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 전야 - 촘스키, 세계의 미래를 향해 던지는 고발장
노엄 촘스키 지음, 한유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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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멸전야> 폭력 미국에 대한 촘스키의 준엄한 비판

 

노엄 촘스키

 




노암 촘스키라고도 한글로 표기되는 그는 언어학 박사다. 나는 그의 이름을 언어학을 다룬 책에서 먼저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최근 들어 국제문제, 미국의 해외정책 등에 관한 저술과 강연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엄격하게 표현한다면 미국 비판주의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민주주의를 방해하고 있다며 정면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그들의 결정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파멸전야를 통해 미국의 부당한 폭력과 테러리즘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국제경찰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국제깡패로서의 모습을 다양한 자료와 정보들을 총동원하여 까발린다. 어쩌면 그는 미국이라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숨겨진 미국의 야심과 부당한 행동들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두꺼웠고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 긴 호흡으로 읽었다. 읽는 시간도 당연히 오래 걸렸다. 방대한 저작이었다. 몰랐던 정보들이 백과사전처럼 가득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우리는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민족자결주의를 말한 윌슨 대통령을 믿고 삼일운동을 벌였지만, 발칸반도와 동유럽 패전국의 광대한 영토를 민족에 따라 여러 국가로 분리하여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몰랐던 것과 같았다. 고종이 일본의 불법적인 침략 앞에 조미통상조약의 상호주의를 굳게 믿고 미국만을 바라봤던 그 어리석음의 상태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촘스키의 비판은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 오바마, 트럼프에 이어지기까지 거침이 없었다. 특히 오바마의 두 얼굴에 대한 비판은 사실 충격적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한 이미지, 평화의 이미지, 약소자에 대한 배려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깨어지고 무너졌다. 특히 고집불통 이스라엘 편에 서서 세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 후안무치함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힘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가장 큰 우방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우산이 사라진다면 당장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벌벌 떨며 미국의 손짓, 눈짓만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미국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좀더 선명해졌다. 하루빨리 미국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서로의 이익이 남아 있을 때는 우방일 수 있지만, 그 이익의 임계값이 무너지면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는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이 세계의 경찰이고, 자신의 말이 곧 세계의 법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세계평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계의 석학, 노엄 촘스키의 걱정이 그저 기우가 되길 간절한 마음뿐이다. 책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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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꿀벌 - 약탈과 창조, 자본주의의 두 얼굴
제프 멀건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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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메뚜기와 꿀벌>

자본주의 두 얼굴과 미래의 대안 이야기 

독서를 하면서 얻게 된 큰 이점이라면, 결코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지식의 증가는 물론이며, 지식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하나하나의 톱니만 보며 살아왔던 내게, 서로 맞물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의 기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톱니바퀴는 혼자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최초의 원동기어가 모터에 의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기어에 맞물린 수많은 종동기어들이 자신의 바퀴 숫자에 맞춰 자신의 속도로 돌아가며 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생긴 문제의 원인이 연결되고 연결된 저 건너편 기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문제를 풀려면 당장 여기에서 뭘 할 수도 있겠지만 저기서도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독서를 거의 마무리 지을 즈음 보게 된 영화 “목격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였지만 너무 시의적절한 만남이어서 독서의 폭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순히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는 공포 속에 닫힌 도시인들, 결국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자 많은 대사 속에, 피해자들의 눈물 속에 자본주의가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 노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결국 그 삶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최대의 이익주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 중심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살인사건 이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사라졌는데도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남편을 저지하며 아파트 시세만 걱정하는 못난 사회를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자본주의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와 혁신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의 자본을 빼앗아가는 약탈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꿀벌은 꽃을 좇아가며 사람에게 이로운 꿀을 생성하지만, 메뚜기는 논과 밭과 나무를 휩쓸고 다니면서 자신의 욕심만 채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함만 남는다.

자본주의가 어떤 생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책은 경제학자가 쓴 책이 아니라 사회혁신 전문가가 집필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혁신을 꾀할 수 있을까를 논한 책이라고 보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은 전반부에 자본주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자본주의가 진짜 자본주의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했던 유토피아가 어떤 세상이었는지 철학적 접근, 학문적 접근, 그리고 다양하게 시도된 경제 유토피아 사례들의 흔적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훑으면서 자본주의의 특성을 파악해본다.


