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제곱법칙
이타가키 에이켄 지음, 김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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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6.07] 손정의 제곱법칙
-이타가키 에이켄 -

손 마사요시, 우리식으로 읽으면 손정의이다. 일본의 가장 성공한 IT거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놀라운 소식을 전해오는 기업가다. 인터넷에서는 이 기업가의 어록이라 할 만한 짧은 문장 들도 종종 보이고, 특히 최근에는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의 상장을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쿠팡에 거액(손정의에게는 거액이 아닐 수도 있다)을 투자 함으로써 한국 e-커머스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일본 통신업계를 장악 해 가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를 36조원이라는 어마한 금액에 인수했다. 말그대로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룬 기업가이다. 이렇게 위대한 기업가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궁금해 질 때가 있다. 시기를 잘 타서? 단순히 운이 좋아서? 금수저로 태어나 모든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작고 일시적인 성공에는 다양한 우연이 작용하지만 거의 상당히 긴 시간을 통해 이루어낸 거대한 성공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기량과, 황홀한 비전이 담겨있음을 자주 느낀다.
이 책은 단순히 손정의의 일생을 담은 전기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나 다른 위대한 기업가들의 전기를 읽어보기도 했지만 거기서 얻을 것이 생각보다 적었던 이유는, 그 사람들의 성공은 너무나 뛰어나고 열정적인 개인의 타고난 역량 없이는 근처에 다가가기도 힘들어 보여, 일반인으로써 무언가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단순한 전기와 다른 부분이 바로 손정의 개인의 성공 스토리 소개에 몰두하기 보다는, 그가 스스로 성공의 원동력으로 자랑스럽게 설파하고 있는 이른바 "손정의 제곱법칙"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와, 그 자신의 성씨인 손을 합하여 손X손 즉 손(孫)의 제곱이 만들어낸 성공 법칙이라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일생을 들여다 본다고 해서 누구나 일론 머스크가 될 수는 없듯이 손정의의 성공 법칙을 배운다고 해서 누구나 손정의가 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25자의 한자와 인생 50년 계획을 통해, 누구라도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 판단의 근거로 삼을 만한 중요한 도구를 얻을 수 있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
일류공수군(一流功守群)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풍림화산해(風林火山海)

