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홍춘욱 지음 / 원앤원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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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6.07] 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 홍춘욱 -

홍춘욱 박사님의 책으로는 세번째 독서. 이분의 전공인 경기순환과 거시경제를 보는 방법에 대한 서술이 주이고, 장단기 순환 주기를 잘 파악하여 주식 투자에 임하라는 메세지를 준다.
경기 순환에 기반한 투자에 대해서는 찬성 반대의 입장을 동시에 취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근거로써 아이러니하게 저자가 손수 붙여놓으신 '장기투자의 후보로 삼을만한 수출기업 50선' 표를 들 수 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8년경이니 장기투자가 정확히 몇년을 의미하는 지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짧게는 4년에서 6년만에 이 리스트 상위 5개중 4개 기업이 정말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장기투자는 특히 바텀업식 접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개미 투자자에게 아주 유용하다. 아무리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려 해도 일반 직장인으로써는 언제 갑작스런 이유로 현금이 필요할지 알 수 없고, 또한 초기에 종잣돈을 불리는 노력 없이 '조금씩 구입 후 보유' 전략만 취하기에는 부를 이루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투자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이든 장기이든 거시지표이 확인을 통해 매매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은 아주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얻어갈 수 있는 것은, 경기의 고점과 저점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갖출 수 있다는 것과, 지금이 중국에 가장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시기라는 사실이다.

1. 경기 정점을 파악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ㄱ.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경기확산지수를 파악함. (경기확산지수는 경기선행지수 구성항목 10개 자료를 받아, 전년동월보다 상승한 비율을 값으로 한다. 예를 들어 10개중 6개가 상승했다면 60프로가 됨)
ㄴ. 경기확산지수는 경기선행지수에 3~6개월 선행하므로, 경기확산지수가 하락하고 선행지수까지 따라서 하락하기 시작하였다면 경기가 정점을 지난것으로 판단할 수 있음(단, 두 지표간 간격은 일정치 않음에 유의)


2. 경기 저점을 파악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ㄱ.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하락 이후 뚜렷한 경향성이 없음
ㄴ. 동시에, 재고순환지수가 -3 ~ -10프로 사이에서 횡보한다면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음.

3. 중국의 성장 방식이 2015년경 끝나게 될 것임을 정확히 예측하셨다. 올해 1분기도 중국정부는 6프로 이상 성장을 발표하였으나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지표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각고의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일본과 한국이 걸어간(저임금 메리트 상실, 경제활동인구 정체) 숙명적 변화에 중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하고 있어야 하겠다. 특히, 중국의 물가상승률 지표를 자주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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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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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

프랑스 빈민가에 사는 아랍 소년 모모가 겪은 성장통.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슴아프고 쓰린 이야기이다.
모모의 보호자인 로자 아줌마는 유태인으로 젊은 시절에는 폴란드에도 살았으며 히틀러 치하의 독일제국에서 고통받았다. 프랑스에 와서는 창녀로 살다, 나이가 들어서는 창녀들이 낳은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일을 한다. 모모에게 그녀는 친구이자 어머니이다. 나이들고 점점 추해지는 그녀,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금발의 백인 여성 나딘에게 마음을 뺏긴 모모는 나딘에게 잘 보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왜인지 그녀와 함께있는 행복한 시간에도 자꾸 눈물이 난다.
모모의 시점에서 서술된 이 이야기는, 사랑하지만 추한것들과 아름답고 동경하는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눈물 흘리면서도 애써 덤덤하려 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소년의 아픈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모모에게 친구이자 스승인 양탄자를 파는 하밀 할아버지는, 이제는 지혜도 지식도 가물가물한 장님이 되었다.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는 이 아랍 노인의 손에는 이제는 읽을 수도 없는 '레 미제라블'이 언제나 들려있다.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가 살아있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매번 할아버지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준다. 불쌍한 사람들, 정신병에 걸려 아내를 죽이고도 십수년만에 아들을 찾겠다고 찾아온 모모의 아버지. 남장 여자인 창녀로 살아가는 롤라 아줌마. 그 밖에도 이 아파트에 사는 모든 가난한 이웃들...
늙어가는 것, 추해져가는 것, 끝나가는 자기 앞의 생을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서글픈 생을 끝낼 권리마저 자신이 아니라 법과 의학에 있는 것인가.
모모는 나딘의 집에 가서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길을 하며 무던히 애쓰고도, 홀로 쓸쓸히 죽어갈 로자 아줌마를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에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로자 아줌마가 생을 그녀가 원하는 방식대로 마감할 수 있도록 지켜주었다. 죽어 육신이 썩어들어갈 때까지도 그녀 옆을 지키며, 가진돈을 털어서 몇번이나 새로 나온 향수를 뿌려준 것은 아줌마의 늙고 병들고, 이제는 역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는 육체를 젊고 아름다운 향기로 바꿔주고 싶었던 것일까?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소년을 엽기적일 정도로 서글픈 상황에 처하게 했지만 이내 자신이 로자 아줌마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태어남이라는 자연의 법칙 덕분이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서로를 사랑했고,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다.
모모는 이제 갑자기 나이를 먹었고,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하밀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책 제목처럼 모든 불쌍한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며,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살아 갈 것이다.