그리고 후반부로 들어가면, 결국 약탈자의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혁신해나갈 수 있을지 <11장. 새로운 배열 : 사회는 어떻게 도약하는가>에서 10개의 소제목으로 밝힌다.


아마도 이 책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1. 집단 지성과 집단 창조성 동원하기

로베르트 웅거는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현재에 저항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를 법칙처럼 고정된 것, 변형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370쪽)

지식은 오픈소스처럼 개방됨으로써 집단 지성을 강화하게 개인 발명가를 통한 발전이 아니라 집단 창조성을 통해 자본주의가 성장할 때 자본주의는 약탈자가 아니라 창조와 혁신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구별해야 하며, 진실의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데이터의 약탈적 행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 자본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고 우리의 시중을 들게 하며, 소유와 통제를 함께 대중화하기

3. 지속 가능하고 협업에 기반한 소비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모든 형태의 낭비 및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슬로푸드, 자발적인 소박한 삶, 비만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노력 등은 소비를 좋기만 한 것으로 보던 데서 때로는 후생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반영한다. (388)

우선, 선택이 늘 좋은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 너무 많은 선택지는 선택을 방해한다.
적어도 몇몇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가질 것인가’ 자체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함’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얼마큼이면 충분한 것인가? 20세기 성장모델은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를 전제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너무 많이 가지면 오히려 역량이 약화된다. (389)

4. 생산과정을 더 순환적으로 만들고, 유지 보수의 경제 성장시키기

전통적인 생산 모델은 물질, 노동, 에너지를 투입해서 물리적인 생산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물건이 쓰고서 버려지면 땅에 파묻는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도 최종 제품의 무게보다 몇 배나 많이 나가는 막대한 쓰레기가 나온다.

대안은 생산을 ‘닫힌 고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든 자동차든 어떤 물건이 유용한 수명을 다하고 나면 거기에 들어간 부품들을 수거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393)

5. 노동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놀이를 삶의 일부로 만들기

많은 이들에게 노동은 불안정하고 충족감을 주지 않으며 불공정하다. 하지만 노동은 정체성과 사회적 인정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실업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396)

놀이는 안정성에 의존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놀이에서 경쟁한다. 또 놀이는 자율성과 협력 둘 다를 가르친다. 그리고 좋은 노동이 그렇듯이 놀이는 우리는 더 온전히 살아 있게 해준다. (401)

6. 교육, 건강, 복지를 도구적 목적뿐 아니라 관계적 목적 위주로 재구성하기

현대 생물학과 사회과학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임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우리의 행복, 자존감, 자긍심,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의존한다. (407)

7. 화폐 이외의 다양한 교환 체계 갖추기

8. 부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규범 촉진하기

9. 중요한 것 측정하기

10. 공적 미덕과 사적 미덕 모두를 갖춘 ‘마음 씀’ 육성하기

‘지능’은 단지 정보 처리나 사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동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능은 목표나 사고방식에 대한 ‘성찰’도 포함하며, 성찰은 개인에게만큼이나 사회에도 중요하다.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혁신의 수단뿐 아니라 목적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하고, 새로운 지식의 윤리적 차원들도 성찰해야 하며, 서로 다른 주장과 임무들의 상대적인 타당성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421)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결국 영화 <목격자>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중앙 화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을 켜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를 수없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한 “깊은 마음”을 쓰지 않았다. 나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타인의 안전은 관심 밖이었다. 내가 깊은 마음으로 타인의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내딛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가 나도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피해자는 바로 내 가족일 수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 그 타인의 익명성은 결국 자신의 익명성과 동일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약탈자의 특성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꿀벌의 창조와 상상력과 혁신의 특성이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맛있는 꿀로 나타나도록, 우리는 더 준비하고, 희생하고, 깊은 마음을 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주제가 무거웠고, 책도 두꺼웠고,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이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책이었다.

“얕은 마음”을 버릴 용기를 준 고마운 책이다.
내 가족이 소중하듯이 이웃의 가족도 소중하다.
내가 얕은 마음을 버릴 때, 자본주의도 약탈자에서 협력자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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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윌리엄 켄트 크루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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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엄청나다.

