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의 방점은 고양이일까, 명언탐정일까.

사실 제목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았다. 명언탐정이라니....무슨 탐정인 것은 같은데 어떤 인물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탐정이 있는 곳이 카페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카페.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그것도 SF/판타지로 분류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라이트 추리물 정도로 할까. 살인사건 같은 묵직한 추리물이 아니라, 치매 의심 환자나, 벽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다.

표지에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라는 띠지가 붙어 있어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인다. 표지 그림에도 고양이가 세 마리나 어슬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쇼타로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멋진 탐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 일본에는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이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쇼타로 탐정 고양이” 외에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에서 고양이는 미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비중 없는 고양이를 제목에 끼워넣다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낚인 몸인 걸. 주인공 변호사는 이모부가 운영하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 한쪽에 사무실을 두고 카페 고객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가끔 고양이가 언급되긴 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배경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양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명언탐정’에 거의 70퍼센트 가량의 무게중심이 쏠린 책이다. 사실 책에서 주인공은 갓 변호사가 된 노리오라는 청년이다. 그는 동생 리쓰를 조수로 채용해 일을 보게 했는데 그 동생이 한 마디로 명언 오타쿠다. 오타쿠는 처음에 한 분야에 미쳐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마니아를 넘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리쓰가 명언을 내뱉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4화 사건에서는 완전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언들을 풀어놓을까 조금씩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펴낸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쉽게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명언탐정인 동생 리쓰는 가끔 로봇처럼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여 걷는다. 이런 장면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상상하는 순간 너무 어색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걸 매우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다. 만화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이다.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라는 설명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 4화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사건다운 사건이 의뢰되었고 해결도 멋있게 했다.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맞춰봤을까?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밑줄을 긋고, 명언이라 할 만한 명구들은 옮겨 적고 엑셀에 담아보기도 했다. 주제어를 넣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기는 할 터이다.

명언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들어옴으로써 전체적으로 조금 억지스럽거나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되었다. 좋은 명언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대사, 야구선수의 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한 것이었다. 그런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뛰어난 기억력은 훌륭하지만 잊어버리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앨버트 하버드, 미국 교육자)

17쪽에 나타난 맨 처음 명언이다.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마음에 담았다.

“애정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책 속 문장에서 명언 하나를 뽑았다.
지나친 애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181쪽)

적당히 하자. 오타쿠가 되려면 미쳐야 하지만, 상대에게 미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자녀든 가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한가로운 오후, 따스한 햇빛 아래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나도 명언 한 줄 들어보고 싶다.

깜짝 퀴즈 : 겉표지에는 고양이가 총 몇 마리 그려져 있을까요?
(이 독서후기 서두에 나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세 마리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엉망진창인 관찰력인가. 맞춘다고 상품은 없지만 .....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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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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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전업작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문학의 중심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전하는 진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글.......

대부분 현재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줄라 마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직접 글을 써서 스크래치라는 잡지에 올린 글로 편집되어 있었다. 만줄라 마틴이 직접 인터뷰한 작가는 8명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린 글이다.

33명이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닉 혼비와 록산 게이. 그 중에서도 록산 게이는 유명한 책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책은 읽지 못했다. 결국 왕성한 현대 작가 중 나는 닉 혼비의 책만 두 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놀라워 하는 사실은, 내가 닉 혼비와 록산 게이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지명도의 수준처럼), 33명 작가 가운데 전업작가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닉 혼비와 록산 게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사보에 글을 연재해 대충 원고료가 얼마인지도 알고, 책도 펴내 인세도 받아보고, 대필작가로 다른 사람 책도 써주고 해 봤지만, 정말 얼마나 유명해져야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과연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전업작가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은 내게 무척 큰 관심사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뉴욕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과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집 월세 같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조한 것처럼, 작가들에게도 아직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굶어 죽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굶어죽는 방법은 다양했고, 국문학과를 간다고 해서 다 굶어죽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두 번째 작가 “케이트”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들려 많이 괴로웠다.

