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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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 새로운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작품 중 하나이다. 1990년에 나온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는 대여섯 번을 볼 정도로 노인과 바다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러하니 이번에 이정서 역의 노인과 바다에 대한 기대 역시 남달랐다.

 



나는 늘 패배주의자적인 삶에 종속되어 있는데, 노인으로 대변되는 힘없는 한 사람이 거대한 자연과 맞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어찌할 수 없는 투쟁의 끈질긴 삶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삶의 경지여서 언제나 늘 책 속의 주인공을 존경해왔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111)

 

바다를 향한 노인의 외침은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승리란, 너를 이기는 것이 아니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 책은 진정한 승리문학이라 부를 만하다.

 

이 책의 번역자 이정서는 기존의 고전문학 작품의 번역서들에 대하여 전투적인 자세로 대향해 왔고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작품들은 원문의 내용을 충실히 번역하지 못했고 지나친 의역으로 인해 작품을 훼손했다는 주장을 하며, 의역이 아닌 자신의 직역이 가장 원문에 충실하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자 입장에서는 의역이 더 편할 수도 있고, 직역이 더 불편할 수도 있다. 그것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거나 다양한 환경적 차이에 의한 수용성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어느 번역이 더 나을지는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물론 명백하게 틀린 번역을 하는 것은 논외의 문제다.

 

헤밍웨이가 문학적으로 거친 표현을 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정서의 문장에는 그것으로 번역된 문장이 무척 많았다. 가끔은 그것이 뭘 뜻하는지 읽으면서 즉각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다소 있었다. 물론 그것은 독자의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야만 해. 그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게 남은 전부니까. 그것과 야구 말야.” (새움, 111)

 

하지만 난 생각을 해야 해,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 생각하는 일하고 야구밖에 뭐가 있는가.” (민음사, 105)

 

개인적으로는 민음사의 이 번역이 훨씬 좋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문장을 읽으면서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움 번역본을 읽으면서는, 사실 그러한 사실(번역에 대한 부분)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자꾸 번역의 수준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번역했지 하면서 읽다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을 놓치는 일이 생겼다.

 

가지고 있는 다른 두 권의 책과 비교해가며 보았을 때 세밀한 차이는 매우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바꿔 놓지는 않는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다만, 정치판처럼, 상대를 공격하면서 내 우위를 증명하는 방법은 문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학작품은 문학작품으로 세상에 흔적의 존재를 남겼으면 좋겠다. 지나친 공격은 상업적인 의미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 힘들게 쌓아올린 문학적 성취가 오히려 가려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처럼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으로 승리가 무엇인지를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

 

다 읽고 책 뒤에 수록된 노인과 바다에 관한 깊은 오해, 부록을 읽었다.



 

이 부분을 읽지 않고서는 기존 책들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록에는 기존 번역서들에게서 발견되는 중요한 오역이 원문과 함께 잘 대비되어 있었다. 어떤 문장은 책 내용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기도 했고 어떤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번역자라면 모든 문장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했으리라.

 

다른 번역으로 원전을 좀더 제대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특히 소년으로 번역된 ‘boy’에 대한 고증적 접근은 매우 신선했고 책을 읽는 데 더 큰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제 독자들은 비교하며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각자 마음에 닿는 범위에서 다르게 평가하며 책 읽는 재미를 증가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자에 의한 그 어떤 수준보다 노인과 바다는 그 자체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작임이 분명하다.

 

길 위쪽, 그의 오두막 안에서, 노인은 다시 잠들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대고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는 중이었다.” (마지막 136,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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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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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 중 한 명이라고 했지만 나는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뉴스 앵커였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 표지를 봐도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 그러나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자는 어딘지 모르게 책방 주인 같았다.


 

책을 받기 전부터 설레었던 책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연달아 읽었다. 나의 책방 창업에 대한 무한 그리움을 두 권의 책으로 열고, 뜨거워진 열기를 마지막 책으로 닫을 심산이었다.

 

2월에 일본 헌책방 순례기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시리즈를 2월부터 3월 사이에 다 읽었다. 책방을 소망하고 열망하는 마음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집어든 것이니, 불타오르는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책은 책방에 간다는 것” 1부와 책방을 한다는 것”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는 일본의 서점들을 남편과 같이 순례한 내용을 적은 것이었는데, 2월에 읽었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나왔던 일본의 책방길과 서점이 소개되기도 해 친근함이 들었다.


 


1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점은 모리오카 서점이었다. 오직 한 권. 긴자역에서 800미터라니. 긴자역은 내가 홀로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장 갔을 때 (매우 오래 전 일이다.) 공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무작정 내린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어어리인 도쿄 긴자에서 그 서점은 오직 한 권만 판다. 일주일에 단 한 권의 책만 파는 곳. 저자는 그곳이 결코 서점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한다. 서점 주인이 골라놓은 단 한 권. 그렇지만 주인은 그 독특함으로 그 작은 방을(사진에서 보듯이 정말 코딱지만한 공간이다)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어느새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서점. 한 주간 동안 작가 초청이나 책과 관련된 물품을 진열하는 등 일주일을 매우 분주하게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그리고 일주일에 100권은 거뜬히 판다고 하니, 결코 손해보는 서점은 아닌 듯했다.


