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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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현재 바로미터를 보다 잘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우리나라는 과거 조선시대 때 중국을 사대하며 조공을 바쳤다. 물론 조공이 무조건적인 속곡의 의미가 아니라 무역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약소국이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는 거대한 국가였다. 우리는 임금을 세우면 중국의 책봉을 받아야 했고, 명을 섬기며 우리나라의 운명을 그들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 왜놈이라고 깔보았던 일본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먹고 중국을 먹으며 동북아의 호랑이로 올라섰다. 독립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다시 강대국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야 했고, 지리적 분단과 사상적 분단의 아픔 속에  휴전 상태에 있다.

 

중국은 중일전쟁 패배 이후 아시아에서 추락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물론 잠든 호랑이가 언젠가 깨어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만 강호에 파다했다 책은  종이호랑이였던 중국이 정말 깨어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통계적으로사회학적으로역사적으로 일깨우며 주변국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나팔 소리 같은 책이다.

 

세종서적에서 펴낸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전공,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 석사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레이엄 앨리슨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안보, 국방정책 분석가가 쓴 책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국의 국방장관 자문위원인 그가 미국의 행정부를 향해 중국을 조심하라고 외치는 정책조언서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어쩌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하면서 하나둘 그 전조적 현상들을 역사적 시류와 정치적 시류 그리고 사회적 시류 등을 분석하며 꼼꼼하고 날카롭게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중국은 예를 중요시하는 대국인데 미국은 동방의 문화를 모른 채 힘과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관찰은 중국을 같은 아시아권 국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나에게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가 단순하게 물리적인 통계와 역사적 사실로만 미래를 예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논리적인 설명에 금방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가 제시하는 지표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을 오래 전에 넘어섰는데,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 자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랜 과거 아시아 또는 세계의 중앙에 있는 황제국가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되찾아올 충분한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전쟁은 많은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나곤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판단의 실수 또는 감정이나 자존심의 손상으로 피치 못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미국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어서, 이들의 결정이 우리나라의 모든 것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이 두 나라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대적인 변신으로 온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사대의 대상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꾼 한국은 우방, 혈맹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미국 때문에 싸드를 배치해야 했고, 결국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한국, 북한을 주축으로 중국, 미국, 일본은 모두 변화의 태풍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공은 굴러가야 하고 어디로 굴러갈지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누가 적인지도 모를 그 미지의 적을 조금씩 더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면에서 묵직하고 두꺼운 이 책은 나름의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다. 책 전면에 박아넣은 번쩍이는 수상 타이틀들은 이 책이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금 시기에 딱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400쪽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는 두께의 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 모습보다 더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잠재적인 적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다고 재빠르게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정된 전쟁,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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