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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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으로 시작된 그림책 여행의 두 번째 정착지는 앤서니 브라운이었다.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를 가장 좋아했던 내가 브라운의 <우리 엄마>부터 집어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닝햄의 가장 큰 매력이 여백과 여운이라면 브라운의 장점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충분한 은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 엄마>와 <터널>, <윌리와 악당 벌렁코> 이렇게 세 권만 읽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엄마의 능력(요리사이자 재주꾼이며, 화가인 동시에 힘센 여자)과

엄마의 효용(무엇이든 자라게 하는 정원사, 아이를 기쁘게 하는 요정, 노래하는 천사, 소리치는 사자, 아름다운 나비, 편안한 안락의자, 부드러운 고양이, 튼튼한 코뿔소)과

처녀적 엄마의 가능성(무용가 혹은 우주 비행사, 영화배우 아니면 사장이 될 수도 있었던 과거)을 나열하며 '멋진 엄마'임을 강조하는 구성이 이제 10개월 된 우리 딸내미 세뇌교육(^^)에 매우 적절할 것 같아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읽어주고 있는데...

오히려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빠 쪽이었다.

아주 쉬우면서도 내용이 풍부해 좋다고 평가한 남편은 장난꾸러기 기질을 십분 발휘해 <우리 엄마>의 패러디 버전으로 창작 동화집 <우리 아빠>를 암송하곤 하는데 내용인 즉슨 이렇다.

 "우리 아빠는 마빡이가 될 수도 있었어요. 우리 아빠는 박찬호가 될 수도 있었지요. 어쩌면 우리 아빠는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답니다. 그런데 아빠는 우리 아빠가 되었어요. 정말 정말 멋진 아빠."

엄마가 세뇌를 목적으로 책을 읽어줄 때는 저만치 기어가버리던 딸내미가 아빠 곁에 찰싹 붙어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온 가족이 함께 창조적인 방식으로(--;;;) <우리 엄마>를 음미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친정 엄마를 떠올리곤 한다. 꿈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았을 우리 엄마. 하지만 자식들 키우느라 그 모든 꿈과 욕망들을 접었을 우리 엄마. 한때 우리 엄마도 훌륭한 소설가나 대학 교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던 철없는 나를 떠올리며 안쓰러운 미소를 짓게 된다.

정말 정말 정말 멋진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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