25개의 문자에 손정의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중 1, 4행과, 제 5행의 '풍림화산'은 손무의 손자병법에서 따온 것이며, 2, 3행과 제 5행의 '해'는 손정의가 창작한 것이다. 각각의 행은 차례로 1행 : 뜻(미션), 2행 : 비전, 3행 : 전략, 4행 :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 5행 : 싸움의 방법(전술)에 해당한다. 특히 1~3행로 이어지는 부분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무엇을 우선 순위로 다뤄야할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전략이나 전술보다 오히려 그 기업의 뜻(미션, 사명)과 비전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뜻을 세우는 것, 손정의는 기업가가 되어 소프트뱅크를 창업하며 기업가로써, 그리고 기업 자체의 뜻을 "IT를 통해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삼았다. 손정의가 사업을 하고, 이익을 내서 더 큰 사업을 하고자 하는 것이 모두 이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천시를 기다리고, 지리를 살펴 기회를 얻고, 유능한 부하를 두어 운영을 맡기며, 성공을 영속적이게 유지할 수 있는 법(규칙과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다. 회사의 직원 들은 무엇으로 일하는지 생각 해 보았다. 손정의 정도의 큰 뜻을 품고 일 하는 사람은 소프트뱅크에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기업을 경영하는 손정의는 항상 이 큰 뜻을 마음에 새기며, 종업원에게도 이를 끊임 없이 보여주고자 함으로써 거대 기업을 일치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정정략칠투. 첫 번째 정은 정상을 뜻 한다. 즉, 정상에 오르기 전에 미리 정상에 오른 모습을 상상하라는 것이다.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고 큰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것은 '인생 50년 계획'을 세워야 함을 말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정'은 정보를 말하는데, 정상에 오른 모습을 상상한 이후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를 끊임 없이 수집하여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며, 특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손무가 '첩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천금을 써서라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 점에 착안한 부분이다. '략'은 전략, 즉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으므로 가장 이길 수 있는 아이템과 방법을 찾아 그 것에 집중하여야 한다. '칠'은 70%의 승산을 말한다. 손자병법에는 승산이 많은 싸움은 이기며, 승산이 적은 싸움은 진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정보 분석을 통해 미리 승산을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손정의는 50%의 싸움에는 절대 배팅하지 않으며, 90%의 승산이 있는 경우에는 이미 늦었으니 배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70%의 승산이 있는 경우에야 전략을 다해 싸운다는 것인데, 이 70%를 단순 어림짐작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몇번을 다시 생각해도 '확실한' 70%일때 그렇다고 말한다. 그 만큼 손정의의 '70% 승산'에는 엄청난 정보 수집과 분석, 직관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투'는 말 그대로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함을 말한다.
일류공수군. 손정의는 일생을 통틀어 항상 '1등'을 고집하고 집착했다. 2등은 패배나 다름 없으므로,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는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개인이 우수하거나, 조직이 뛰어나도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해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 조직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손정의는 항상 흐름을 읽고 거기에 순응하는 방식의 싸움을 해 왔다. 컴퓨터, IT 산업의 중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처음 마이크로칩의 단면을 한 잡지에서 보았을 때 전율이 흐르다 못해 눈물까지 났다고 한다. 수십억년 지구 생명체의 역사 가운데 마침내 우리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지적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일생을 ICT 사업에 투신하겠다는 결정을 하며 황홀한 감정에 빠진 것이다. 아무리 지금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도 30년밖에 가지 못할 사업에는 그는 관심이 없으며, 그런 사업을 물려 받은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업태의 전환을 고려하라고 할 만큼 시대의 흐름을 강조하는데, 이 부분은 내가 지난 몇 년간 느꼈던 부분과 아주 일치해서 다시 한 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공' 공격을 할 때는 다양한 공격 방법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며, '수' 수비를 통해 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도 공 보다는 수 쪽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손정의 역시 외견 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기업가로 보이지만 사실 스스로는 '나는 매우 조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만큼 이 '수' 부분을 중요시 한다. 워런 버핏 또한 주주서한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성공하는데에는 아주 똑똑한 무언가를 하는 것 보다 정말 바보같은 짓을 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이 부분이 '공보다 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린다. 짧은 성공, 일시적 성공에는 공이 더 중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생을 걸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손정의는 기업의 수비를 현금흐름으로 보고, 뛰어난 CFO를 영입하는데 아주 공을 들였으며 안정적이고 값이 싼 자금 조달 루트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신인용엄, 지혜롭고, 신뢰를 얻어야 하며, (고객, 부하 등 사람을) 사랑하여야 하며, 특히 판단이 명백히 틀렸을 때에는 용기있게 퇴각(줄행랑)할 줄 알아야 하며, 부하에게 때때로 엄격할 필요가 있다. 이 행에서 나는 '줄행랑 칠 줄 아는 용기'에 대해 공감했다. 