“몇 개월 뒤, 나는 10달러가 없어서 체인 미용실인 그레이트 클립에도 가지 못한 채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
한 사람 이상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한 해를 보냈다면 죽어버렸을 거야.” (45~46쪽)

뉴욕 작가들도 대부분 본업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닉 혼비처럼 전 세계에 책이 팔려나가 순식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마침내 잡지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실직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일거리가 줄었으니 식욕도 줄어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식욕은 늘어났다.” (108쪽)

작가도 사회안전망인 4대보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 보살핌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작가의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작가의 책 속에서도, 일 년에 책 4권을 펴냈지만 연봉 400만원에 불과했다고 자조 섞인 호소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인구가 많아서 초판 발행부수가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작가는 우연히 일본 작가를 만났는데, 책을 펴내고도 힘들게 산다는 것을 일본작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가 니나 맥레플린에게 칭찬했지만, 그녀는 칭찬이 식료품을 사주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칭찬과 식료품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콜린 디키는 말한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 (134쪽)

학생들이 일을 관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마틴의 질문에 유명한 작가 록산 게이는 이렇게 말했다.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상황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정말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전 학생들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꿈을 꺾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해요.” (161쪽)

이 책은 편집한 만줄라 마틴은 “글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 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공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그랬다.
작가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책. 한 두 명의 성공한 작가 외에는 모두 식료품을 걱정하고, 집세를 걱정하고, 그러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삶에 대한 책.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든 직업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작가를 할래? 라고 작가 지망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책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들이 작가라는 불꽃을 쫓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난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것이 명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글 쓰는 것이 좋아서라는 것. 그렇지만 살기는 살아햐 하니, 그것이 힘들 뿐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책임부양이 없어지고, 직업도 잃게 되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일까?

본업을 버릴 수 없어 직장을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책.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더 소중한 책이 되었다. 33명 작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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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 두 고양이와 한 남자의 동거, 그리고 이별 이후
도우라 미키 지음, 양수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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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참 독특한 책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어 고양이 책을 모으는 고양이책 수집가로서 이번 고양이 책은 참 특별했다.

일본 작가의 글은 대부분 가볍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는데, 생각을 살짝 바꾸자 오히려 그런 글쓰는 방법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로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진짜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하면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세세한 자기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 책과 그닥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넝쿨에 끌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간혹 얼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았다.

이번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가벼웠다. 마흔이 다 된 노총각에게 두 고양이가 어떻게 다가왔고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저자가 일기 적듯이 적어놓은 글이다.

가벼운 스웨터 차림의 글이었지만, 이번 책은 발랄하지 않았고,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처럼 묵직했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아팠고 첫 번째 고양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낸 뒤 남아있는 한 마리마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통째로 아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고양이도 결국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슬픔보다도, 저자가 아픈 고양이를 위해 어떤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지, 고양이가 죽어서 슬프다기보다, 저자의 간절함에 콧등이 찡해졌다.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이고 있는 현 시대를 비웃듯이, 고양이는 최근 들어 더욱 인간을 정복하여 지구를 고양이제국으로 만들며 왕성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먹이 앞에서 잠시 애교를 떨 뿐이다.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인간과 함께 한 방에서 24시간 생활한다면 정말이지 가족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인간이 독거인이라면 무조건 함께 사는 동물은 가족과 진배없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도 그러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에게도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유일한 반려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해결해주고, 식욕을 해결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사례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우울증과 치매가 크게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그렇지 않겠는가.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그들은 감정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 찾아오지 않는 가족보다는 나을 것이 뻔하다.

저자는 두 번째 고양이마저 보낸 뒤,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자신의 두 고양이를 꿈속에서 만나며 잊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란 순간을 사는 존재다.
인간은 그 고양이와 함께 산다.

고양이 책으로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
녀석은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으므로 배를 마사지해서 변을 밀어내줘야만 했다.
기쥬는 매번 나를 할퀴었고 내 팔은 자해라도 한 것처럼 상처로 가득했다.

...
여전히 그때가 그립다. ...
손바닥만 한 비좁은 곳이라 고양이도 사람도 답답하게 지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문득 ‘행복이란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된 거다.
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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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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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의 극야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북유럽 소설.

 

책제목에 나오는 라플란드 (Lapland)’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핀란드의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를 포함하는 유럽 최북단으로 약 40의 방대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마을이 핀란드의 이곳, 로바니에미에 있다.

