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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ㅣ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평점 :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스스로 그것도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대답은 점점 애매모호해지고 어떻게 보면 더 이상 나 자신을 알고 있는 거 같지 않다.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의 보물을 발견하는 일이라는데, 놓치고 살아가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았다. <지금 시작하는 자화상>을 통해 일상 속 보물을 발견해보려 한다.

저자는 2011년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하였고, '지금 시작하는 시리즈'를 통해 '드로잉-여행 스케치-동물 드로잉' 이렇게 3가지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저자는 마지막 이야기인 '자화상'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대상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그 시간 동안 대상을 생각하는 일과 같다고 한다. 누군가나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며 그리는 시간이 많았어도 나 자신을 그려보는 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리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온 세월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보고 느껴보고 또 스스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게 자화상의 묘미일 것이다.
드로잉 에세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저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흥미진진하게 공감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더 좋았던 것은 저자의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 고전 작가들의 황홀한 명화, 인물화 연습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소감 등 그림에 대한 지식을 편안하고도 감성적으로 쌓을 수 있었다. 읽어갈수록 나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한지, 과연 나는 누구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종이와 연필 그리고 거울을 꺼내어 흐릿하게나마 자화상을 그려보기도 했다. 다른 부분보다 눈 부분을 그릴 때 혼자 있는 공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은 고요함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동안 살아왔던 순간들이 아득하게나마 펼쳐지고 있었다. 완성해갈수록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나친 배려에 지친 나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졌기에 이젠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약간의 기술만 배우고 익힌다면 누구나 다 멋진 드로잉을 경험할 수 있다. 자화상을 그리는 일이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며 몇 번이고 그려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면서 실력도 키우고, 재미도 느끼겠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보듬고 나의 상태를 꼼꼼히 살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젠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그려본다는 건 내가 그 사람을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에선 나 자신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건 현재의 내 상태, 과거 또는 미래의 나를 추측할 수도 있는 단서다. - P53
마음껏 슬퍼하고 울고 난 후엔 정말 개운한데. 가끔 슬픔콘서트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하루만큼은 나도 실컷 어두워지고 싶다. - P199
거리의 초상화가는 인물을 즉흥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순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얼굴형부터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목구비부터 그린다. 혹은 얼굴형은 도형적인 범위만 살짝 잡고 구체적인 이목구비부터 묘사한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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