전국시대 다이묘인 우에스기 겐신은 용맹함과 무사로서 순수한 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후대 사람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싸움에 나서면 물러서지 않았고 승산이 적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오다 노부나가는 이 우에스기 겐신을 만나, 사전에 자신의 전술이 간파되었음을 깨닫자마자 야음을 타 줄행랑 쳤다. 당연히 노부나가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겐신은 그 위엄을 찬송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노부나가는 호쿠리쿠에서의 이 줄행랑을 통해 교토로 직행, 천하포무에 가까워졌고 겐신은 결국에는 그 지역에서의 패권만을 다케다 신겐과 다투다 일생을 마감했다. 물러설 줄 모르는 용맹은 드라마틱한 한 장면을 만들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패망으로 이끄는 길일 수 있다. 체면, 위신을 버리고 깔끔하게 도망가는 판단이야 말로 죽지 않는 방법이며 살아서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더 큰 용기이다.
풍림화산해, 풍림화산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며, 일본 전국시대에 다케다 신겐이 깃발에 내걸어 더 유명해진 말이다. 움직일 때는 질풍과 같은 속도로, 준비를 할 때는 숲처럼 들키지 않게, 공격 할 때는 불처럼 휩쓸어야 하며, 움직이지 않기로 했을 때는 산처럼 굳세야 한다는 말이다. 비즈니스에서 이 말은 각각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하고, 은밀하게 협상하며, 사업에 뛰어든 후에는 총공세를 펼치고, 위기일 수록 침착하여야 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마지막 '해'는 손정의가 바꿔 덧붙인 말로, 뜻을 모두 이루었을 때를 가정한 단어이다. 즉, 승리 후에는 바다와 같이 품어 세상을 평정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위 5행 25자의 말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손정의의 기업가로서의 35년 인생을 통해 모두 구현되었다. 마지막으로, 손정의가 20대 초반 미국 유학시절 세운 그의 '인생 50년 계획'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대에는 회사를 세우고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린다.
30대에는 최소 1,000억엔의 자금을 모은다.
40대에는 조 단위 규모의 중대한 승부를 건다.
50대에는 사업을 완성한다.
60대에는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많이 보았을 만한 내용이고, 손정의는 실제로 이 목표를 거의 일치하게 달성했다. 인생 50년 계획에 대해서는 '대수적 사고'를 강조하는데, 50년의 계획은 너무나 크고 먼 계획이기 때문에 세세한 계획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큰 목표를 세우고 나서는 대수적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전략/전술을 정하고 나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시 오다 노부나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케하자마에서 10배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온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격파하는 이야기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절체 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천하포무'라는 최종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수적 사고를 했음을 보여준다. 즉, 이마가와의 대군이 쳐들어올 것을 이미 10년전에 가정하고, 그 상황에 대한 간략한 대원칙들만 세워 둔 후, 실제 대군이 쳐들어온 상황에서는 시시각각 들어오는 정보를 이용해 마침내 단칼에 적의 수장을 벨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원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의 대군을 맞상대하지 않고 이마가와 요시모토만을 노려 단숨에 전쟁을 끝낸다'는 부분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이 대원칙을 염두에 두고, 이마가와의 대군이 쳐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마치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 처럼 춤추고 노래를 하여 의중을 감추고, 최전선의 요새들이 무너질때 까지도 출진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마침내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오케하자마에서 점심 식사 중'이라는 첩보를 들은 순간 공격을 결정, 단숨에 적의 대군을 우회하여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베었다는 것이다. '천하포무'라는 인생 50년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마가와 요시모토 섬멸'은 중간 목표였을 것이다. 이 목표를 세운 후 10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때를 기다리며, 결단을 내린 후에는 질풍과 같이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같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당연히, 손정의의 성공 법칙을 한 번 보았다고 해서 손정의가 될 수 없음을 다시 생각 해 본다.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을 보아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이 법칙을 체화할 수 있다면 내 크기에 맞게 세운 '인생 50년 계획'에 다가 서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손정의는 60대를 목전에 두었고, 몇 년 전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60대이 목표인 후계 작업에 들어 갔다. 그 아카데미아에서 한 연설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성공을 뒷 받침한 '손의 제곱법칙'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이 것을 한 번 보았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20년, 30년, 100년에 걸려서 마음속으로부터 이해했다고, 실력이 생겼다고,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할 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영원한 숙제입니다. 저 역시 아직 그 경지에 도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족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 숙제를 해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것은 회사 경영자나 사업가 뿐만 아니라 대학 학장이나 대통령 등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 리더가 가져야 할 소양, 싸움에 이기기 위한 25문자이기 때문입니다.»