 


2부는 책방을 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있어 본격적인 책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 서점 순례가 이어진다. 그녀는 책방을 열기 전에 일본 서점을 두 번이나 둘러보고 왔다. 2부는 책방을 연다는 그 본질적인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방순례기와 병치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제목이 어떻게 진작 할 걸 그랬어라고 정해지는 것인지도 나와 있다.

 

책방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일까. 유명세도 없는 동네 책방에서, 책만 팔아서는 결코 온전한 가게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금방 답이 나온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책방 창업을 고민하는 소시민의 실질적인 고민일 것이다.

 

가수 요조도 책방을 열었고, 노홍철도 책방을 열었고, 김소영도 책방을 열었다. 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이 책방을 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책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책방에 찾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열기를 소망한다. 모두들 진작 할 걸 그랬어!!” 외치며 웃고 떠들고 춤을 추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책 마지막에 책방 주인이 된 저자가 골라놓은 추천도서 10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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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 역사를 통해 시대를 보다
차경호 지음 / 노느매기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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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역사 프리즘을 통해 미래를 여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굳이 청소년용으로 한정해서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표지에 넣은 글귀처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이야기 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부분이 아쉽다. 00 씨의 책들도 학생들만 사본 게 아니라 역사에 목말라 하는 많은 어른들이 함께 사본 것으로 아는데, 출판사의 상업적인 접근이 오히려 스스로 출판시장의 한계를 정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른 역사 인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데, 역사를 공부로 인식하고, 공부는 청소년기 학생만 한다는 생각 또는 판단은 지나친 듯하다. 오히려 방송에서 대화한 그대로 쓰여진 편안한 서술이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 유명한 방탄 소년단을 어느 매체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문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들이 가수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명하고 그들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방탄 차력사라는 책 제목이 시류에 편승한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한 출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애잔한 마음?도 든다. (많이 팔려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개인적으로 출판사나 작가와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책제목을 보면서 왠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책이다. 역사 중에서도 현대사,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민혁명과 탄핵 같은 미래의 역사가 될 오늘의 사건들을 보면서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그런 식으로 진행된 책이다.

 

그래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공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 또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구 지역에서 방송으로 역사를 풀어나간 차경호 역사 선생님의 방송 원고를 편집하여 책으로 펴냈다. 대구는 민주주의의 단초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었지만 어느새 굳건한 보수의 성지처럼 되어버린 대구에서 좀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현대를 분석한 역사 이야기의 썰전 라디오 방송 버전이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책은 1-촛불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시민혁명과 지도자에 대한 역사를 14개 소제목으로 훑어본다




2-잃어버린 시간,은 지역주의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자유민주주의가 왜 논란이 되는지, 일베는 누구인지, 신탁통치와 한반도의 운명 등이 다루어진다. 3-민주주의,는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영웅과 민중을 통해 알아보고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혁명, 우리나라의 남영동, 인혁당 사건, 사일구 혁명, 베트남 학살, 노무현과 문재인, 전태일, 정조의 경제민주화 등을 들여다 본다


4장은 독립운동으로 할애했는데, 우리나라의 바로 위 선조 그러니까 할아버지 뻘되는 분들이 어떻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는지, 경주 최부잣집의 최우와 안중근 의사, 성산 김창숙 등이 다뤄지는데, 사실 마지막 장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헐버트, 배설, 일본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외롭게 독립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고 이방인의 나라에서 목숨을 바친 그들의 숭고한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많이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도 많았고, 혁명, 운동, 반란 등 용어에 대한 정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의 차이점 등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현대 사건으로 시작하여 과거를 들여다 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제대로 살기를 소망하는 이 책의 흐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현대사를 좀더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방탄 차력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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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팝니다 - 상업화된 페미니즘의 종말
앤디 자이슬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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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상업화시킨 자본주의의 폐해



 

