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옥이 - 이원수 동화집 창비아동문고 1
이원수 지음, 이만익 그림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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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액자형식과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이 되어있다. 일곱편의 동화가 실려있는데, 작중 화자인 '나'와 '옥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며 각각의 내용은 어느정도 달리하고 있지만 주제에 있어서는 모두 '사랑' 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이야기〉에서는 피난길에서 만난 부모없는 어린 소녀, 옥이에 대해 그리고, 옥이의 죽음이후 인형을 통해 옥이를 새로이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그림자들의 이야기〉는 옥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가지각색의 다양한 그림자들이 자기 주인의 행동에 따라 기뻐도하고 슬퍼도하며 심지어는 부끄러워하기 까지 하더라는 얘기를 통해 '나'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게 한다.

〈옥이와 자장가〉 에서는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더불어 전쟁의 야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어려서 죽어버린 딸, 상희를 꿈속에서나마 붙잡지못한 일종의 자책감과 피난지에서 그 딸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죠세란의 자장가'를 이야기한다.

〈옥이의 천국〉은 기독교적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화 한편이다. '......아무데서나 사랑이 있는 곳이 곧 천국이니라.' 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빌어 절대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별나라구경〉은 수 많은 별들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가 없으면 생명력을 잃는다는 내용으로 사랑의 위대한 힘과 사랑에 대한 책임까지도 말하고 있는 것 같다.〈삼월의 무도회〉에서는 여러 가지 꽃들의 기억을 통해 3·1 독립 만세운동의 정당성과 민족의 자존심을 말하고 있다. 이는 곧 나라사랑을 말하는 것이다.〈복사꽃 피는 저녁〉에서는 나'와 '옥이'가 헤어지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옥이의 원에 의해 더 이상 꼬마가 아닌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으로 바꿔주면서 단지 '나'를 위해 옥이를 붙잡지 않고, 그대로 떠나보내주는 '나'의 홀로서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떠올랐다.작중 화자가 어른이라는 점, 내용을 결정짓는 주체는 동화답게 역시 아이라는 점, 별나라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들에서 특히 그랬다. 판타지적 요소가 풍부한 동화라고 생각되는데 아주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어른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하고 단순한 재미만을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느낌이든다.

작품의 큰 틀은 '나'의 아이를 잃은 슬픔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안을 메우고있는 각각의 동화 일곱편은 큰틀에서 벗어나 전혀다른 주제를 놓고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잘 꾸미고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림자 이야기를 통해 나자신으로 시작해 자식, 신, 타인, 조국에 대한 사랑까지, 무수한 대상을 사랑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해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어려서 죽긴 마찬가지인 딸 상희도 있는데 왜 옥이라는 인물을 새로이 설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처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친딸 상희가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 앞에 나타났더라면 더 애절한 그무엇을 느낄수는 있었겠지만, 마지막에 '나'로 하여금 영영 홀로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고보면 이원수 선생님은 우리가 흔히 말해오던 '어른 아이'가 아닌가 싶다. 오히려 아이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고 누구보다도 가슴 따뜻한 사랑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이보다 더 아이다운 생각으로 이런 감동있는 글을 또다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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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딱총 겨레아동문학선집 5
현덕 외 지음, 겨레아동문학연구회 엮음 / 보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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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의 무수한 작품들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게 가난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로서는 가난을 스스로 극복할 힘은 없지만, 그 가난함 앞에서 무력감을 보이지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듯한 모습이다가 마침내는 원하는 것에 상응하는 것들을 갖게 되면서 결말을 맺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른들이라면 '가난'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나 괴로움을 더 많이 드러냈을테지만, 또다른 작품집 <너하고 안놀아> 에서처럼 아이들은 '가난' 그 자체보다 그 속에 존재하는 아이들세계의 즐거움과 우정, 자존심과 의리 등을 훨씬 강하게 보여준다.
작품 <고구마>에서는, 6학년 아이들의 약간은 성숙한 의식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수만이는 매일 교장선생님댁의 마당도 쓸고, 물도 긷고하여 월사금을 내는 가난하고 활기가 없는 아이다. 어느날 농업 실습으로 심은 고구마밭에 서너개의 고구마가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모두 수만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단 한사람, 기수를 제외하고......