«한시라도 생각을 멈추지 마십시오. 적어도 저는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런 집념, 신념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뜻을 높게 가지십시오. 노력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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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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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원제:블랙스완의 경영학)
- 이노우에 다쓰히코(와세다대학교 교수) -

경영학의 연구 방법에는 통계적 방법과 케이스 스터디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통계적방법은 충분한 수의 적절한 표본을 확보하여야만 하고, 상관관계를 확실히 수치로서 밝혀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인과관계까지 알려 주는 것은 아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표본의 수가 많지 않은 경우에도 논리적 합리성만 갖춘다면 인정될 수 있으며, 단순히 숫자로서 결론을 짓는 통계적 방법에 비해 원인과 영향 등에 대해 인간의 지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학술 논문의 상당수가 통계적 방법을 활용하였음에도 미국 경영학회에서 선정한 최우수 논문만 놓고 본다면 절반 이상이 케이스 스터디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한국번역 제목인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에 대해 내가 이해한 내용이다. 저자는 케이스 스터디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상값 'outlier'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블랙스완'으로서의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점이라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아웃라이어로 버릴 것인가, 아니면 전체 흐름과는 다른 흐름을 규명해줄 실마리가 들어있다고 볼 것인가, 책에 제시된 다섯 편의 연구(논문)사례는 우리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많은 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각 논문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적 교훈(intuition)이 다시한번 친절하게 정리 돼 있다.

1. 단 한 개의 사례라도 분석 시점에 따라 충분한 시사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면밀한 조사 설계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3. 현장에 뛰어들어 예상치도 못한 '발견'을 한다.
4. 추가 분석을 통해 가설의 정밀도를 높인다.
5. 조사 대상을 추적하여 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학문적 방법과 실무적 방법으로써의 케이스 스터디의 차이와 활용법에 대해서도 도움을 준다. 여러번 읽고 공부할 가치가 있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저자가 말하듯, 케이스 스터디의 방법론을 익힘으로써 비단 실무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사고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소중한 발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무에 반영할 수 있을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마지막에 제시된 구몬 사례에서 보듯, 업무의 개선과 프로세스 향상을 위해서는 같은 개념과 용어에 완전히 적응된 다양한 구성원 간의 토론과 사례 공유가 중요하다. 우리 실무를 생각해 보면, 기본적 규정과 용어를 달리 사용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수준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일상적 업무로 여력이 없는 상황 탓도 크지만 그래서는 발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수준의 일을 해내는데 급급해서는 정체할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직원만족과 성과창출에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것이다.
2. 첫번 째 논문 사례(구도심 교회의 혁신). 혁신이 반드시 뛰어난 한 사람의 경영자 또는 주도적 집단이 있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례의 교회는 일반 직원의 작은의견(휴일에 노숙자에 식사제공)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광범위하고 대대적 변화와 혁신(노숙자 종합지원 센터 설립)을 이뤄냈다. 교회가 처한 환경, 구성원의 자발적 행동, 맥락과 행동의 상호작용에 의해 증폭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이란 반드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변화 자체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포착해 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허용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았다. 또한 무엇보다도 변화를 향한, 작더라도 자발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에스기 하루노리의 혁신이야기인 '불씨'에 나타난 모습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하루노리는 변화를 직접 주도하였지만 방향성 제시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자발적인 활동을 할 만큼의 자극과 동기부여에 더 주목함으로써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혁신의 목소리가 높은 우리 회사의 모습과 비교해 보며 생각할 점이 많다.
3. 신문사의 사례에서는 존재 자체를 위협할만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되었다. 기존 체제와 독립적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기존 업종이 아닌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임으로써 인터넷 시대에 변신에 성공한 신문사의 사례에 비춰볼 때, 조선/해양이라는 국한된 분야의 전문성과 practice만을 고집하는 것이 위기상황에서 최선일지 고민해볼 일이라 생각된다. 기존 체제를 고집하고 기존 프로세스 내에서의 변화에만 주력했던 실패 사례들이 왠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4. 헐리웃의 작가 고용사례. 피쳐와 캐쳐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면접 기법이나 평가방식(임원, 리더)에 대해 고민 해 보았다. 우리 면접관들도 저마다의 머리 속에 우수인재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두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것이다. 회사와 직무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를 것이고, 면접과의 성향 또는 직무에 따라 인재의 원형이 다르다면 일관성 있는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해 인사담당자가 요구하는 덕목과 현업리더가 요구하는 덕목이 달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인재상이 왜 필요하며, 특히 직무마다 다를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인사담당자와 현업 의견 중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지 생각 해 보아야 한다.
5. 의료 혁신의 전파 사례.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혁신의 전파 촉진과 저해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임을 밝혀 낸 사례로서, 혁신을 추진 함에 있어 과제 자체의 적절성이나 구체성보다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비교하여 생각하게 한다.

