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든다
물닭도 쉬이 어느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섧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보름달이면
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보기를 한다
강물과 같이 세월의 노래를 부른다
새우들이 마른 잎새에 올라 앉는 이 때가 나는 좋다
어느 처녀가 내 잎을 따 갈부던 결었노
어느 동자가 내 잎 닢 따 갈나발을 불었노
어느 기러기 내 순한 대를 입에다 물고 갔노
아, 어느 태공망이 내 젊음을 낚아 갔노
이 몸의 매딥매딥
잃어진 사랑의 허물 자국
별 많은 어느 밤 강을 날여간 강다릿배의 갈대 피리
비오는 어느 아침 나룻배 나린 길손의 갈대 지팽이
모두 내 사랑이었다
해오라비조는 곁에서
물뱀의 새끼를 업고 나는 꿈을 꾸었다
벼름질로 돌아오는 낫이 나를 다리려 왔다
달구지 타고 산골로 삿자리의 벼슬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