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야 !
너는 허구한 날 천작[]의 사랑이라며 나를 감싸도는구나
네가 더도 덜도 없는 지극 정성으로 날 사랑하는 줄 알았노라
나 비록 고목[枯木]일 망정 불씨되어 네가 사랑하는 만큼이나
내일 모레도 결코 늙지 않아 꺼지지 않는 불로 널 사랑하리니
영원토록 썩어지지 않는 뜨거운 불새 혼 [魂]되어 사랑하리니
담쟁이야 !
잎이며 줄기며 사랑스런 네 온 몸을 내 몸으로 감싸고 싶어라
네가 주는 사랑 보다 더 뜨거운 詩로 네 온몸을 휘감을 것이라
천심 [天心]이 후하여 덤으로 사는 꾸부정한 고목 [枯木]일 망정
담쟁이 네 사랑 닮아 너 다운 싱그러운 다짐으로
이리 저리 詩 찾다 시집[詩集] 동네 마실 다니다가
숲이며 하늘이며 뭘 품을 듯한 허공을 가르는 바람하며
그 사이 길 따라 마땅한 詩 찾아 나서는 나그네 되었다가
내 사랑하는 담쟁이 품어줄 詩야 어디 있느냐? 외치다가
담쟁이야 !
만해네 고은이네 도씨 동네 이리 저리 헤메다가
아니면 내가 쓰리라 하며 당차게 마음 깃 세우고
배타고 한국 남해 느림보 마을 청산도를 헤멨지
짚신 신고 삿갓 쓰고 새끼 꼬는 어르신네들 만나
옳지 찾았구나 얼씨구나 마음 뿌듯하여 돌아오다
한국 걸작품이라는 청계천도 한번 보자하여 따라 걷다
거만한 고층 빌딩 그늘이 마주 서서 내 시야를 막는데
저녘 노을 마주한 담벼락 담쟁이 혼[魂]이 내 눈에 꽂혔지
얼씨구 좋다 절씨구로다 찾고 말았구나 감탄하며 알았지
그 유명한 도씨 시집[詩集] 동네 촌장이 담쟁이 주인이었어
천개의 잎파리들이 어깨동무하고 모두 담을 넘고 있더군
고향도 만나고 담쟁이도 만나고 인작[걸작품 만나고
저 벽 돌판 옆자리에 비록 졸시[拙詩]일 망정 내 것도 올려보자
언제던가 詩人이 되겠다 마음 정한 날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