주머니가 불룩해 있는모습을 보고 모두들 그것이 훔친 고구마일 것임을 확신하고 있는데, 마침 점심시간에 모두들 식사를 꺼낼 때, 수만이는 서랍에서 뭔가를 슬쩍 꺼내어 교실을 나간다. 기수를 포함한 아이들은 모두 그 뒤를 따른다. 수만이는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가져나온 그것을 먹기 시작하는데, 유일하게 수만이를 동정하고 감쌌던 기수마저도 이미 아이들편에서 수만이를 범인보듯 하는 상황이었다. 먹던 것을 감추려는 수만이를 아이들은 한꺼번에 공격해 그 자리에서 확인을 한다. 그런데, 그것은 고구마가 아니라 한덩이 누른밥이었다.

수만이는 가난의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수와 반 아이들은 갑절 부끄러운 마름으로 역시 고개를 들지못한다. 기수는 뺏어들었던 누른밥을 수만이의 손에 다시 쥐어주며 머리를 숙이고 한마디를 건넨다.
'용서해라.'

다른 작품들처럼 유년기의 즐거움이나 귀여운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이 작품 역시 가난의 아픔을 친구간의 우정, 신뢰같은 희망적인 요소들을 통해 어느정도 극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수만이를 생각하는 기수의 의식변화도 보편적인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용서해라' 라고 하는 그 한 마디는 ,확실한 혹은 진실한 어떤 것에 대해 우리아이들이 얼마나 깊은이해를 보이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현덕 선생님의 몇가지 작품들을 보면서, 우선 어른들의 세계와 비교되는 아이들만의 세계를 어느정도 발견하고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작가는 아주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 가난을 작품속에서 어떻게 그려내었고, 그 속의 아이들에게 또 어떻게 살아갈 힘을 실어주었는가 생각해보니, 그분은 훌륭한 작가임과 동시에 따뜻한 어른의 한사람이었다는 생각이든다.

한편, 현덕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인물들로 하여금 가난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을 극히 부분적으로만 찾아볼 수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작품은 가난을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정도로만 인식하게 할 만큼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가의 또다른 작품<나비를 잡는 아버지>에서는 주인공 아이가 마름의 아들에게 절대 굽히려하지 않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아버지로 하여금 나비를 잡게 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보여주기보다 가난한 삶에 순응하는 모습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덕 선생님의 작품은 아주 많이 따뜻하다. 그리고, 정감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그들만의 즐거운 세계를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배려하고 있어서 잠시나마 어두운 현실을 잊고 무한한 동심을 느끼게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당장 모여서 놀아봐도 좋을 것같은 그 시절의 소박한 놀이들은 이런 작품들이 있기에 그 명맥을 유지할수 있는게 아닌가 싶고, 당시의 아이들이 그대로 사용했음직한 말투들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도, 웃음이 '픽'하고 날만큼 재미있다. 작가의 월북이후 작품들을 곧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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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콧구멍 겨레아동문학선집 2
이주홍 외 지음, 겨레아동문학연구회 엮음 / 보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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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돼지는 제 새끼까지 몰고 다니며 일을 벌이는데 하필 꼭 즐겨찾는 곳이 종규네 집이다. 새로 담은 장독을 깨 버리고 종규네 주 수입원인 호박 밭에 들어가 넝쿨을 다 끊어 놓았다. 그 호박을 장에 내다 팔아 빚도 갚고 할머니 제사에 쓸 채비를 하고 있던 차에 그 난리가 났으니, 뒷집의 위세에 눌려만 지내던 아버지도 이번엔 기어이 따지러 뒷집 영감을 찾아간다.

'대체 하루 이틀 아니고, 이래서야 없는놈이 먹고 살겠수?' '호! 그래, 그리 됐나? 그렇지만, 짐승이 한일을 어떻게 하누!' 그러면서 오늘 장에 가거든 쌀밥만 먹어 입맛이 없으니 보리를 사다달라고 한다. 기껏 이런 멸시만 당해오던 터라 보리죽이나 먹던 종규지만, 뻔뻔하기 짝이없는 뒷집 영감의 횡포를 꺾어보겠다는 듯 제 활을 갖고 나가 그집 돼지 콧구멍에 쏘아버린다.

