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홀렸던 글과 사람. 가장 좋아하는 책 최대 세 권까지만.
|
누렇고 큼큼한 냄새가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출간된 이 책의 뒷장에, 아버지는 '농민의 아들'(그러나 당신 네 살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열차 기관사였다)이라고 휘갈겨 써놓으셨다. 기관사의 아들도 정신적으로는 농민의 아들이었던 그 시대. 다 이해하지 못하고도 홀릴 수 있는 건 시의 힘이다. |
| 시란 무엇인가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1995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
|
|
그냥 생각나는 장면 몇 개. -종이컵에 뜨거운 녹차를 따라 건내주시려다가 다시 한참을 부스럭부스럭 새 종이컵 봉지를 뜯어 건내주시려던 녹차컵에 포개주시며, '뜨거우니까 조심..' -'내가 사람이 글만 못해서..', '아직도 정신 한 부분이 감옥에 있는 듯 해서..' 아뇨, 선생님. |
|
열 아홉 겨울에, 무턱대고 선생을 찾아갔다. 덜컹거리는 국철을 타고 처음 가보는 눈쌓인 성공회대 연구실에 쳐들어가 막상 할 말이 없자, (당시 중앙일보에 후에 <나무야 나무야>로 묶일 국내여행기를 연재중이셨는데) '저, 또 여행가실 때 따라가면 안되나요?'(평생 이런 황당한 언행은 전무후무하다고 맹세할 수 있다) 어처구니 없는 어린 방문객과 한 시간이나 놀아주셨던 선생의 내공이라니. 웃으며 초대해주셨던 목동 모임에는 가지 못했다. |
|
리스트에 넣어야 하나 조금 망설인.. <벽암록>을 풀이한 책인데, <생각 없는 생각>과 더불어 상당히 좋아헀다. 다시 읽어보니 굵은 줄을 벅벅 쳐놓은 곳에서 이젠 별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변화 때문인가, 조금 궁금하다. |
| 검은 꽃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
|
|
머리보다 마음이 동하고, 대상화('분석적 거리확보'라나..) 하기 보다 동화되고 싶은 작가가 있는데 내겐 김영하가 그렇다. 아마 이 책 때문. |
|
무척 더운 가을날이었고 갈 곳도, 돈도, 한 줌의 명랑함도 없었다. 대형서점에 들어가 김빠진 콜라를 연신 들이키며 읽었고, 찐득이며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문장에 화를 내며 서점 문을 나섰을때 조금 멀미가 났다. 그 멀미의 기억에 <호출>은 나온지 한참만에야 읽었는데, 잠 안오는 밤엔 이 책을 찾게 된다니 이상하다. |
|
소위 '운동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사기꾼들의 시끄러움에 귀가 먹먹할 때, 선생 같은 분도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언제나 그를 지지한다. |
|
요즘도 가끔, 고전문학을 전공해 연암을 좀더 공부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고전/현대문학이라는 웃기는 구분은 제도권 현실에선 상당히 높은 장벽이다) 어쨌든 이십대 초반에 연암을 알게 되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