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일터신학 - 무엇으로 일하고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원용일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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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일 직장사역연구소 소장의 사물의 일터신학

 

왜 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물 일터신학

 

 

반성경적인 직업만 아니라면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과 동일한 성스러운 일이라는 칼뱅의 직업 소명론을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온전히 영적으로 체화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이론으로 암기해야 하거나 이해를 필요로 하는 항목이 아니었다. 날마다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직업전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면서 어떤 시간들은 하나님의 임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이 일이 하나님의 사명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많았다.

 

교회에서 제자반 공부를 하면서 목사님과 함께 열심히 말씀을 읽고 관련된 책을 읽으며 평신도 직업인의 소명에 대하여 공부를 했다. 일터신학은 첫 직장을 가졌던 1991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명쾌하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영적 아킬레스건이었다. 오스 기니스의 소명부터 방선기 목사님의 크리스천@직장, 폴 스티븐스의 일과 신학그리고 팀 켈러의 일과 영성까지 읽었지만 여전히 확신은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원용일 직장사역연구소 소장의 사물의 일터신학을 만났다. 원용일 소장은 작은 월간지 <일하는 제자들> 편집장을 했다고 한다. 많이 반가웠던 것은 <일하는 제자들>을 정기구독으로 꾸준히 읽기도 했었고,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당시 꽤 유명했던 가족신문 원지네<일하는 제자들>에 실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관하고 있지 않아 정확히 어떤 내용이 실렸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정기구독하던 당시 편집장님이 원용일 소장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물의 일터신학은 상당히 독특한, 개성 넘치는 책이었다. 국내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기독교 작가가 있다는 생각이 가슴이 뿌듯해졌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왜 일하는가?

2. 어떻게 일하는가?

3. 누구와 일하는가?

4.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사물의 일터신학은, 성경의 인물들이 어떤 사물을 사용해 하나님의 일을 했는가를 추적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이 땅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직장 일이든 하나님의 일이든,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는 거의 반드시 어떤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이라 깊이 신경을 쓰지 않지만, 지금 이 독서후기도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 작성하고 있다.

 

첫 사례로 나온 엘리사의 열두 겨릿 소는 이제껏 성경을 읽으면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인데, 열두 마리의 소를 이용해 일을 해야 할 만큼 매우 부자였던 엘리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인들과 함께 직접 소를 다루며 열심히 일을 했다는 저자의 분석은 신선함과 함께 큰 도전을 주었다.

 

하나님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부르신다.

엘리사는 일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소명의 중요한 요소가 여기에 있다. (021)

 

저자는 성경  인물들이 사용했던 지팡이손수건과 앞치마곡식창고물맷돌곡식물동이나무  묶음창과 수금금송아지돈궤만나와 메추라기박넝쿨  다양한 사물들을 분석하며 하나님의 뜻을 찾았다지금까지 대부분의 책은 성경  인물이 관심 대상이었지만 저자는 인물에서  걸음  들어가 그들이 사용한 사물을 통해 하나님의 숨겨진 뜻, 우리의 자세를 영적으로 분석해 들어갔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어떤 도구를 가지고 일하는가? 하나님이 모세에게 주신 지팡이처럼, 내게 주신 일터 사물은 무엇인가. 그것으로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가. 이 책을 통해 무엇 때문에 일하고, 왜 일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지 좀더 깊게, 깊숙이 알게 되었다.

 

저자는 신학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물을 객체로 가져와 매우 재미있는 책을 만들었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선하고 쫄깃쫄깃하다. 색다른 시선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을 되돌아볼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모든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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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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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작가가 그린 늑대의 생존이야기.

 

시베리아 칼바람이 부는 바이칼호에 푸른늑대가 이끄는 한 무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 다섯 번째 찾아오는 겨울은 혹독하기 그지없어 이곳에서 살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젊은 늑대들은 경험해보지 않아 다섯 번째 겨울의 무서움을 모른다.

 


혹한이 오면

늑대는

얼어죽지 않는다.

굶어 죽는다.