올해 읽은 최고의 !!

 

 책이  추리장르에 속해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책은 전무후무한 전미 7 미스터리상을 석권했다.



 

에드거 배리 매커비티 앤서니 딜리스 미드웨스트 북셀러 초이스 레프트 코스트 크라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뽑혔으며워싱턴포스트는 “크루거의 순수에 대한 애가는 가슴 깊이 기억할 만한 이야기다라고 평했다. 2016년에 아마존 리뷰가 2,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영어 원작 제목은 “Ordinary Grace”인데 이를 직역한다면 “일상의 은혜” 정도가  듯하다제목만으로 보면 약간 종교서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사실  책의 이야기는  목사 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원어 그대로 책을 내놓으면  팔릴  같아서 제목을 바꾼 건지 모르겠다일본어 판을 봐도 우리처럼 심하게 바꾸어 놓지 않았다ありふれる (일상적인 기도정도로 해석이 되려나

 

그렇지만 “철로  강물처럼이란 제목은 그다지 상업적이지 않아 보이고 미스터리물 제목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같은데 제목에 대한 미스터리는 초반에 풀린다.

 

철로  강물은 철로를 뜻한다같은 곳에 있지만 결코 같지 않은 사물이다강물도 마찬가지이다어제와 같은 곳에 그대로 있는  하지만 결코 어제의  강물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죽음을 경험한 아버지는 미래가 창창한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목사의 길을 선택하고변호사의 아내가   예상했던 아내는 그런 남편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딸은 아름답지만 언청이로 가끔 놀림을 받았고막내 아들은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심하게 더듬어  안으로만 숨는다.

 

 중간에 있는 열세  프랭크가 주인공인데책은  아이의 눈으로 가족사와 미국 1960년대 시대상를 훑으며 5개의 죽음을 마주하고 풀어놓는다 책은 죽음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요소가 들어 있지만 프랭크라는 아이의 성장소설에 가깝다그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섯 개의 죽음을 경험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만큼 성장한다물론 가장  죽음은 가족의 죽음이지만.

 

우리는 결국  죽어서 다시 만날  있게 된다강물처럼 합쳐지게 되고 철로처럼 만나게 된다. 40년이 지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프랭크의 시선을 쫒아가 보자 7 상을 휩쓸었는지 알게  것이다  책을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있는지진정한 문학작품이라고 부르는지.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너무 아쉬웠다프랭크와 함께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훌쩍 커버린  같았다아직 커야  키가 남아 있었다면 말이다그리고 어쩌면 프랭키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던 동생 제이크에게서 우리는  많은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그가 자신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자신을 괴물이라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우리의 삶은 죽음과 함께 성장한다죽음을 빨리 이해할수록 삶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풍성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삶의 일상은 죽음과 같이 거대하거나 뭔가 중요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사소하고 자잘하고  흐르는 강물과 같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은혜하루하루의 반복적인 삶을 오히려  감사할  있을 것이다그것이 바로 일상의 기적이 되지 않을지.

 

책장을 덮자마자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주저없이 선정했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으로 다시 사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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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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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부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이라고 달았다.

참 맛깔나는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는 당연히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무기가 삼킨 그 코끼리다.

그러니까 어른들 눈에 엉뚱하게 비쳤던 그 모자가 사실은 이무기이고, 모자처럼 보인 이유는 이무기가 코끼리를 삼켰기 때문인데, 어른들은 그저 겉모습만 보고 모자라고 판단해 버렸다.

 

그래서, 이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저마다 이무기의 다른 변형이다. 표지를 보면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코끼리를 이루고 있는 온통 산만한 저 사물들은 모자이고, 빨대이며, 구두, 반창고, 가위, 책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코끼리 몸을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바코드 리더기와 드론 같은 최신 사물도 보이고, 옛 가옥이나 빌딩, 계단 같은 이색적인 사물도 보인다. 결국 그것들은 겉으로 보기에 코끼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다른 깊이와 넓이로 존재하는 사물들이다.

