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심장
기아 리사리 지음, 알레산드로 산나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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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형제의 이야기이자 작가 기아 리사리의 이야기인 <땅의 심장>. 땅이라는 존재를 생명체로 의인화한 창작그림책으로서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다양한 존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표현했다.



물속에 가라앉은 채 쿵. 쿵. 쿵. 뛰고 있는 땅의 심장. 저자가 땅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사랑하고 소중했던 아버지와 친구를 떠나보낸 후 잃어버린 존재들과 만날 수 있는 건 바로 자연이라 생각해, '자연에 오롯이 담겨있다'라고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쿵. 쿵. 쿵. 심장 소리, 땅의 심장 소리를 찾아 나선 형제는 땅이 살아 있단 걸 알게 되고 온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호수의 물결은 땅의 귀, 숲은 땅의 머리카락, 그리고 언덕은 땅의 뺨이었지만, 심장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은 말을 타고 긴 여행을 나섰다.


땅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묵직한 울림까지 전해졌다. 창작그림책이 주는 힘이자, 작가들의 힘이었다. 글과 더불어 수채화 그림은 '땅의 심장'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 수채화의 거장 '알레산드로 산나'의 그림이었다)


자연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 땅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자연이 더 깊어지는 여름에 이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


쿵. 쿵. 쿵. 심장 소리, 땅의 심장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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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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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과학은 뭐지?'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려웠던 이론이 이렇게나 현실적이고 이해하기 쉽다니. "인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아껴드릴"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궤도, 그의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안될과학>의 "양자역학 한 방 정리!" 편으로 국내 대표 과학 채널의 유튜버인 그는 이미 청와대 과학기술 분야 정책자문위원이자 서울예술대학교 겸임교수였고, 아프리카TV 최초의 과학 토크쇼 & 팟캐스트 <과장창> 등 과학 전문 크리에이터였다. 그렇기에 믿고 볼 수 있는 그의 책 <궤도의 과학 허세>는 나를 과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렵기만 한 과학이 아니었다. 현실적이고 젊은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소재로 과학 이론을 알려주기에 '재미있는 과학'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모든 과학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 정도는 알아두면 좋다'는 것들이 있기에 읽고 나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이 좀 더 쉽게 다가왔다.


과학을 브로콜리에 비교한 그의 위트가 좋았다. '처음엔 무섭게 생겨서 잘 못 먹었지만, 굴소스로 된 요리를 먹은 후 브로콜리 마니아가 되었다'는 그의 말처럼 <궤도의 과학 허세>, 이 책이 과학이 처음이고 어렵기만 한 사람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푹 빠질 수 있게 만들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럼 겁이 좀 나겠지만, 블랙홀 근처로 슬슬 가까이 가보자. 점점 다가갈수록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중력이 급격하게 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건 단순히 내 몸이 강하게 당겨진다는 개념이 아니다. - P54

불확실하다. 그래서 더 두렵다. 지금 미친듯이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을 막을 이유도 방법도 없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모든 인간이 꿀을 빨며 세상 편하게 늘어져서 살 수 있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노예가 되어버린 인류가 지하에 숨어 일평생 반역을 꿈꾸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 P169

현재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우리는 통신하기 위해 아직도 봉화를 올리거나 말을 채찍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도체나 전자 산업에서 그만큼 양자역학의 기여도가 크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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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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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를 좋아한다면, '에쿠니 가오리'를 모를 수가 없다. 그녀의 대표작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저자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작품들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문예지 데뷔작인 <포물선>부터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까지 총 9편이 담긴 이 단편소설집은 읽자마자 '아 역시 에쿠니 가오리!'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저자의 강점은 섬세한 감수성과 정갈하고 세련된 문체를 꼽을 수 있는데, 데뷔 초의 작품부터 다듬어져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부부, 헤어진 남자의 일부라도 되고픈 여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세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담은 주인공들이 마냥 이해됐다.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표 이야기가 정말 그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기에, 그것을 독자에게 잘 전달되기까지 많은 노고가 필요하지만, 저자에게는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랑과 이별 앞에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쿨하거나,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둘 수 없는 등 (쇼코, 곤, 무츠키 이들을 이미 알고 있다면 이해할 것이다) 이들의 감정과 감수성이 마치 내가 겪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기 때문이다.