페미니즘이 한국 문학계를 강타하고 있다. 201610월에 세상에 나온 얇고 평범한 책 ‘82년생 김지영은 한 정치인의 대통령 선물 이후 갑작스런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한국 문단은 페미니즘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미투 운동으로 숨죽이며 입을 열지 못하던 한국 여성들은 과감하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으며, 오랜 기간 유교의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 아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참고 살아왔던 여성들의 다양한 억압적인 문제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표면 위로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즘에 동참하는 것 같은 사회적 집단 심리동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회문화적 열풍이 오히려 자본주의, 상업주의의 철저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그 시기와 강도가 앞서 있는데, 페미니즘을 자신의 이익 보자기에 담으려는 온갖 시도가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바꾼 채 일상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 본질과 정의와 사회적 함의를 제대로 추스르기 전에 자본주의의 먹잇감이 되어 너덜너덜해지고 만 현 세태를 강하게 경고하는 책이다.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유전자 콩으로 만들어진 변형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시장에 어떻게 동화되어 왔는지를 엠마 왓슨의 유엔 연설 같은 헐리우드 여주인공의 이야기, 할머니 팬츠로 알려진 속옷 페미니즘 이야기, 비욘세라는 연예인을 통해서 살펴보는 연예인들의 행동과 선언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1부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평소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에서의 페미니즘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적 관점을 이미 미국에 도래한 다양한 사태들을 조명하고 분석하며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더 이상 운동의 의미, 선언적 의미의 사상적 기초가 아니라, 또 다른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한 조류가 되어 페미니즘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팬티를 입거나, 그런 책을 읽었다고 선언하는 것들로 변질해가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2부는 1부에 비하면 조금은 더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그렇게 언론과 방송과 영화와 연예인들에 의해 이용당했다면 실질적으로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가 하는 것으로 되짚어보며 결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쓸쓸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권 신장이 이루어졌는지. 여성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아름답다고 하는 개념은 페미니즘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대중문화의 시각으로 한 번도 바라보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은 생각보다 컸다.

 

페미니즘을 문화적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이 충격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런 문제들이 간과되거나 새로 생기거나, 또는 깊이 생각해야 할 그 무엇이 있다는 것들이 충격이었다.

 

우리가 시대의 한 흐름을 바라보고 순수하게 동조할 때, 세상은 자기들의 관점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바다 밑에서 동분서주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거대한 자본주의 세상 앞에서 참으로 나는 미약하고 어리석게 순수했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여성은 자기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기혼 여성이 신용카드를 쓰려면 공동서명인(남편이나 아버지)을 내세워야 했다.” (24)

 

페미니즘이란 선택권을 가지는 거예요!”라고 소리칠 때마다 나는 혀를 깨물어가며 참는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선택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도 않는다. ... 선택 자체가 평등은 아니다. ... 밀에게는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여성이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285)

 

소비자 선택 측면에서의 여권 신장은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 페미니즘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데 자본주의는 평등과 완전히 대치되거든요.”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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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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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현재 바로미터를 보다 잘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우리나라는 과거 조선시대 때 중국을 사대하며 조공을 바쳤다. 물론 조공이 무조건적인 속곡의 의미가 아니라 무역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약소국이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는 거대한 국가였다. 우리는 임금을 세우면 중국의 책봉을 받아야 했고, 명을 섬기며 우리나라의 운명을 그들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 왜놈이라고 깔보았던 일본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먹고 중국을 먹으며 동북아의 호랑이로 올라섰다. 독립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다시 강대국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야 했고, 지리적 분단과 사상적 분단의 아픔 속에  휴전 상태에 있다.

 

중국은 중일전쟁 패배 이후 아시아에서 추락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물론 잠든 호랑이가 언젠가 깨어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만 강호에 파다했다 책은  종이호랑이였던 중국이 정말 깨어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통계적으로사회학적으로역사적으로 일깨우며 주변국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나팔 소리 같은 책이다.

 

세종서적에서 펴낸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전공,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 석사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레이엄 앨리슨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안보, 국방정책 분석가가 쓴 책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국의 국방장관 자문위원인 그가 미국의 행정부를 향해 중국을 조심하라고 외치는 정책조언서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어쩌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하면서 하나둘 그 전조적 현상들을 역사적 시류와 정치적 시류 그리고 사회적 시류 등을 분석하며 꼼꼼하고 날카롭게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중국은 예를 중요시하는 대국인데 미국은 동방의 문화를 모른 채 힘과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관찰은 중국을 같은 아시아권 국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나에게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가 단순하게 물리적인 통계와 역사적 사실로만 미래를 예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논리적인 설명에 금방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가 제시하는 지표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을 오래 전에 넘어섰는데,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 자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랜 과거 아시아 또는 세계의 중앙에 있는 황제국가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되찾아올 충분한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전쟁은 많은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나곤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판단의 실수 또는 감정이나 자존심의 손상으로 피치 못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미국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어서, 이들의 결정이 우리나라의 모든 것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이 두 나라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대적인 변신으로 온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사대의 대상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꾼 한국은 우방, 혈맹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미국 때문에 싸드를 배치해야 했고, 결국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한국, 북한을 주축으로 중국, 미국, 일본은 모두 변화의 태풍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공은 굴러가야 하고 어디로 굴러갈지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누가 적인지도 모를 그 미지의 적을 조금씩 더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면에서 묵직하고 두꺼운 이 책은 나름의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다. 책 전면에 박아넣은 번쩍이는 수상 타이틀들은 이 책이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금 시기에 딱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400쪽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는 두께의 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 모습보다 더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잠재적인 적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다고 재빠르게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정된 전쟁,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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