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무 여린 가지도
이름 모를 들플 꽃들이
사철 생기에 감사해한다
햇빛 내리고 물 오르고
비 바람 천둥 번개하며
사철 생기를 감사해 한다
생기 없는 자연이 어디있나
땅도 바다도 허공도 없을터
하물며 세상이며 인간이며
그래도 인간은 도토리 두뇌로
사철이라는 잣대 만들어
무한[無限] 자연을 셈질한다
맙소사
초여름 오거든
뽕나무 아래로
가보시게
오디 맛 보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오디 맛이며 뽕 나무 멋
흠뻑 느껴 보시게
첫사랑 님 만난듯
삶이란떠도는 안개처럼바람 불면 홀연히 흩어져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삶이란여름 한낮 끓는 볕에 바싹 시드는 들풀이며 지고마는 꽃 같단 말이지세상만유는무[無]로 날려가는 티끌이래삶이 이런 것이래허허
마음아
물 되어 흐르거라
바람 되어 불거라
천둥 벼락 맞거라
바위 틈에 숨거라
화가 차면 병되나니
흐르는 물에 손 씻거라
천둥에다 번개에다
훠이 훠이 날리거라
마음이 이런걸
물이라 하더구나
바람이라 하더구나
바람아 불어라
마음아 흘러라
한껏 맘껏 기껏
내 사상[思想]이
내 묵상[默想] 이
한 동안 한적한 곳에
묻혀 살면 좋겠다
사람 냄새 없는
흙 냄새 모래 냄새
원시 바람만 떠도는
햇살이 팔베개하고 잠드는 곳
이름 모를 새들이 와
한 낮을 울어 대다 떠나는 곳
이름 모를 벌레들이 모여
밤새 울다 지쳐 잠드는 곳
밀물이 파도 없이 밀려와
모래알 굴리며 소근대다
모래 몰래 살며시 떠나는 곳
진주를 다듬느라 신음하는
자궁 없는 조개들 모여 사는 곳
울어 울다 읊어 읊다
내 묵상[默想]이 시상[詩想]되어
시심[詩心]이 시어 [詩語]되어
시[詩] 낳는 곳
이런 곳이라면
혼[魂]이 따라 가도 여한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