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느날 이승에서  재 되거든

섧다 야속타 슬프다 울지 말고


셋으로 나눠

한 줌은 흐르는 강물에

훌훌 널리 뿌려 주고


한 줌은 

 파란 하늘 허공(虛空)에 

허위 허위 높게 날려 주고


한 줌은 

깊숙히도 말고 얕이도 말고

그늘 안지는 터 골라 묻어 주고


비석 같은 거 거추장스럽소

'사랑했오 사랑하오'

여덟 글자 한줄 돌판이면 충분하오


머리도 말고 배도 말고 가슴 덮은

그 흙 위에 돌판 얹어 가려 주구려

이리 해줄 수 있겠오? 여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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