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의 방점은 고양이일까, 명언탐정일까.

사실 제목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았다. 명언탐정이라니....무슨 탐정인 것은 같은데 어떤 인물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탐정이 있는 곳이 카페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카페.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그것도 SF/판타지로 분류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라이트 추리물 정도로 할까. 살인사건 같은 묵직한 추리물이 아니라, 치매 의심 환자나, 벽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다.

표지에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라는 띠지가 붙어 있어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인다. 표지 그림에도 고양이가 세 마리나 어슬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쇼타로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멋진 탐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 일본에는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이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쇼타로 탐정 고양이” 외에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에서 고양이는 미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비중 없는 고양이를 제목에 끼워넣다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낚인 몸인 걸. 주인공 변호사는 이모부가 운영하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 한쪽에 사무실을 두고 카페 고객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가끔 고양이가 언급되긴 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배경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양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명언탐정’에 거의 70퍼센트 가량의 무게중심이 쏠린 책이다. 사실 책에서 주인공은 갓 변호사가 된 노리오라는 청년이다. 그는 동생 리쓰를 조수로 채용해 일을 보게 했는데 그 동생이 한 마디로 명언 오타쿠다. 오타쿠는 처음에 한 분야에 미쳐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마니아를 넘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리쓰가 명언을 내뱉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4화 사건에서는 완전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언들을 풀어놓을까 조금씩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펴낸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쉽게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명언탐정인 동생 리쓰는 가끔 로봇처럼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여 걷는다. 이런 장면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상상하는 순간 너무 어색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걸 매우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다. 만화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이다.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라는 설명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 4화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사건다운 사건이 의뢰되었고 해결도 멋있게 했다.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맞춰봤을까?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밑줄을 긋고, 명언이라 할 만한 명구들은 옮겨 적고 엑셀에 담아보기도 했다. 주제어를 넣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기는 할 터이다.

명언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들어옴으로써 전체적으로 조금 억지스럽거나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되었다. 좋은 명언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대사, 야구선수의 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한 것이었다. 그런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뛰어난 기억력은 훌륭하지만 잊어버리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앨버트 하버드, 미국 교육자)

17쪽에 나타난 맨 처음 명언이다.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마음에 담았다.

“애정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책 속 문장에서 명언 하나를 뽑았다.
지나친 애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181쪽)

적당히 하자. 오타쿠가 되려면 미쳐야 하지만, 상대에게 미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자녀든 가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한가로운 오후, 따스한 햇빛 아래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나도 명언 한 줄 들어보고 싶다.

깜짝 퀴즈 : 겉표지에는 고양이가 총 몇 마리 그려져 있을까요?
(이 독서후기 서두에 나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세 마리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엉망진창인 관찰력인가. 맞춘다고 상품은 없지만 .....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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