201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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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 - 세계 최고 석학이 들려주는 서른과 성공 사이
마이클 J. 모부신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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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 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The Success Equation]
- 마이클 모부신 -

책을 읽었을 때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얻는 것만금 소득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크레딧 스위스 임원이자 경영전략 전문가, 콜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마이클 모부신이 쓴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운-기량 연속체에서 본인(또는 판단하고자 하는 현상)이 속한 직장, 직업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위치에 맞는 성공전략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이야기에 최적화 돼 있다. 따라서 실제로 인과 관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예를 들면 '부부 간의 지능지수에는 상관관계가 적다'라는 일반적 명제를 '지능지수가 높은 여성은 자기보다 지능지수가 낮은 배우자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로 바꾸면, 청자는 즉시 그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찾으려하고, 또 실제로 그럴듯 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본능 때문에, 많은 경우 우리는 결과에 원인을 애써 끼워 맞추는 우를 범한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어떤 기업의 성공이 그 기업의 전반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량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러한 명백한 원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운의 연속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성공기업의 전략을 분석해 그 전략을 우수한 것으로 결론 내는 것은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도 실패한 기업을 완전히 무시한 오류이며 전형적 인과관계적 사고에 따른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모든 일에 운과 기량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판단을 해야함을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개인의 성공에도 이러한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당사자가 아주 우수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운이 더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예를 들면 테니스 같은 분야는 기량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며, 야구는 반대로 운이 꽤 작용하는 분야이다. 각각의 분야에 속하는 경우 어떤 행동이 성공으로 가는 전략일까? 테니스와 같이 기량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계획적 연습을 통해 사고의 시스템1(체험시스템-자동적이며 신속하게 작동하고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자발적인 통제 불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시스템2(분석시스템-복잡한 연산과 같이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 지적 활동 부야에 주의력을 할당)의 효율성을 높여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룰렛 게임이나 복잡계인 투자활동 등 운의 영향이 큰 분야에서는 인과관계(상관관계)가 약화됨에 따라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과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표본의 크기와 극단성 간의 관련성,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 강자와 약자의 싸움에서 승리 극대화 전략, 평균회귀 등 통계적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프레임과 통찰을 제시한다. 한국어 제목은 책을 잘 팔기위해 자기계발 트렌드?에 맞게 지어졌으나 사실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책이다. 많은 책들이 그러했지만 이 책이야 말로 다독을 통한 체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영역에서 보면, 금융시장은 전형적 복잡계이며 특히 단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단기의 관점에서 금융시장은 운의 영역에 있으며, 따라서 오늘 어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왜 올랐나요? 왜 떨어지죠? 세력이 누르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며 원인을 찾으려는 것은 스토리텔링에 특화된 인간의 본능에 의한 것이며, 거의 쓸데 없는 일이다. 또한 자산 운용 분야가 고도화 됨에 따라 펀드매니저 간의 성과 편차가 줄어들고 있어 알파를 취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야구선수를 한 도시에서 뽑는 것과 두 도시, 세 도시 등 점점 많은 도시에서 뽑을 때 구성원 간 편차가 줄어든다는 예). 따라서 이 영역에서는 전문지식을 쌓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올바른 과정과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주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통찰은 워렌버핏 등이 실전하는 가치투자만이 투자세계에서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쾌한 해석이다. 특히, 나심 탈레브의 4분면중 복잡한 대가와 극단적 결과에 속하는 제 4사분면에 속하는 영역의 경우 경험적 준칙에 따르며 빈도높은 적은 수익을 얻기보다 예외적이지만 극단적 수익을 얻는 쪽에 배팅하는 것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키코 등 파생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동일하게 당장 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에 트레이더로써 참여하여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다가 결과적으로 '블랙스완'의 함정에 빠지기보다는 단기적으로 변동(손익)이 적더라도 우수한 기업을 선택하여 언젠가 크게 얻을 수 있는 가치투자의 관점이 우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반대의 경우 리스크를 고려할 때, 풋옵션을 파는 것보다는 사는 쪽의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한번만 읽고도 모든 것을 그대로 다 체화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한권에 집착하여 줄긋고 공부하느라 시간이 길어지고 독서를 습관화 하는데 실패하는 것보다, 많이 읽어서 여러 지식이 자연스레 융합되고 어느 순간 체화되는 통찰을 얻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 책도 사실은 통계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빠짐없이 완벽히 체득하려 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인데, 결과적으로 쉽게 읽고 많이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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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1
구범진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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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 구범진 -


