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선서` - 김종해 -
詩人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詩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詩人이 詩를 쓰고 詩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 詩가 아니냐
詩人이여
詩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詩人이여 詩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專橫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억압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詩人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盟友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