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初産이라 걱정입니다 - 유 준 -


혹시 날 알고 있는 

詩人님들 놀라실까 봐 노파심에 미리 알려드리니

그러려니 하지 마시고 한 번쯤 신명나게 놀라 보세요

오랜만에 지질이가 폭탄선언이라는 거 한번 해 볼라요


나 새끼 배어 하루가 다르게 배가 앞산 등성이처럼 불러 와요

오매불망 바라던 한가위 보름달 닮은 쌍둥이 낳으려구요

뜨거운 여름 무 오이 호박 자라듯 무럭무럭 키우다 

늦가을 대추나무 가지 끝에 연 걸리듯 흔들며 낳을 거 예요


이란성 쌍둥이라네요

딸 이름은 종이책 詩集 `내 잔이 넘치나이다`

아들 이름은 전자책 `詩는 죽었다`


詩人들 모르게 내 새끼들 살금살금 낳으려다

흔한 말대로 그건 詩人의 道가 아니지 하여

내 깐엔 내 새끼 씨 좋고 밭 좋아 나무랄 데 없으리라며

이메일 태워 고국 출판사 시인님께 맡겨 보기로 했네요


젊지 않은 나이에 초산일 뿐더러 

거기다 이란성 쌍둥이라 

걱정 근심이 많을 지어다 

흔히들 그러데요


#유준 #창작 #글 #e詩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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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내가 나에게 - 유 준 -

詩를 쓰겠다니 한 마디 하고 넘어 가자
詩想이 떠오르지 않아 가물가물하거든
여느 詩人의 당찬 말대로
달팽이에게 가 구걸하여 
더듬이 좀 잠시 빌리자 하라

하여, 네 지질한 詩想으로 똬리를 틀어
달팽이 더듬이에 살짝 올려놓으려무나
詩語가 덜컹덜컹 떨어져 가슴이 뛸지니 
바로 이때, 반짝반짝하는 詩語를 잡거라

떨어진 詩語는 고운 체로 잘 흔들고 걸러 
운율을 섞어 빚은 질그릇에 담거라 
예를 들자면, 여느 詩人들이 흔히 즐기는 
잡다한 詩語로 마구 덧칠을 해대면 꽃 잎은 시들고
쪼잔한 詩想으로 줄기를 무지 비틀면

잔뿌리까지 흔들려 詩魂을 죽이나니
詩語에 톤을 달아 강약을 주되
행간에 움직이는 詩를 쓰거라
댕기머리 가시내 널뛰듯 춤추는 詩를 쓰거라
운율이며 톤이 짝지어 춤추거든
뒤돌아 보지 말고 詩를 탈고하거라

잔소리 한 마디 덧붙이자면
詩에 질그릇 냄새가 안나고
詩魂이 죽어 감동이 없거든
詩가 못 되니 잡글이라 할지니
그 詩는 버려라


#유준 #창작 #글 #e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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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되려나 봐 - 유 준 -

어느 날 갑자기
어느 詩人이 내게 다가와
따라오라, 나를 잡아끌더군 
여느 여자들 神 내려 무당 되듯
詩精神이 번뜩 번뜩해대니
나도 詩神 내려 詩人되려나 봐

중이 고기 맛 알듯
詩 맛이 무당 널뛰듯 신이나니
누구 말대로 詩에 미친 게 분명해
몸이 뗄 수 없는 詩魂으로 꽉 차니
내 삶에 이런 일 결코 없었지, 아마

그래 느 詩人은 날더러 
詩를 읽고 또 읽으라 했지, 또 
천편의 詩를 베껴 쓰라, 하더군
詩가 필사에서 나온다는 게야
詩 낳는 자궁이 행간에 있다나

詩만큼은 純粹 創作이어야지
행여 소설가 아무개 누구처럼
詩도 표절 나올까 두렵노라, 하려다
될 소리를 하시지요, 된소리 하려다 
될만한 소리하십니다, 그래버렸지

그러는 나도 詩人되려나 봐

#유준 #창작 #글 #e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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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다

긴 장마 끝나고 산뜻한 날이기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빛에
산들산들 시원한 실바람도 불어

곰팡이 냄새나는 마음이랑

한 여름 축축해진 겉옷 속옷 모두

그늘 안지는 빨랫줄에 널었지

바람따라 들어온 전화 벨소리
행여 님인가 `여보세요` 하니
`빨래 좀 걷어 주시죠` 
영어로 퉁명스러운 한마디

누구였을까? 
옆집 긴 수염 뚱보 아저씨?
아니면 비쩍마른 그 홀아비?

#유준 #글 #창작 #e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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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유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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