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피에르 퀴리
마리 퀴리 지음, 금내리 옮김 / 궁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레이건 전 미대통령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아이러브유, 로니>의 소개글을 보면서 문득 얼마전에 읽은 이 책을 떠올렸다. 낸시 레이건의 그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어쩐지 비슷한 내용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 책 모두 '함께하는 사랑 -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세상엔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이 있다. 한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그것이 식어버린 뒤엔 허무함만이 남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우정으로 혹은 믿음으로 함께함으로써 어느새 사랑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룻밤 풋사랑도 그것을 소중히 간직한 사람에겐 더없이 귀한 사랑일 것이며 이루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사랑도 또한 사랑이 아니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내 사랑 피에르 퀴리>는 참 부러운 사랑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유명한 과학자 퀴리부인, 즉 마리 퀴리가 쓴 남편 피에르 퀴리에 관한 전기이다.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소중한 가족으로서, 과학 연구의 동반자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낸 후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면서 적은 글이다.

문학이 본업이 아닌 까닭에 그녀의 글은 전혀 유려하지 않으며 완결된 구성이나 매끄러운 흐름을 기대한다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쓴 전기이기에 얻을 수 있었을 따뜻함이 있으며 객관성을 보장할 순 없으되 그와 바꿀 수 없는 진솔함과 애틋함이 있다. 그 진솔한 글 속에서 대과학자 퀴리 부부가 아닌 진정 행복한 사랑을 가졌던 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사로잡은 감정은 한 마디로 '부러움'이었다.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 그들이 같은 길을 감으로써 함께 더더욱 위대해졌으며 - 비록 프랑스라 해도, 그 시대에 여성 과학자가 뜻을 펼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 그들이 과학사에, 혹은 인류사에 찍은 발자국도 더욱 선명해졌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소중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사랑을 들라면 바로 이런 사랑이 아닐런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랑, 늘 이해와 신뢰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랑, 같은 이상을 가지고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굳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길을 가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이해, 그 진정한 동반자됨이 너무도 부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있다. 그러나 한평생을 살면서 그런 진정한 동반자를 갖는 행운이 과연 몇 사람에게나 주어질까. 내가 먼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한다면 내 곁에도 언젠가는 그런 그가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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