 

라플란드는 순록을 키우면서 어업과 사냥을 하는 라프족(Lapp)이 거주하는 곳인데, 그들은 자신들을 사미(Sami)라 부른다. 그러니까 원래는 사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던 지역이었는데, 유럽 문명인들이 침략해 선을 긋고 강제로 국경을 나누면서 순록을 키우는 사미족들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었다. 순록들은 눈 속에 있는 이끼를 찾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흔했고, 이로 인해 많은 지역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의 4개국의 정치적 상황과 순록치기들의 원래 땅주인들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전히 사미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했고 이는 인디언들을 몰아낸 아메리카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스웨덴에서 순록경찰을 접하게 된 저자는 이에 매료되어 순록경찰을 따라 2개월간 사미족들의 순록치기를 경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소설을 완성하였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러한 국가적 배경과 순수한 북유럽 극야의 자원을 물질로 보는 정치적 세력들이 결탁하여 순록치기들의 삶의 터전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추리소설이라는 도구로 환상적으로 재현해내었다.

 

23개 인터내셔널 추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지의 광고문, 그리고 오로라가 하늘에서 강처럼 펼쳐져 있는 북유럽의 환상적인 모습은 처음 책을 본 순간부터 책 그리고 북유럽 그리고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마티스라는 순록치기가 두 귀가 잘린 채로 살해되고, 사미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북이 도난당하면서 라플란드는 온통 두 사건으로 흉흉해졌다.

 

주인공인 니나와 클레메트 순록경찰은 마티스라는 살인 사건과 북 도난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문제를 어렵게만 만드는 일반경찰과의 충돌, 시의원인 정치인의 비밀스런 지도와 야심, 순록치기들의 내부적인 문제들이 얽히면서 암투와 정치와 추리가 이어진다.

 

정치인의 야합으로 주인공이 몰릴 땐, , 정말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달음질하듯 책을 읽어내려갔다. 주인공들과 함께 설산을 헤집으며, 스노모빌을 타고 극야를 여행했다.

 

책을 한 권짜리로 해서 16,000원에 판매하는 건, 독자에게는 참 좋지만 출판사를 생각하면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600쪽이 넘는데 280쪽에서 떡제본이 갈라져 책은 완전히 접히고 말았다.

 

슬픈 소수민족에 대한 아픈 성찰이 있는 책이다. 인간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신들의 기준으로 우열을 만들고, 정복을 합리화하며 부당한 역사를 전개해오고 있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하루 중 태양이 떠 있는 시간은 고작 40. 라플란드의 밤을 상상하기 어렵다. 오직 상상으로만 책을 읽어가도록 만드는 놀라운 책. 이곳에 산타마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극야의 아픔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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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6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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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깊이와 감동이 가득한 팩션 고양이 소설

 

, 책을 덮고 나자 아쉬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가 쓴 다른 책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책 뒤쪽 안날개에는 헤리엇이 쓴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와 크고 작은 생물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주섬주섬 카트에 담았다.

 

이번 책 고양이는 그가 지금까지 쓴 내용들 가운데 고양이 관련만 골라 모은 것이라고 하니 나중에 그의 최초 저작들을 구입한다면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한낮의 평화로움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아지랑이처럼 계속 올라온다.

 

처음에는 수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한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소설이라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 그때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게 소설이었다니. 새삼 저자의 이력이 새롭게 보였다.

 

1916년 생? 100년 전 인물?

최근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고전에 속할 만큼 오래된 책임을 알고 또 놀랐다. 이미 5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 BBC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참 안목이 높고 또 따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왜 이리 가슴 설레게 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하고 로마인 이야기번역은 물론 번역자의 서재책을 낸 김석희의 번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으니 그야말로 3박자가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책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았다. 포켓용처럼 작았고, 책도 200쪽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어서 사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정성껏 써내려간 10개의 고양이 이야기들은 금방 하나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들어 고양이 관련 책이 급부상하며 여기저기서 온갖 고양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특히 고양이책을 좋아해서 수집하다시피 모으고 읽고 있는데 어떤 책들은 돈 주고 사보기 아까운 책들이 종종 나온다. 여기저기 긁어 모아 재탕한 책들도 있고, 이미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던 책을 조금 바꾸어 다른 저자 이름으로 나온 것들도 있어 고양이 책을 고를 때 약간 조심성이 생겼다.

 

그런 실망이 증가되던 때에 만난 수의사 해리엇의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들은 하루의 일상에 묻혀온 스트레스를 몽땅 사라지게 해 주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저자가 수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양이와 살더라도 그 삶의 반경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은 고양이 집사의 고양이 동거 기록들과 사진 에세이류 그리고 인생철학론 등이었다면, 이번 책은 수의사라는 또 다른 선글라스를 끼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약간은 옅은 수채화 풍의 고양이 그림들은 그 자체로 소장의 가치가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문학적 깊이가 가득한, 고양이 이야기 책이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동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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