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겐 이런 말이 있다. 딸은 엄마의 팔자를 닮는다고...

이 소설 여주인공의 엄마는 남편을 권총으로 살해한 후-단지 뱃속의 아이가 딸꾹질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구금된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는 반드시 발레리나로 키워야겠다는, 그로써 자신의 어릴적 꿈을 실현하려는 엄마(이모)의 편집증적인 손길 속에 길러진다. 어려서부터 독특한 눈빛을 가진 아이,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사고를 깊이하는 이 특별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해내는 일들-학교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왜? 재미없고 지극히 단조로우며 우아하지 않으니까! ^^

그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발레리나의 꿈은 넓적다리의 뼈가 부러지면서-의도적으로 살이 찔까봐 칼슘 섭취를 피해왔기 때문에- 좌절된다. 이어 엄마도 그 아이를 역겨워하게 되며 출생에 얽힌 사연을 가감없이 내뱉어버린다. 그때 그 소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엄마가 아이를 낳고 목을 맨 것이 19세였으니, 자기도 그렇게 되리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내내 소녀의 풋사랑 외에는 이성간의 사랑에 인색했던 저자가 남은 몇 페이지 안에서 사랑으로 자살을 미루고(포기하고), 삶을 선택하는 귀결을 보여준다. 한편 자신을 죽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유일한 친구로 다가온 이 책의 저자를 죽이기에 이르는 다소 코믹스럽기까지 한 결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내 인생에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내 안에도 거부할 수 없는 어떠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