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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윌리엄 켄트 크루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평점 :
<철로 된 강물처럼>
엄청나다.
올해 읽은 최고의 책!!
이 책이 왜 추리장르에 속해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전무후무한 전미 7대 미스터리상을 석권했다.

에드거 상, 배리 상, 매커비티 상, 앤서니 상, 딜리스 상, 미드웨스트 북셀러 초이스 상, 레프트 코스트 크라임 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뽑혔으며, 워싱턴포스트는 “크루거의 순수에 대한 애가는 가슴 깊이 기억할 만한 이야기다”라고 평했다. 2016년에 아마존 리뷰가 2,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영어 원작 제목은 “Ordinary Grace”인데 이를 직역한다면 “일상의 은혜” 정도가 될 듯하다. 제목만으로 보면 약간 종교서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목사 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원어 그대로 책을 내놓으면 안 팔릴 것 같아서 제목을 바꾼 건지 모르겠다. 일본어 판을 봐도 우리처럼 심하게 바꾸어 놓지 않았다. ありふれる 祈り(일상적인 기도) 정도로 해석이 되려나?
그렇지만 “철로 된 강물처럼”이란 제목은 그다지 상업적이지 않아 보이고, 또 미스터리물 제목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책 제목에 대한 미스터리는 초반에 풀린다.
철로 된 강물은 철로를 뜻한다. 같은 곳에 있지만 결코 같지 않은 사물이다. 강물도 마찬가지이다. 어제와 같은 곳에 그대로 있는 듯 하지만 결코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죽음을 경험한 아버지는 미래가 창창한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목사의 길을 선택하고, 변호사의 아내가 될 걸 예상했던 아내는 그런 남편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큰 딸은 아름답지만 언청이로 가끔 놀림을 받았고, 막내 아들은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심하게 더듬어 늘 안으로만 숨는다.
그 중간에 있는 열세 살 프랭크가 주인공인데, 책은 그 아이의 눈으로 가족사와 미국 1960년대 시대상를 훑으며 5개의 죽음을 마주하고 풀어놓는다. 이 책은 죽음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요소가 들어 있지만 프랭크라는 아이의 성장소설에 가깝다. 그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섯 개의 죽음을 경험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만큼 성장한다. 물론 가장 큰 죽음은 가족의 죽음이지만.
우리는 결국 다 죽어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 강물처럼 합쳐지게 되고 철로처럼 만나게 된다. 40년이 지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프랭크의 시선을 쫒아가 보자. 왜 7개 상을 휩쓸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왜 이 책을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진정한 문학작품이라고 부르는지.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너무 아쉬웠다. 프랭크와 함께 한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아직 커야 할 키가 남아 있었다면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프랭키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던 동생 제이크에게서 우리는 더 많은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가 자신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자신을 괴물이라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삶은 죽음과 함께 성장한다. 죽음을 빨리 이해할수록 삶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더 풍성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삶의 일상은 죽음과 같이 거대하거나 뭔가 중요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자잘하고 늘 흐르는 강물과 같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은혜, 하루하루의 반복적인 삶을 오히려 더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상의 기적이 되지 않을지.
책장을 덮자마자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주저없이 선정했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으로 다시 사야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