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8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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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애정을 물어뜯는 걸로 표현하는 8개월짜리 딸아이에게 

읽어줄 동화책들을 이리저리 찾아 읽다보니 

동화의 시점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나름대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맞춘다.

하지만 많은 동화책들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아이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지나치게 조숙하거나 혹은 비현실적일 만큼 정신연령이 낮은 드라마 속의 아이처럼 말이다.

많은 동화책들이 아이의 눈높이를 가장한 어른의 시점이나

아이들의 산만함을 투영하려는 노력인지 인과관계를 완전히 무시해서

어른마저 이해하기 버거운 시점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러나 존 버닝햄의 동화들에는 이런 흔하디 흔한 오류가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버닝햄의 책에는 진정한 아이의 시점과 

과거 자신의 어린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시식 미소짓는 어른의 회상 시점,

아이의 산만함과 어른의 권위적인 모습을 이해하게 하는 어른의 현재 시점이 중첩되어 있다.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는 물론이고

다른 작품들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이나 <우리 할아버지> 등에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요구 혹은 명령하는 어른과

혼자만의 공상과 논리에 빠진 아이의 모습이 댓구를 이루며 펼쳐져 있다.

물에다 돌멩이를 던지지 말라는 엄마의 말씀을 귓등으로 듣고 있는 셜리.

분명히 돌멩이질을 하고 있을 셜리는

칼을 들고 해적들과 사투를 벌이는 공상을 하고 있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이어지는 엄마의 명령과 셜리의 상상.  

그러나 이것은 평행선이라기 보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되풀이 될 운명이다.

어느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셜리는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의 엄마처럼 말할 테고

아이는 셜리처럼 딴 생각에 빠져있을 테니...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버닝햄의 책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아이만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엉뚱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버닝햄의 동화 속에 담겨 있는 이러한 다중적 시점들은

아이는 물론, 어른마저 포용하고 있고,

그래서 어른인 나는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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