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15.12]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원제:블랙스완의 경영학)
- 이노우에 다쓰히코(와세다대학교 교수) -

경영학의 연구 방법에는 통계적 방법과 케이스 스터디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통계적방법은 충분한 수의 적절한 표본을 확보하여야만 하고, 상관관계를 확실히 수치로서 밝혀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인과관계까지 알려 주는 것은 아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표본의 수가 많지 않은 경우에도 논리적 합리성만 갖춘다면 인정될 수 있으며, 단순히 숫자로서 결론을 짓는 통계적 방법에 비해 원인과 영향 등에 대해 인간의 지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학술 논문의 상당수가 통계적 방법을 활용하였음에도 미국 경영학회에서 선정한 최우수 논문만 놓고 본다면 절반 이상이 케이스 스터디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한국번역 제목인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에 대해 내가 이해한 내용이다. 저자는 케이스 스터디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상값 'outlier'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블랙스완'으로서의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점이라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아웃라이어로 버릴 것인가, 아니면 전체 흐름과는 다른 흐름을 규명해줄 실마리가 들어있다고 볼 것인가, 책에 제시된 다섯 편의 연구(논문)사례는 우리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많은 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각 논문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적 교훈(intuition)이 다시한번 친절하게 정리 돼 있다.

1. 단 한 개의 사례라도 분석 시점에 따라 충분한 시사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면밀한 조사 설계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3. 현장에 뛰어들어 예상치도 못한 '발견'을 한다.
4. 추가 분석을 통해 가설의 정밀도를 높인다.
5. 조사 대상을 추적하여 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학문적 방법과 실무적 방법으로써의 케이스 스터디의 차이와 활용법에 대해서도 도움을 준다. 여러번 읽고 공부할 가치가 있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저자가 말하듯, 케이스 스터디의 방법론을 익힘으로써 비단 실무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사고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소중한 발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무에 반영할 수 있을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마지막에 제시된 구몬 사례에서 보듯, 업무의 개선과 프로세스 향상을 위해서는 같은 개념과 용어에 완전히 적응된 다양한 구성원 간의 토론과 사례 공유가 중요하다. 우리 실무를 생각해 보면, 기본적 규정과 용어를 달리 사용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수준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일상적 업무로 여력이 없는 상황 탓도 크지만 그래서는 발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수준의 일을 해내는데 급급해서는 정체할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직원만족과 성과창출에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것이다.
2. 첫번 째 논문 사례(구도심 교회의 혁신). 혁신이 반드시 뛰어난 한 사람의 경영자 또는 주도적 집단이 있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례의 교회는 일반 직원의 작은의견(휴일에 노숙자에 식사제공)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광범위하고 대대적 변화와 혁신(노숙자 종합지원 센터 설립)을 이뤄냈다. 교회가 처한 환경, 구성원의 자발적 행동, 맥락과 행동의 상호작용에 의해 증폭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이란 반드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변화 자체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포착해 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허용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았다. 또한 무엇보다도 변화를 향한, 작더라도 자발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에스기 하루노리의 혁신이야기인 '불씨'에 나타난 모습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하루노리는 변화를 직접 주도하였지만 방향성 제시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자발적인 활동을 할 만큼의 자극과 동기부여에 더 주목함으로써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혁신의 목소리가 높은 우리 회사의 모습과 비교해 보며 생각할 점이 많다.
3. 신문사의 사례에서는 존재 자체를 위협할만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되었다. 기존 체제와 독립적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기존 업종이 아닌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임으로써 인터넷 시대에 변신에 성공한 신문사의 사례에 비춰볼 때, 조선/해양이라는 국한된 분야의 전문성과 practice만을 고집하는 것이 위기상황에서 최선일지 고민해볼 일이라 생각된다. 기존 체제를 고집하고 기존 프로세스 내에서의 변화에만 주력했던 실패 사례들이 왠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4. 헐리웃의 작가 고용사례. 피쳐와 캐쳐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면접 기법이나 평가방식(임원, 리더)에 대해 고민 해 보았다. 우리 면접관들도 저마다의 머리 속에 우수인재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두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것이다. 회사와 직무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를 것이고, 면접과의 성향 또는 직무에 따라 인재의 원형이 다르다면 일관성 있는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해 인사담당자가 요구하는 덕목과 현업리더가 요구하는 덕목이 달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인재상이 왜 필요하며, 특히 직무마다 다를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인사담당자와 현업 의견 중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지 생각 해 보아야 한다.
5. 의료 혁신의 전파 사례.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혁신의 전파 촉진과 저해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임을 밝혀 낸 사례로서, 혁신을 추진 함에 있어 과제 자체의 적절성이나 구체성보다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비교하여 생각하게 한다.

각각의 사례는 연구성과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연구에 사용된 방법들과 연구와 조사의 계획, 프레임들이다. 이것들을 실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번은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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