각각의 사례는 연구성과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연구에 사용된 방법들과 연구와 조사의 계획, 프레임들이다. 이것들을 실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번은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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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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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 총.균.쇠
- 제레미 다이아몬드 -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퓰리처상 수상작.

인류문명 발전사에 이보다 더 획기적이고 명료한 통찰을 보여준 저서가 있을까?

'어째서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아 잉카제국을 점령하였고, 왜 반대로 잉카인이 유럽을 정복하지는 못한것인가'
이에 대해 지난 수세기 동안 이어진 서구인의 인종적 우월론을 단번에 뒤집어버리는 지질 생리학적인 새로운 통찰.

어째서 중국은 고대이래 수천년을 이어온 우위를 유럽에 내어주고 종국엔 열강의 쟁탈전의 무대가 된 것인가? 유럽의 만성적인 분열과 중국의 만성적인 통일조차 지리학적 요소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저자는 역사학이 과학이 될 수 있으며, 농경과 국가가 시작된 중동, 오스트로네시안의 태평양 팽창, 인류가 신대륙에 도착한 직후 벌어진 일들이 우리가 실제로 해 볼 수 없는 과학적 실험을 대신 해 준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역사의 교훈은 하나 하나의 사건 뿐 아니라 거시적 흐름에서 과학적 의미에서의 통찰을 준다고 말한다.
70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기쁘게 덮으며, 저자가 8년을 주기로 탈고한 후속작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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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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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 유시민 - 글쓰기 특강

저자 유시민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글쓰기가 본업인 사람이다. 정계 은퇴이후 한동안 소식을 듣기 어려웠다. 그는 이 책을 펴냄과 동시에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이른 바 '글쓰기 코칭'을 하는 등 본업에 충실한 모습이다.
책을 다 읽어내려가는데 막힘이 없이 쉬웠다. 저자가 '글은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알기쉽게 쓸 의무가 있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잘 실천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중간중간 다소 정치적인 흔적들이 보이며 - 내용이 사실인지, 또는 바른 것인지와는 별개로 책의 전체적 주제와 무관한 사족으로 생각된다 -, 마지막 장인 8장이 오롯이 다음 책을 소개하며 어정쩡하게 마무리 된 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참고 삼아 저자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작성하여 유명세를 얻은 계기가 된 '항소이유서'를 읽어 보았다. 부정한 정권을 향한 저항과 반항심이 가득한 이 글은 저자가 이 책에서 자인 한 바와 같이 다소 과장된 수식과 군더더기가 있어 보인다. 뿐만아니라 글 전반에 논리적 비약이 있으며, 이를 잘 포장하기 위해 에둘러 말을 돌리고 살을 붙인 흔적도 보인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의 문체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쉬워, 30년 내공이 그대로 반영 됐다고 볼 수 있다.
나의 글쓰기는 어떨까. 어릴 적, 군대시절 썼던 일기, 편지를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운 때가 많고, 비교적 최근인 2~3년 내에 쓴 글들도 다시 보면 고치게 된 적이 많았다. 이 책은 쉽게 씌여져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고, 나 또한 다시 또 읽어서 저자의 조언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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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미래 - 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
김영익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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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 3년 후 미래
- 김영익 -

저자는 10년주기로 세계적 금유위기가 도래한다는 설을 믿는 듯 하다. 전반적 내용은 미국 국채의 가치하락, 그림자 금융,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바탕으로 한 위기설과 그에 대한 대응 등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일찌기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얻었기 때문인지, 숫자에 대한 과도한 분석으로 그 외의 독특하거나, 지성이 발현되었다고 볼 만한 통찰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는 기존의 산업구조 관점에서 거시적 화폐적 지표를 잘 분석하였기에 금융시장에 대한 시각을 키우는 데 적절한 내용으로 생각된다.

재독. 다시 읽으니 좀 더 눈에 들어온다. 거시경제에 대한 분석력이 아주 우수한 편인 것 같다. 특히 개인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요약한 마지막 부분은 와 닿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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