화가 난 뒷집 영감이 '이게 무슨 경우야?' 며 쫓아오고 종규는 아버지에게 모질게 한차례 얻어맞지만, '경우는 무슨 경우야?' 하며 이내 다시 활촉을 빼쪽하게 다듬는다. 종규의 아버지는 억울해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체념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네 개가 물어뜯고 있는 소 뼉다귀를 쳐다보고는 식욕의 충동을 느끼는데, 뒷집 영감과 사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여기에 나타나있다.

글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뒷집 영감과는 채무관계 내지는 기죽을 수 밖에 없는 약점을 종규 아버지가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뒷집 영감은 종규네 가난한 삶에 가해지는 횡포를 마치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라 하면 어른들의 이해관계나 계산따위는 별로 상관치않고 주저없이 아이다운 행동을 해버리고 만다. 이 글을 읽으면 종규는 분명히 돼지의 얄미운 난동보다도 아버지의 고통과 뒷집 영감의 잔인할정도의 뻔뻔함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불상사가 없도록 아버지 뜻에 따라 잠자코 돼지 하는짓을 당하고만 있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아버지의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횡포에 저항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가.

이 이야기와 같은 경우에 우리가 반드시 종규처럼 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종규가 우리들에게 삶의 한가지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식이라는 것은 내 자신의 삶에서, 그 한 가운데에 나를 당당히 세우고 주변의 모순이나 문제거리들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려는 최소한의 의지를 담아내는 주체적인 방식일 것이다.

돼지 콧구멍을 활로 쏘았다고 해서 금새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러한 행위가 바로 심하게 뒤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주홍님의 역작 '돼지콧구멍'을 통해 내 아이들과 더불어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종규처럼 비록 서툴러 잡음은 있을지라도 불의에 적극 대항하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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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샤쓰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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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방정환선생님의 몇몇 작품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하곤한다. 이 작품속의 주인공 창남이나 그의 어머니의 행동역시 그런 비판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도 넉넉치 않은 환경에서 어떻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나누어 줄만큼 이웃을 돌보려는 단호한 행동이 나오는가. 그러나, 요즘도 '두개중 하나'가 아닌 '하나를 쪼개어 나눠주는' 진정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창남은 '만년샤쓰'를 입은 이유, 형편없는 차림의 이유를 당당하게 밝혔지만, 결국은 눈물을 보이는 지극히 아이다운 면이 충분한 사랑스러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왜 우리도 마음을 다 떨쳐내는 순간 쌓였던 감정이 눈물되어 나타나지 않은가.

[어린이]지에 실렸던 방정환선생님의 편지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속에는 선생의 날카롭고 정확한 현실감각이 그대로 실려있었는데, 그렇다면 이작품에서 비현실적이라 평가받는 부분은 순전히 작가가 그무언가를 위해 의도한 바가 아닐까.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을 설정해 동시대 어린이들에게 현실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희망의 싹을 심어준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시대의 현실속에서 아이들에게 쉽게 보여줄만한 어떤것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을 테니까. 맨몸을 '만년샤쓰'라는 이름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 어린이들에게 웃음지며 옛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방정환 선생님의 애정어린 선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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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 불어요 동요 그림책 1
윤석중 외 작사, 홍난파 외 작곡, 최미숙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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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먹은 우리 아이는 조금 음치랍니다.
모든 노래가 음이 비슷해서 마치 시를 읊조리는 듯하죠.
하지만 이책을 들고 와서 오히려 엄마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겠다는군요.
아이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술술 잘도 읽어내고, 틀린음으로라도 열심히 노래를 부른답니다.
목청껏 소리높여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만 잠을 자겠다니, 내가 어릴적 불렀던 노래를 내 아이가 또 부르며 자란다는 생각에 흔히 말하는 세대차이보다는, 우리는 하나의 문화속 정서를 갖고 사는구나 싶습니다.
햇볕좋은 날 이 책들고 들에라도 나가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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