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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오래 전, 버스 안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을 기술’을 읽고 있을 때였다. 방과 후 우루루 차에 오른 남학생들이 내 책 표지를 보고 키득거린다. 어느 남학생의 입에서 ‘테크닉’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한창 '성'에 눈을 뜨고 있을 그네들에게 내가 읽는 책은 ‘사랑 행위에 있어 테크닉’ 정도로 비춰졌던 모양이다. 반면 여학생들은 - 내 기억을 더듬어 볼 때 - 조금 다른 상상을 한다. 사랑을 하면 밥맛이 떨어지고, 일상 중에 의식이 있는 시각에는 항상 그 사람이 떠오르는, 말 그대로 순정만화같은 사랑을 꿈꾼다.
남자들은 흔히 사랑 행위의 과정에서 파트너를 만족시키는 것이 시간과 테크닉일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비단 그네들이 이상한? 포르노 영상을 통해 사랑을 배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오해의 근원을 찾다보면 침묵으로 일관한 여자의 몫도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남자가 쓴 책이다. 남자가 여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도저히 남자가 이런 사소한 여자의 심정까지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 적지않다. 책을 읽는 동안 코엘료 처럼 여자를 깊이 이해하는 남자를 친구나 애인, 남편으로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그건 너무나 불가능한 일이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내 주변의 남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하여 여자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던 것을 깨우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스토리에 대해 열변을 토해본 결과, 이상하게도 여자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며 호기심을 내비치는데, 남자들은 별거 아니다, 이미 다 안다(니들이 뭘 아냐?)고,,, 무시한다. 내 설득력이 약해서인가?
남자들이여, 제발... 이 책을 읽고 단 11퍼센트라도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사랑에 대해 오랜 침묵으로 방관했던 여자들을 용서하고... 진정으로 여자를 안는 길을 터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