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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무릇 글이란, 사람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시나 소설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산문에 이르러서야...
소설만으로도, 윤대녕은 자신을 참 많이 드러내는 작가이다. 자전적 이야기든 아니든, 그의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쓴 '사람'을 흠뻑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런 그가 이 책, 한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으로 쓴 이 글들을 통해서 완전히 무장해제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일까.
하여튼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책은 내밀한 느낌을 전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봐도 되는 걸까 싶도록...
어쩌면 뜬금없다 싶기도 한 이야기들 - 회가 어쩌고, 낚시가 어쩌고 하는 - 을 이리 저리 엮어서 펼쳐놓은 글들을 별 생각 없이 읽어가지만 결국 부딪치게 되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풍겨나오는 독특한 매력이다.
얼핏 흔히들 말하는 'cool'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삶의 방식.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듣고 싶은 걸 듣고 보고 싶은 걸 보는 참으로 'cool'한 인생. 그러나 책장을 덮으며 결국 강한 인상으로 남는 건 고독이다. 쿨하게 살아간다는 것조차 그 고독을 다스리는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경쾌한 발걸음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와서 '아, 그랬던가' 하는 무거운 질문을 던져놓고 가는 책이다. 날짜상으론 이미 온 겨울 속에 미처 떠나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가을처럼... 남의 내면을 훔쳐본다는 건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