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덕질은 내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다. 열심히 돈벌어서 공연도 가고 책도 사고 음반도 사고 영화도 본다. 그 기쁨으로 쓰디쓴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이 풍부해지고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현타를 맞아서 괴로워할때도 있지만 내가 덕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정말 한번이라도 덕질을 했던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적어놓은 거 같은 문장들이 많은지. 덕후들끼리는 뇌트워크를 한다는 농담을 자주 하는데 그게 사실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내가 평소 생각하던 내용으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한때 신화창조(신화의 팬클럽)이었고 지금도 누군가를 덕질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담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덕질을 하며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생을 함께 갈거라고 믿는 소중한 인연들을 이십대초반에 만나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왔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어색함 하나 없이 친해진 우리는 이제는 덕질을 넘어 누구보다 자주 연락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고 서로 슬프고 기쁜 일을 나누고 살고 있다. 덕질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는가.
굳이 오프라인에서만의 만남뿐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좋은 인연을 맺고 몇년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 덕질이 이렇게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이다.
물론 모든 만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탈덕을 하거나 상대방이 탈덕을 하게 되는 경우 바로 끊어지는 인연도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미리부터 겁내고 싶지 않다. 『미리 이별에 겁먹어 지금 맺는 인연에 장벽을 쌓고 싶진 않다. 언제 어디서 마음 터놓고 사귈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데 마음에 빗장을 걸어둘 이유가 있나. 괴롭게 이별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일분일초이니. -p52』 그렇다, 이별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