 키메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종(異種)복합의 생명체. 청나라, 중국의 마지막 제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1637년 삼전도 굴욕과 소설 '남한산성',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을 통해 오랑캐의 제국으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청나라를 키메라라는 특이한 생명체에 비유함으로써 단순하게 '호란'이라는 대표적 이미지로 기억되는 중국의 마지막 제국을 보다 복잡한 체제를 가진 세계제국으로써 설명한다. 

 "미미한 시작과 창대한 결말", 누르하치로부터 시작된 청 제국의 팽창의 역사는 이 한마디로 압축되는 듯 하다. 우리의 삼국시대에는 '말갈'이라는 이름으로 고구려에 예속되었으며, 고려 시대에는 윤관의 '여진 정벌'에 등장하는 만주 일대의 유목 민족이 어떻게 세계 최대의 제국을 경영하게 되었는지 저자는 다양한 방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흔히들 우리는 청, 그리고 만주족을 중국을 정복하였지만 오히려 '우월한' 중국 문화에 동화되어 사라지고만 불운한 민족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청 제국(다이칭 구룬)은 적어도 18세기 초 까지는 만주/몽고/한인의 복합체이였으며, 특히 대주주인 만주인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한인은 고위 관직 등에 아주 제한적 영향력만 인정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 중국의 판도는 사실상 20세기에 이르러서야 '한인'의 머리 속에 들어온 것이며, 19세기 말까지도 한인들의 '정통 중국 수복'의 개념에는 장성 이북의 몽고, 서장, 위구르, 티벳, 만주 등의 강역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것이 가능 했던 것은 첫 째, 청 제국이 기존의 '전통적 중국'에 해당하는 18개 직성(명의 강역과 거의 일치)과, 외번에 해당하는 티벳, 몽고, 조선, 대만, 유구 등과, 제국의 원류인 만주를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등 지역에 따라 차등적 관리를 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 제국은 강희-옹정 연간에 이미 러시아와 네르친스크, 캬흐타 조약을 통해 서방과 근대 조약을 맺은 바 있다. 기존의 동아시아 질서 하에서는 어떤 민족이든 중국(중원)을 정복한 국가가 주(主)가 되고, 이외의 국가는 주변이자 종(從)이 되는 이른 바 '조공 외교' 관계가 당연시 되어 왔다. 중국을 정복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평등한 개념에서 외교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당히 낯선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이 러시아와 대등한 관계를 맺었던 이유는 바로 중국을 벗어난 '몽고문제'와 관련이 있다. 흑룡강 일대에서 고비사막 너머 준가르제국까지의 강역을 관할하는 청 제국의 관청은 '이번원'이라는 곳이었으며, 중국 내 18개 직성을 관할하는 기구와는 아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었다. 이번원에는 한인 관리의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으며, 따라서 청과 러시아의 외교문서에서도 라틴어, 러시아어, 만주어만이 사용되는 등 장성 이남의 중국 영역을 벗어나는 영역은 중국이 아니라 청이라는 세계 제국의 별도 관할로 여겨졌다. 즉, 청 제국이 전통적 중국의 질서와는 맞지 않은 조약을 서방의 제국과 체결하였으나, 이 것은 중국의 관할을 벗어난 '이번원'의 영역에서 행해진 것이며, 전통 중국 내의 한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기가 힘들었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특별한 청-러시아의 관계 또한 청 제국이 준가르를 평정하여 준가르-러시아가 동맹할 위협이 사라지면서 다시 러시아에 대한 우월적 어조의 외교 정책으로 선회한다.)