(26)

 


 

바이칼호의 겨울이 고스란히 푸른 그림으로 재현된 가운데 펼쳐지는 푸른늑대의 겨울 생존기는 처절하다. 살아남기 위해 건너편 회색늑대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건너가기로 한다. 건너간다는 것은 회색 늑대와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굶어 죽느냐, 잡혀 죽느냐, 둘 중의 하나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실제 야생 늑대들의 수명은 3년 가량 되는데, 많은 경우 동료 늑대간의 싸움에 의해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늑대의 이야기다참조)

 

치밀한 전략을 짜고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간 푸른늑대 무리는 가까스로 승리를 쟁취하지만 곧 회색늑대보다 더 무서운 인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들은 과연 총을 들고 훈련된 사냥개들이 뒤쫓는 가운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인간인 독자는 인간의 편에 서 이야기를 뒤쫓지 못하고, 늑대의 편에서 늑대를 응원하며 책을 읽게 된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다.

결국 죽음은 필연적인 것인데, 그렇다고 죽음을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

모든 생명체는 삶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치게 되어 있다.

살기 위해선 달려야 한다.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에 위대한 반전을 시도한다.

이렇게 감동적인 반전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감동적인 패배, 이렇게 감동적인 죽음이 어디 있을까.

 

늑대는 절망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죽음에게 졌을 때 죽을 뿐이다. 숨이 끊어지면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136)

 

2003DVD늑대를 보고 나서 기존의 늑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모두 버렸다. 늑대는 사람이 위협하지 않는 이상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늑대는 겨울에 들쥐를 잡아 먹으며 버텨낸다. 2004년에는 필릿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를 읽으며 늑대에 대한 정보의 깊이를 더했고, 이번 푸른 늑대의 다섯번째 겨울을 읽으면서는 야생 늑대의 7년간의 기록글인 이것은 어느 늑대의 이야기다를 거의 동시에 읽었다.

 

인간은 늑대를 너무 모른다. 너무 모를뿐더러 옛날부터 나쁜 이미지로 전해져 와 어릴 때부터 악한 캐릭터의 대표적인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늑대는 가장 인간친화적이며, 개와 닮았고, 한 배우자와만 사랑을 나누며 대를 이어가는 순정파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 호호 불며, 이불을 덮고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들기를.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의 푸른 호수가 당신 가슴을 파고 들 것이다. 150여 쪽의 얇은 책이다. 움직이지 않고 앉은 채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 청소년 자녀와 함께 읽고 늑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우리 역시 절망하지 않는 법을 배울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체온을 나누어 삶을 이어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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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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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도 상처는 핏빛으로 남아.

 

상처는 어떻게 세월 속에서 그 생명을 유지하는가.

상처는 사람의 몸속에 칼을 박아 넣고 있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숨겨질 뿐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줄 경우, 상처는 살아남기 위해 그 사람을 숙주 삼아 평생 동안 그를 휘감아 꼼짝 못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상처는 결코 저절로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존재가 아님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다 잊었을 거야.

20년이나 지났는데 옛날 일 가지고 뭘 그래.

 

그렇지 않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손 잡아주는 한 명의 친구도 없이, 도와주는 선생님도 없이 홀로 맞서야 했던 집단왕따와 집단폭력의 잔인함. 그 잔인함의 영속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입니다.

 

20년이라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 지나도, 피해자들은 폭력을 당하던 20년 전의 그 때의 나이로 머물러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붙들린 것처럼 단단히 들러붙어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나를 때리던 아이들이 몇 명인지, 그 얘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벽에 등을 붙이고 울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눈물을 삼키던 그때의 감정은 도저히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거예요. 10년이 넘도록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왔는데 (243)

 

2019년 유튜브에 <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제목으로 10여분 가량의 동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100만의 조회수를 넘기며 만 개 이상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나도 그러했노라고, 나도 아팠노라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용기내 준 당신 덕분에 내가 힘을 얻었노라고,

 

