고, 숲을 지나 무성한 참나무사이로, 깃털이 깔린 장소로 그를 이끌었다. - P442
그리고 점핑의 기억을 되살리며 해변을 이리저리 배회하는데, 엄마 성각이 제멋대로 심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다시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로돌아간 것처럼, 엄마가 낡은 악어가죽 구두를 신고 힘겹게 깊은 바퀴자국을 밟고 흙길을 걷는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길 끝에서 발길을 멈추고 돌아봐주었다. 손을 높이 치켜들고작별인사를 했다. 카야를 보고 웃어주고, 다시 길 위로 올라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디어, 괜찮았다. 눈물도 비난도 없이 카야는 속삭였다. "안녕, 엄마" - P446
카야는 조수간만처럼 확실한 이런 자연적 과정의 일환으로 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만큼 이 지구라는 별과 그 속의 생명체들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흙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대지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 P448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라 - P449
밀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파도가 발 위로 솟아올랐다 수백 개의조개껍데기를 끌고 바다로 돌아갔다. 카야는 이 땅과 이 물의 생명체였다. 이제 그 땅과 물이 카야를 다시 받아줄 것이다. 그녀의 비밀을 깊이묻어줄 것이다. - P454
밤이 내리자 테이트는 다시 판잣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호소에 다다랐을 때는 높은 캐노피 밑에서 발길을 멈추고 습지의 어두운 비원으로손짓해 부르는 수백 마리의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깊은 곳,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으로. - P455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카야가 느끼는 쓰라린 외로움의 정서는 현대의 독자들에게굉장한 호소력을 갖는다. 습지의 판잣집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분투하지않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는 각자 빌딩 숲이란 정글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하루하루 ‘외롭다‘ 타인을 믿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란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카야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받고 또사랑을 주었다 배반당하며 대자연의 동물처럼 혼자 서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비로소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깨우친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카야의 ‘외로움‘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이다. 델리아 오언스는 외로움이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인간은 외로워서는 안 되는 존재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급을 부당하게 격리하는 차별과 편견이 문제가 된다. 카야의 고립은 사회적 정치적 불의의 소산이다. 그러니 부모형제에게 버림받은 늪지 쓰레기를 불쌍하게 여기고 거둬준 어른들이 ‘깜둥이‘뿐인 것도 당연하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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