 둘 째, 19세기 중반 내우(태평천국 운동)와 외환(아편전쟁 등)으로 베이징 황실이 흔들리기 전까지 청 제국의 지배는 '팔기'의 견고한 체제 하에서 이루어졌다. 팔기는 군대이면서도 동시에 통치 기구에 해당하는 만주족의 독특한 조직이었다. 청 제국의 성립 과정에서도 8개의 기 중 몇개를 차지하느냐가 황실 계승의 변수가 되었으며 순치-강희제에 이르러서야 팔기를 대청 황제가 완벽히 장악함으로써 세계 제국으로써 도약할 기틀을 잡게 된 것이다. 또한 팔기에 속한 사람은 '기인'이라 부르며 일반인인 '민인'과 다른 신분으로 구분하였으며 심지어 도시 내 기인의 거주 구역도 일반인과는 완벽히 구분되어 있었다. 팔기군대는 청 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징물이자 통치의 근간, 제국의 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팔기라고 해서 반드시 만주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팔기만주, 팔기몽고, 팔기한군으로 구분하여 몽고와 한인 등 이민족으로 구성된 팔기 또한 존재하였으며, 이 중에는 청 제국의 입관(산해관 돌파) 이후 일찌감치 투항 함으로써 만주족의 중국 장악에 기여한 한인 장군들까지 포함 함으로써 제국 초기 공동 경영의 안정을 추구하였다. 청 제국의 전성기이자 태평성대로 일컬어지는 강희-옹정-건륭 3대의 치세에, 제국은 이러한 팔기의 정치적, 군사적 든든한 기반 아래 만주와 중국 뿐 아니라 서역의 준가르까지 제압하며 17~18세기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발돋움 하였다.