 

문학평론가인 함돈균은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인 시야로 결합시키는 현장비평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그의 이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눈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그러나 무뚝뚝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몰래 숨겨놓은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하나의 사물씩 탐독했다. 거의 70개에 가까운 사물들이 저자의 눈에 포착되어 아낌없이 다른 모습으로 관찰되고 사유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물이라고 생각되는 가위, 단추, 라디오, 만년필 같은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상 잇템인 귀도리(나는 이 책에서 귀도리를 처음 알았고 얼른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나는 아직 한번도 실제 귀도리를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 이제 알았으니 이번 겨울에는 만나볼 수 있으리라.) 텀블러, 구르프, 핫팬츠, 핫바디 같은 것들도 있고, 인형뽑기 기계, 콘센트, 스툴, 스쿨버스, 주유기 같은 사회적인 것들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지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벗어날 길이 없다.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그 사회가 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르겠다. 우리는 사물을 사물 그 너머에 있는 추억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빗이나 철조망 같은 그런 사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아픔과 아련함 같은 그 뾰족한 무엇. 그래서 실타래는 우리에게 문제라는 것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실마리를 찾아 끈기 있게 풀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면 좋겠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참 쓸모 있고 좋은 건, 사물이라 이름 붙인 다양한 작은 것들 어딘가에 깊이와 넓이와 사유와 행복과 감사와 사랑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결코 책에 소개되지 않았을 많은 작은 것들이 이제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물들을 작가의 글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에게 유년기가 잇는 것처럼, 사물에도 유년기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세상에 출현하는 최초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008)

 

사람살이는 곧 인공 사물과 관계 맺는 일이다.

삶은 도구와의 관계 연속성 안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연속이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람보다 도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길다. (009)

 

(가위) 어릴 때 자주 들리던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소리.

그 가위는 아무것도 자르지 않는다. 두 개의 날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명랑한 율동감과 소리 자체로 음악적 퍼포먼스를 구현할 뿐이다. (020)

 

(노란 리본) 우리의 봄은 결코 2014년 세월호 사건 이전의 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변색된 봄의 이미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사물에 대한 사람의 감수성을 이전이후로 확연히 나누는 절단면, 이것을 철학자 들뢰즈는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고처리되면 끝나지만, ‘사건은 집요하고 철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059)

 

(다이어리) 마법은 그때 시작된다. 이 사물은 시간의 주인이 되려는 개인의 의지와 소망을 담은 노트다. ... 미래는 본래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방향에 놓인 시간의 속성을 뜻하는 말이다. (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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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착각 - 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스티븐 슬로먼 & 필립 페른백 지음, 문희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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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무지하다는 걸 지식으로 증명해주는 책.

 

책 목록을 보자.




엄청난 지식들로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 감히 이 책을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얼마나 가짜로 똑똑한 체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니, 사실 굳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코넬 대학교에서 평생을 보낸 데이비드 더닝 심리학자는 수많은 일상생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무지가 심각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놀랐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여졌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그 지식 나부랭이가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 위에 지어져 있는지 알려 드리리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온갖 실험 결과와 사례들을 빼곡하게 설명한다.

 

감사한 것은, 나는 애초에 내가 그렇게 지식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저자의 생각을 수용했다.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어쨌든 저자들은(두 명이 함께 썼다.) 책 초반에 우리들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박에 깨우쳐 준 뒤, 공동체 지식의 놀라운 힘, 똑똑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마는지 알려준다.

 

어쨌거나 이 책은 독자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습득하게 하고, 나아가 그러한 무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깨알 팁을 알려주는 좋은 책에 속한다.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했고, 뇌를 두드리며 난 좀 더 똑똑해!”라고 반항하게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결과적으로 나는 조금 더 똑똑해졌다.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조금 더 진솔되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더 겸손한 사람이 되게 했고, 조금 더 교만한 사람이 되게 했다. (내가 무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놀라운 건, 무지의 결정체인 인간이 모여 이 놀랍도록 눈부신 과학기술을 발명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발전의 속도가 어마무시하다. 특히 나는 가장 최전선에서 기업들이 창조해내는 신기술을 맛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놀랍도록 신기한 기술들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인간은 한 명씩은 무지하지만, 미세한 무지가 먼지처럼 모인다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0+0+0+0+0+0+0+0+0=2 이런 공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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