그러나 댓글 가운데에는 성인이 다 된 지금까지도 대인기피증에 사회생활을 힘들어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얼굴을 공개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낸 그녀는 가면을 쓰고서 영상 출연에 동참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20, 30년 가슴에 묻어 두었던, 가족들도 이 정도일 줄 까맣게 몰랐던 그때의 나와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피해자에게, 서로의 동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가해자들이 세상에서 착한 사람으로,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포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누구는 경찰이 됐고, 누구는 소방관이 됐고,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진짜 너무 화가 나요. 화나서 잠도 안 왔어요. ‘네가? 그랬던 네가? 경찰서에 잡혀 가야 하는 사람인 네가사람 목숨 하나 죽일 뻔했던 네가?’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울먹이며) 가해자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그냥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었으니까요. (51)

 

저에게도 학창시절에 책에 소개된 최고령자 권배님과 비슷한 경험이 중학교 1학년 때 있었습니다. 반장보다 선생님보다 더 힘이 막강했던 그 친구, (, ‘그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는 아무것도 모르는 반 친구들을 때리고 자기 기준으로 좋은 아이와 나쁜 아이를 갈라세웠습니다. 반 전체를 공포로 몰아갔습니다. 쉬는 시간은 숨도 쉬지 못하는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이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후폭풍이 너무 눈에 선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서웠습니다.

 

책에서 성호라는 친구는 선생님에게 얘기를 해 봤지만, 선생님은 친구의 고통을 업무로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서류 1장짜리 업무, 처리해야 하는 일의 증가일 뿐이었습니다.

 

저도 선생님에게 얘기해 본 적이 있어요. 얘기했다가 조사하는 데만 3달이 걸렸어요. 그리고 그 3달 동안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학교에 소문만 퍼졌어요. “얘가 신고했다. 찌질하게.” “남자끼리 싸운 건데, 장난친 건데, 얘는 그걸 못 버티고 찌질하게 신고했다.” 결정적으로 선생님들은 제 고통을 업무적인 면으로만 봐요. 저의 고통, 내가 느끼는, 너무 힘들고 살기 싫고 이런 걸 그냥 서류 1장으로 봐요. (179)

 

바뀐 건 없습니다. 세상은 예전처럼 흘러갈 것입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압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 강물 밑바닥에서는 뭔가 다른 물결의 흐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숨어 있던 많은 피해자들의 영혼이 서로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고, 방관자였던 나와 우리들이 방관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격려자, 손을 내미는 자, 말리는 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용기와 격려는 나비의 날개짓을 능가하는 파동으로 거세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용기를 낸 영상들은 짧게 편집된 것들이었습니다. 이번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실제 인터뷰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의 대화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실려 있습니다.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의 음성을 담았던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금요일엔 돌아오렴 이후 가장 가슴 아프게 읽은 책입니다.

 

그러나 밝습니다. 절망을 노래한 책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한 책이라는 걸 압니다. 주저 앉으려는 책이 아니라 일어서려는 책임을. 그들이 뱉어낸 아픔의 기억들이 나를 붙잡아 줄 용기의 단어들임을. 우리들도 그러함을. 왕따와 학교폭력에서 버텨내고 살아준 생존자들을 꼭 껴안아주고 싶습니다. 죽지 말고 꼭 살아내라고. 아름답게 이겨내라고.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s/photos/hugging FREE PICTURE)

 

영상을 모두 마치고 그들은 다시 만났습니다. 그들은 조금 더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잘못 때문에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가해자였음을. 어른이라는 권위로, 경험자라는 권위로, 남자라는 권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섬세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나에겐 가벼운 행위일 수 있지만 당신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겐 장난처럼 여겨지는 일이지만 나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았어요.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으며 점차 달라져 가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마음에 들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279)

 

#독서후기, #나의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알에이치케이, #학교폭력, #왕따, #폭력은안돼, #왕따는안돼,

 

https://www.youtube.com/watch?v=YxZOWHl1L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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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_Think Church (리싱크처치) - 교회를 다시 생각하고 변화시키는 힘!
이상훈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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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리싱크 처치]

 

교회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이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책.

