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 좋아하는 마음을 잊은 당신께 덕질을 권합니다
이소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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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명 덕후다. 그 덕질의 대상도 범위도 계속없이 변해왔지만 아주 오랜 기간을 소위 덕질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왔다. 덕후들에게는 진리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고 그저 환승만 있을뿐이다. 그렇다, 나는 끝없이 그 대상을 환승하며 덕질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격하게 공감의 고개를 끄덕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니 작가님이 덕질해온 대상 중에 내가 마음으로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있다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신화 그것도 '김동완'의 아주 오래된 팬이라고하니 안심하며 책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물론 중간중간 공감의 밑줄을 치기도하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많은 덕후들이 소위 일코(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로 덕질하는 것을 숨긴다는 뜻)을 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 덕밍아웃(덕후라는 것을 밝히는 것)을 하며 덕질을 했다. 책이 너무 좋아서 도서관에서 봉사활동까지 할정도로 책덕후일때도 동네방네 떠들어댔고 전작주의(특정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으는 일)를 할 정도로 좋아했던 작가를 좋아했을때에도 아이돌을 좋아했을때에도 만화가와 인터뷰를 할 정도로 미쳐있을때에도 나는 늘 그 사실을 숨기지 못해 안달냈다.

그래서 좋은 점도 많았고(지금도 책을 선물받는 일이 많다) 그만큼 우울하거나 슬픈 일도 많았다. 내 잘못이라고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한 것뿐인데도 그 대상이 거하게 사고를 치는 바람에 세상의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는 일도 제법 있었고 스스로 부끄러운 흑역사로 생각해서 자다가도 하이킥을 한 일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덕질을 하고 있다.



그렇다, 덕질은 내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다. 열심히 돈벌어서 공연도 가고 책도 사고 음반도 사고 영화도 본다. 그 기쁨으로 쓰디쓴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이 풍부해지고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현타를 맞아서 괴로워할때도 있지만 내가 덕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정말 한번이라도 덕질을 했던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적어놓은 거 같은 문장들이 많은지. 덕후들끼리는 뇌트워크를 한다는 농담을 자주 하는데 그게 사실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내가 평소 생각하던 내용으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한때 신화창조(신화의 팬클럽)이었고 지금도 누군가를 덕질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담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덕질을 하며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생을 함께 갈거라고 믿는 소중한 인연들을 이십대초반에 만나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왔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어색함 하나 없이 친해진 우리는 이제는 덕질을 넘어 누구보다 자주 연락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고 서로 슬프고 기쁜 일을 나누고 살고 있다. 덕질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는가.

굳이 오프라인에서만의 만남뿐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좋은 인연을 맺고 몇년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 덕질이 이렇게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이다.

물론 모든 만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탈덕을 하거나 상대방이 탈덕을 하게 되는 경우 바로 끊어지는 인연도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미리부터 겁내고 싶지 않다『미리 이별에 겁먹어 지금 맺는 인연에 장벽을 쌓고 싶진 않다. 언제 어디서 마음 터놓고 사귈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데 마음에 빗장을 걸어둘 이유가 있나. 괴롭게 이별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일분일초이니. -p52』 그렇다, 이별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열정적으로 가끔은 발만 한쪽 살짝 담근 상태로 덕질하면서 현타가 올때마다 이 책의 마지막을 떠올릴 것이다. 맞다,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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