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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무릇 글이란, 사람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시나 소설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산문에 이르러서야...

소설만으로도, 윤대녕은 자신을 참 많이 드러내는 작가이다. 자전적 이야기든 아니든, 그의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쓴 '사람'을 흠뻑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런 그가 이 책, 한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으로 쓴 이 글들을 통해서 완전히 무장해제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일까.

하여튼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책은 내밀한 느낌을 전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봐도 되는 걸까 싶도록...

어쩌면 뜬금없다 싶기도 한 이야기들 - 회가 어쩌고, 낚시가 어쩌고 하는 - 을 이리 저리 엮어서 펼쳐놓은 글들을 별 생각 없이 읽어가지만 결국 부딪치게 되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풍겨나오는 독특한 매력이다.

얼핏 흔히들 말하는 'cool'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삶의 방식.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듣고 싶은 걸 듣고 보고 싶은 걸 보는 참으로 'cool'한 인생. 그러나 책장을 덮으며 결국 강한 인상으로 남는 건 고독이다. 쿨하게 살아간다는 것조차 그 고독을 다스리는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경쾌한 발걸음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와서 '아, 그랬던가' 하는 무거운 질문을 던져놓고 가는 책이다. 날짜상으론 이미 온 겨울 속에 미처 떠나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가을처럼... 남의 내면을 훔쳐본다는 건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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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피에르 퀴리
마리 퀴리 지음, 금내리 옮김 / 궁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레이건 전 미대통령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아이러브유, 로니>의 소개글을 보면서 문득 얼마전에 읽은 이 책을 떠올렸다. 낸시 레이건의 그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어쩐지 비슷한 내용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 책 모두 '함께하는 사랑 -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세상엔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이 있다. 한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그것이 식어버린 뒤엔 허무함만이 남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우정으로 혹은 믿음으로 함께함으로써 어느새 사랑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룻밤 풋사랑도 그것을 소중히 간직한 사람에겐 더없이 귀한 사랑일 것이며 이루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사랑도 또한 사랑이 아니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내 사랑 피에르 퀴리>는 참 부러운 사랑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유명한 과학자 퀴리부인, 즉 마리 퀴리가 쓴 남편 피에르 퀴리에 관한 전기이다.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소중한 가족으로서, 과학 연구의 동반자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낸 후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면서 적은 글이다.

문학이 본업이 아닌 까닭에 그녀의 글은 전혀 유려하지 않으며 완결된 구성이나 매끄러운 흐름을 기대한다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쓴 전기이기에 얻을 수 있었을 따뜻함이 있으며 객관성을 보장할 순 없으되 그와 바꿀 수 없는 진솔함과 애틋함이 있다. 그 진솔한 글 속에서 대과학자 퀴리 부부가 아닌 진정 행복한 사랑을 가졌던 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사로잡은 감정은 한 마디로 '부러움'이었다.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 그들이 같은 길을 감으로써 함께 더더욱 위대해졌으며 - 비록 프랑스라 해도, 그 시대에 여성 과학자가 뜻을 펼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 그들이 과학사에, 혹은 인류사에 찍은 발자국도 더욱 선명해졌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소중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사랑을 들라면 바로 이런 사랑이 아닐런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랑, 늘 이해와 신뢰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랑, 같은 이상을 가지고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굳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길을 가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이해, 그 진정한 동반자됨이 너무도 부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있다. 그러나 한평생을 살면서 그런 진정한 동반자를 갖는 행운이 과연 몇 사람에게나 주어질까. 내가 먼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한다면 내 곁에도 언젠가는 그런 그가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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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욱의 맛있는 이야기
고형욱 지음 / 롱셀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평소 관심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책 소개 내용중에 주욱 열거되어 있는 소제목들이 상당히 흥미를 끄는 책이라 주문을 했건만 첫 느낌부터 실망을 안겨 주었다. 물론 내용이 중요하긴 하지만 표지부터 전혀 끌리는 느낌이 없어 아차 싶었던 것이다. 음식이야기를 다룬 책 치고는 컬러 사진 하나 없다는 것도 영 수상쩍게 생각되었다.

게다가 비교적 흥미롭고 거창한 소제목들에 비해 너무도 빈약한 내용의 글들... 소재는 그럴듯한데 아무래도 필력이 받쳐주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글 한편한편이 대체로 하나의 글로서의 완결성이 부족할 뿐더러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글솜씨가 빼어나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특별한 그 무언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특이한 음식들에 대한 나열과 마치 '난 이런 거 먹어 봤는데...' 하는 식의 과시로 이어지면서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동경이나 식욕은 커녕 거부감마저 들게 한다. 몇 그램에 얼마 하는 식의 음식 가격 설명에까지 이르면 독자의 인내는 한계에 달하고 만다. 그런 음식을 먹을 사람이면 비싼 값을 게의치 않을 것이고 그런 음식이 그림의 떡인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타겟 선정마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미식가로서의 저자는 일가를 이루었는지 모르겠으나 작가로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책들을 대하면 화가 좀 난다. 왜 자신의 본업들에만 충실하지 못하고 좀 이름이 알려진다 싶으면 너도나도 책들을 펴내는 것일까. 책 한권을 이뤄내기엔 너무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내용으로 출판을 감행한 그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각설하고.... 어쨌든 음식을 소재로 한 책이라면 적어도 책장을 넘기면서 입안 가득 군침이라도 좀 고여야 하는 거 아닐까? 군침은 커녕 '이 책 왜 썼지?'하는 생각밖에 안 나니 문제가 아니겠는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비난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차라리 책값을 좀 올려 받더라도 표지나 내용 모두 음식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서의 맛이 좀 느껴져야 하는 게 아닐런지... 졸속기획의 산물이 아닐까 좀 의심이 간다. 아무튼 최근 들어 가장 큰 실망을 안겨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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