아홉 편의 이야기 중 단연코 감동적인 이야기는 <러브 미 텐더>가 아닐까 싶다.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보며 자식은 억장이 무너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가장 반전 있고, 진한 감동이 있었다. 과연 나라면 아픈 '엄마' 곁을 묵묵히 지키는 '아빠'처럼 반려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외에도 '에쿠니 가오리'하면 다양한 연애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원래부터 동성, 양성연애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사랑이라도 저자는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아름답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투명한 청량감에 아련하고 따스한 위로를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책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계속해서 글을 써주길 바랄 뿐이다.



예를 들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고스케 씨는 늘 내 안에 있었다. - P76

이 시간이면 아마 텔레비전을 보고 있겠지. 진토닉을 마시면서. 문화계 인사의 정치 토론이라든지, 50년도 전의 영화라든지, 아츠야는 심야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어쩐지 평화롭고 마음이 편해진단다. 나로서는 그 느낌이 잘 와닿지 않는다. 다만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아츠야를 보는 게 나는 좋다. 물론, 진토닉을 마시면서. 어쩐지 평화롭고 마음이 편해진다. - P159

겐고와 헤어지면서, 나는 영원이란 것을 믿지 않게 된 듯싶다. 그런데 로가 말하길, 그건 당연한 일이란다. 영원은 커녕 시간이라는 개념도 인위적인 가공의 개념일 거라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순간‘뿐이라고, 로는 말한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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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왈츠 - 2023 북스타트 선정도서 The Collection
박은정 지음 / 보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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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박은정 작가의 <책상 왈츠>.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열광할 그림책이 분명하다. 어릴 적 누구라도 상상해봤을 것이다. '내가 잠든 사이에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이 말을 하고, 움직이기도 하며, 왈츠까지 춘다면?' :)




왈츠는 '3박자의 경쾌한 춤곡이자, 둘이 한 쌍을 이루어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이라고 한다. (저녁 무렵 열리는 파티에서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며 추기도 한다) <책상 왈츠>에서는 클립, 만년필, 볼펜, 노트, 연필깎이 등 문구가 서로를 마주 보며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박자에 맞춰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곁에 있던 가위와 고무줄, 줄자 등은 박자와 리듬을 타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큼직한 그림 속 화려한 색감이 좋았다. 평범한 사물에 상상력을 더해주니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어렸을 적 상상이 실현된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 곁에 있던 볼펜과 메모지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 '작은 사물들만의 우주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박은정 작가의 특별한 시선과 그림이 주는 행복감이 쭉 이어지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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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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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아직 가늠할 수 없는 나이이지만, 현재 읽었던 고전들이 저 나이 때 읽으면 어떻게 다가올지 항상 궁금하긴 했다. 분명 많은 경험과 감정들을 겪었기에 젊었을 때 읽었던 고전의 감성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각자 다르겠지만, 분명 고전이 주는 힘은 꽤 크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을 지나온 고전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라 저자는 말한다. 소설이든 인문이든 '인생'을 보게 되기에 그저 재미난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나뉜 이 책은 '맨스필드 파크', '춘향전', '레베카', '마담 보바리', '금서의 역사', '면도날',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고서점의 문화사' 등등 동, 서양 고전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을 넘어 놓쳤던 부분에 대한 사색을 할 수가 있는데, - '프라하에서 글을 쓴 카프카의 원고는 왜 이스라엘에 정착했을까?', '고양이는 어쩌다 신의 대리인 자리를 인간에게 넘겨주고 마녀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마크 트웨인 ... 대문호들의 글에는 어째서 술이 빠지지 않을까?' - 등등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읽었던 책이라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제목엔 '오십'이 들어가지만, 나이 불문 남녀노소 고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북 칼럼니스트의 '어른 독서'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마디로 <죄와 벌>은 첫 문장의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포함해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신문 기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 P29

<면도날>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그동안 고집해왔던 인생관이 깨지는 경험을 하지만, 엘리엇만은 사교계를 향한 애정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점에서 그는 이 소설의 가장 독특한 인물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 P153

책의 전성시대가 도래했고 그에 맞추어 200여 곳의 고서점이 생겨났다. 당시에는 책의 수요도 많았지만, 책값도 대단했다. 1946년 당시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은 월 2,000 ~ 3,000원이었는데, <자본론> 전집이 1,800원, <사회과학대사전>이 1,500원에 달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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