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같은 건 죽어도 싸`  - 유 준 -


詩는 삶이며 감동이라는데

유식치 못한 나는 같은 詩를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 머리 동여매고 곰삭혀야

감동이라는 詩맛을 만날 수 있나


어찌 詩人님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혼자만의 난해한 詩를 생산하시어

詩 애독자들이  詩를 떠나게 만드는가?


詩人 아줌씨들 알량한 마음대로라지만

독자는 무지몽매 無知蒙昧하니 괜찮다

너네들 읽을 테면 읽고 말 테면 마라 버려

詩人님들 넋이 이만큼이나 꼴량하시다면


아니 올시다 그건 아니 올시다

영화 `詩`에서 어느 누가 술김에 

`詩 같은 건 죽어도 싸` 그랬다지

詩는 죽었다네

詩는 죽고  詩人은 곡하지 않네


詩를 떠나는 독자들 휙휙휙 등 돌리는

저저저 차디찬 등바람소리

저저저 詩人들 비아양 휘파람 소리

요란하다 아주 아주 요란하다


이 기막힌 독자들 등바람 된소리 

난해한  詩人들 열린 귀 속에서

詩야 잘 살거라 

영원토록 잘 살거라


* `詩 같은 건 죽어도 싸` 시가 내게로 왔다 3 (김용택 엮음)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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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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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이 되려면 - 천양희 -


詩人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같이 
얼음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 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詩人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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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人은 사람이다 - 유 준 - 인간은  도토리 만한 두뇌로 무[無]를 저울질하고 무한[無...
http://plain.kakao.com/epoem/36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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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선서`   - 김종해 -

詩人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詩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詩人이 詩를 쓰고 詩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 詩가 아니냐

詩人이여
詩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詩人이여 詩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專橫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억압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詩人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盟友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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