 그러나 이 중 마지막 건륭제의 치세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재정의 낭비와 관료의 부패 등으로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건륭제 사후 19세기 청 제국의 급격한 몰락을 불러왔다.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고 난징을 수복한 것은 팔기군대가 아니라 증국번, 이홍장 등 한인 장군이었으며, 이 시기에 이르러 청 황실은 한인에게 봉작을 내리는 등 중국을 벗어난 외번(몽고, 티벳 등)에도 한인의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후반 동치제 이후 서태후의 50년 섭정 하에 팔기 체제와 만주 황실은 급격히 무력화 되었으며, 결국 마지막황제 푸이에 이르러 위안스카이에 의해 청 제국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앞서 청 제국의 시작을 만몽한의 공동경영에서 시작하여 만주인의 절대적 지배 주주로써의 영향력 행사로 귀결된 것이라 본다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한인 세력의 부흥은, 다이칭(大淸) 구룬이라는 다국적 기업이 부실로 부도의 위기에 처하자 대주주인 만주인이 자신의 주식을 소각하고 한인에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즉, 기존에 stakeholder 수준에서 중국(18개 직성)의 행정 등에 제한적으로 참여했던 한인이 이제 shareholder로써 그 영역을 확장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중국'을 수복하겠다는 생각 속에 장성 이북의 만주, 몽고, 티벳, 서장 등은 적어도 19세기 말까지는 배제되어 있었다. 청 제국의 세계 경영은 본-속체제 하에 이루어졌고, 한인은 중국(18개 직성)밖의 세계에 대해서 거의 전적으로 배제되어, 대제국을 경영 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인구에서 압도적이던 한인이 점차적으로 중국을 벗어나 외번으로 이주하며 경험을 쌓고 영향력을 향상 해 가며 결국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청 제국 전체 판도를 계승하겠다는 의식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날 중국은 이 정신을 좀 더 확대/강화하였다. 이른바 동북 공정 등을 통해 역사 해석을 달리 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그 전까지의 '중국'과 현대의 '중국'이 다른 개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 제국을 계승하고자 결심 함으로써 중국인은 기존 수 천년간 이어온 황하와 장강 일대를 주축으로 하는 '중국'의 개념을 넘어서서, 50개가 넘는 소수민족까지 모두 '중국'이며, 청 제국의 강역에 속하였던 지역의 지난 역사까지도 모조리 중국의 역사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청 제국이 단순한 '중국'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된다. 다이칭 구룬은 중국(18개 직성)을 속주로 둔 세계 제국이었다. 또한 다이칭 구룬의 지배자는 중국 내에서는 이전 중국의 황제들을 계승한 '수명 천자'였으나 티벳불교 세계에서는 '전륜성왕'이자 '불법의 수호자'였으며, 초원의 몽고 세계에서는 여전히 '대칸'으로 불리었다. 또한 누르하치의 유훈 아래 제국의 황제들은 '만주어'와 '간소한 생활' 등 만주족 본연의 생활 풍습과 정신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였으며, 이런 창업정신의 계승이 청제국을 '중국 왕조'이면서도 '세계 제국'인 키메라로써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세계의 지배자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검소하였던(실제로 강희제는 조선에 보내는 칙사에게 가마를 타지 말고 만주인의 기상에 맞게 말을 타고 갈 것을 명령하였다.) 강희, 옹정 시대의 전통을 버리고 중국 풍의 화려한 과시와 사치를 시작한 건륭 후반기부터 청 제국의 와해가 시작된 역사를 통해, 조직의 영속성에 있어 governance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팔기'라는 머리와 '18개 직성(중국)'이라는 몸통을 가졌고, 만주, 몽고, 티벳, 서장 등 서로 다른 유전자를 팔과 다리로 가졌던 세계 제국, 다이칭 구룬을 다시 이해 함으로써 오늘 날 중국이라는 국민국가의 탄생 이념과 티벳, 서장에서의 갈등 상황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중국이 도입된지 사실상 100여년 밖에 안된 '새로운 중국(청 계승)'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그런 상황에서 타민족에 국가적 통합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전 지구적 제국화 과정에서 민족의 소멸과 통합이 결국 필연적인 일인지 등 다양한 의문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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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 워런 버핏이 직접 쓴 유일한 책
워런 버핏 지음, 로렌스 커닝햄 엮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서울문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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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정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10년전 쯤엔 분명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학시절 나는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1학년때 수강한 증권투자수업(옵션, 선물 등 파생상품 기초이론)이나 3학년때 들은 화폐금융론에 나오는 CAPM 등이 터무니 없게 들렸기 때문이며 거시경제에서 배운 효율시장가설도 마찬가지로 억지라 생각했다. 회사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단기간에 미친듯 널뛰는 주가를 보면 주식시장이 절대 효율적이지 않은 도박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위와 같은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는 일부는 맞았지만(자산가치모형이나 효율시장가설은 별 쓸모가 없거나 틀렸으며, 시장이 단기에는 도박시장과 유사함) 그 이상을 보는 배움의 자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것들은 앞서 고민한 많은 현인들에게서 독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인데, 오만함 탓인지 투자자란 다 저런 가설과 모형을 신봉한 사람들이며 워런 버핏은 단지 그 중 가장 운이 좋았던 한사람이라 쉽게 단정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실수다. 조금 늦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제라도 책을 읽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바른 프레임을 익히고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것을 느낀다.
워런 버핏과 필립 피셔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이 책에서 느껴지는 워런 버핏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탁월한 경영자이며, 뛰어난 경영철학가이기도 하다. 책에서 나오는 많은 표현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고 투자세계에서 그의 철학을 꿋꿋한 신념으로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두 말 할 필요없이 그는 최고로 뛰어난 기업가이자 투자자이다. 또한 경영/경제 분야에서 이만큼 성공하고도 인격적으로도 이보다 완성된 인간을 찾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경험과 탐구의 소산이 담긴 이 책은 평생 소장할 명저임에 틀림없고, 나보다 늦게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옛날의 나와 같이 투자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워런 버핏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수 없이 많지만 그와 똑같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인이 나눠준 소중한 지식과 철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공적 투자에 다가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를 이해하면 할 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지리라는 점에 전혀 의심이 없다. 워런과 찰리는 80이 넘어서도 여전히 세상을 즐기고 투자와 경영이 행복하다고 한다. 확실히 행복한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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