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醫員)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이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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