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전체를 읽는 것보다 이 만화 한 편을 읽는게 더 유익하다-

광수생각 3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9년 7월

신문 만화는 주로 시사적이거나 성인 취향의 만화로 이루어지는게 보통의 관례였다 '광수 생각'은 그러한 기존의 생각을 엎고 나타난 새로운 느낌의 신문 연재 만화였다 우리에게는 조금 멀고 그리고 직설적이던 시사만화도 아니었고 성인 취향의 만화와는 더욱 거리가 먼 만화였다 광수 생각은 작가의 이름을 딴 제목에서부터 보통 시민이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대변하는 '뽀리'라는 이제는 누구나 알만한 캐릭터를 들고 말이다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따뜻하다는 것, 그리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이 만화에는 유난히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본인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부모님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그의 만화 속에는 과장없는 진솔한 삶이 담겨져 있다 그가 말하는 사랑 역시 달콤하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아픈 것만은 아닌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딱 그런 정도로만 표현된다

그의 만화의 특징은 만화 끝에 자신의 의견을 달아 진짜 광수 생각을 쓴다는 것이다 때로는 떠도는 유머같은 내용의 만화 밑에도 찡해지거나 뜨끔하는 생각을 써놓음으로써 재미와 교훈을 한꺼번에 전한다 대중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으니깐 공부 안하고 만화만 읽는다고 아이를 야단 치지 말고 대신 이 만화 한 권을 사주는 건 어떨런지... 어떤 사람에게 선물해도 부담없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꿈은 간직하는게 아니라 이루는 것이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제목에서 풍겨지는 딱딱한 과학서적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린왕자와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책이다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고 일상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특히나 읽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담인데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할 때 우리가 많은 것들을 느꼈듯이 말이다 중간중간 어려움이 닥쳐올 때마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여정을 포기하고 안정된 삶에 복귀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는 결국 자신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책 중간에 이런 말이 나온다'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우리는 살면서 내가 이룩 싶던 많은 꿈들을 서서히 포기하는 법을 체득하고 현실에 안주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길지 않은 분량이고 소설적재미도 충분하니까 시간이 나면 다들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교훈과 용기를 얻으면 더욱 좋고 말이다.

-나는 유희열과 결혼하고 싶다 -

유희열 삽화집 - 익숙한 그 집 앞
유희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7월

유희열은 나에게 심야 라디오방송인 '음악도시'의 시장님으로 그렇게 왔다 그리고 토이라는이름으로 발표한 네 장의 음반 속에 실린 음악으로 나를 감동시켰다 슬프면서도 따뜻한 그의 음악에 나는 항상 매료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유희열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철부지라기에는 훌쩍 커버린 이 나이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새삼 많이 반해버렸나보다...

토이 음반에서 느껴지던 그의 슬픔과 아픔들 그리고 따스함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리고 음악도시 시민이었던 사람들은 다 아는 유희열만의 방정맞음과 촐싹거림,게으름같은 것들도 여지없이 나타나서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정감이 갔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에 대해 느끼는 그의 감정들이 아프게 써져있어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가족들과 그의 외로움에 대한 음악이 뜻했던 게 어떤 건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최대장점은 함께 주는 음반에 있는데 끼워주는 음반이라기에는 너무나 무리가 있는 명반중의 명반이다 ^^ 특히 나나나 송은 음악도시 애청자들에게는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말해서 이 책은 꼭 토이 음악을 아는 사람이나 음악도시 애청자들만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여운 삽화나 유희열의 정겹고 솔직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하다 삽화집답게 내용이 많지 않아서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아껴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주의사항-이 책을 읽고 너무 유희열의 매력에 빠져 나처럼 결혼하겠다는 철없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예쁜 그림과 엽기적인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고1
김정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10월

신인 작가 김정은의 첫 작품집이자 첫 단편집인 이 작품은 김정은식 만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만화는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꽉꽉 채워져 있다 특히 많은 여자들이 공감할만한 법칙이나 이야기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소녀들이 흔히 즐겨보는 로맨스 소설의 법칙을 코믹하게 늘어놓는가하면 (그녀는 진정으로 로맨스 소설을 아는 사람이다) 남녀공학이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법칙같은 우리가 살면서 우스개로 하는 소리들을 만화로 그리는 재주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만화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신비로운 대상이며 또한 만화잡지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존재인 만화기자의 일을 코믹하게 다루어 만화기자들이 하는 일을 깔끔하게 알려준다

그렇다고해서 이 만화 모두가 이렇게 다 코믹함과 친근함을 무기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읽고나서 황당해지거나 서늘한 기분이 드는 만화도 있다 이 단편집의 제목인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고1'은 어리숙한 천사와 무서운 엄마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고1이 되어버린 여자 아이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물론 결말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엉뚱하게 끝맺는다 그리고 많이 있어왔던 소재로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린 걸로 착각하는 여자가 나오는 단편도 있다 그 단편 역시 흔히 아는 결말이나 헤피엔딩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진정으로 황당하게 마무리 지었다 물론 그래서 더 재미나게 말이다

-반전의 명수 서현주의 문제의 데뷔작-

파이트 - 단편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2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학은 실로 위대하다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믿어오고 상상해왔던 사실들을 한꺼번에 확 뒤집어버리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얄궂은 미학이다 반전의 위대함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또는 짐작조차 못했던 내용일 때 더 커진다 그러한 면에서 서현주는 반전의 명수이다 만화 공모전 출신 작가인 그녀의 작가 데뷔작인 '건망증'부터 그녀의 그러한 재능은 눈부시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네 편의 주옥같은 단편으로 구성되어진 이 책은 그야말로 반전의 미학으로 똘똘 뭉쳐진 책이다 그녀의 데뷔작이자 공모전 당선작인 '건망증'은 건망증이 심한 남자 친구로 인해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늘어놓으면서 둘의 알콩달콩한 연애물인척 일관한다 그리고 반전... 서현주는 진정 반전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작가이다 반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전까지 독자로 하여금 그 반전에 대한 조그마한 실마리도 제공해주면 안되는 것이며 철저하게 반전이 이루어지기 전의 상황을 독자로 하여금 믿도록 해야한다 뒤에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며 지금까지만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순간 나타나는 반전은 보는 이에게 몇 배나 충격적인 법이니깐.

이 단편집에 수록된 네 개의 단편중 가장 멋진 작품으로 '돌연변이'를 들 수 있다 시종일관 죽음을 볼수 있다는 남자의 초점에 모든 이야기를 맞추다가 마지막 순간 여자의 초점으로 넘어가는 이야기 형식을 띄고 있다 같은 상황을 둘이서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는가에서 얻어지는 마지막 반전은 갑자기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다는 다소 초현실적 설정과 작품 전체에서 보여지는 스릴러 형식으로 인해 이 작품은 더욱더 매력적이다 단편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과 서현주만으 독특한 매력이 100% 녹아들어 있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