현대 한국교회를 안타까워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필독서로 추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보면서, 사랑의 교회 목회자의 억지와 거짓의 권력화를 보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고 비기독교인에게 미안하고 죄송했다. 복음이 더 이상 세상에서 복음되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장애물이 바로 교회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국교회는 신약시대 예수님이 그렇게 통렬하게 회칠한 무덤 같다던바리새인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한국교회는 겉으로도 안으로도 회가 다 벗겨진 상태였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의 거룩과 권위를 손가락질하는 시대가 되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가는 기독교 교회를 그저 넋 놓고 바라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이 때, 교회성장연구소에서 이상훈 목사의 글을 통해 햇빛 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 현대 교회가 무엇 때문에 무너져 가고 있는지, 이제 아이들이,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버린 한국 사회에 대하여 저자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한국교회를 진단한다.

 

지금 한국에서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그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에요.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취급돼요!” 수업 시간에 한국에서 건너온 한 젊은 학생의 고백이 얼마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64)

 

저자는 각 장마다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과 진단 끝에 교회를 다시 생각하다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번 내용을 요약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던진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외적인 변화에도 꿈쩍하지 않고 과거의 기독교 왕국 사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고, 여전히 과거에 형성된 제도와 계급, 상하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화려한 건물을 통해 그 복음의 세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벗어버리고 종교가 되었다.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교회는 포스트모던의 도전 앞에 서 있다. (65)

 

저자는 미국의 한 커피숍, 자유롭고 창의롭고 열정이 가득한 커피숍을 보며 한국 교회를 생각한다. 성도들은 그저 수동적인 존재로만 예배에 참여한다. 예배는 제도화되어 있고 형식성이 강화되었고 기계적인 특성이 강해졌다.

 

한국교회는 오랜 관행과 제도에 갇혀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론을 정립하지 못하고 점점 더 본질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89)

 

칼 바르트 학자는 이러한 교회를 강력히 비판했다.

교회는 복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교회는 예수가 세상에서 원했고 이 세상에 가져왔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교회는 종교적이고 기독교적인 형식만을 갖춘, 낡고 거친 세상적인 존재다. (110)

 

저자는 한국교회에 갱신이 곧 생존이라고 말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복음은 없다고 외친다. 하지만 어떻게 변할 것인가, 어디로 갱신해 갈 건인가. 그는 변화의 핵심은 다름 아닌 본질이라고 말한다.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 교회가 성전이라고 건물이라고 착각하는 교회는 본질을 찾아가는 갱신을 시작해야 한다.

 

갱신을 위한 첫째 원리는 주님께서 교회를 세워가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의 두 번째 원리는 그것을 살아내야 하는 것에 중심이 있다. 우리는 기도와 말씀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미국의 인앤아웃햄버거 가게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 가운데 하나이다.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쉐이크쉑 등의 수많은 햄버거 가게를 제치고 수십 년간 변함없이 사랑하는 햄버거가 인앤아웃이라고 한다. 놀랄 만큼 싼 가격, 단출한 메뉴, 최고의 신선한 맛과 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이를 지키기 위한 고집과 철학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한다.

 

100% 순 치즈만 사용하고 얼린 고기를 사용하지 않아 가게에는 냉동고와 전자레인지가 없으며, 모든 상추와 토마토를 일일이 손으로 손질하고 철저한 품질검사를 통해 가게로 배달하는 인앤아웃에는 단 세 가지의 메뉴만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컵 하단과 햄버거를 싸는 종이에 마태복음이나 요한복음의 성경말씀을 인쇄해 놓는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바로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워싱턴 DC에 있는 National Community Church는 수천 명의 성도가 있지만, 8개 켐퍼스에 분산해 있고, 예배 장소는 교회 건물이 아니라 극장이다. 그들은 프로그램과 건물 때문에 모이지 않고 비전과 사명 때문에 극장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184)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100대 교회 중 2위에 이름을 올린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이스트사이드 교회는 50년의 역사 속에서 성장과 침체, 쇠퇴 속에서 2008년 진 아펠 목사님이 부임하면서 갱신의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들은 메인 캠퍼스에서 20마일 이내 거주하는 58십만 명의 인구 중 1퍼센트를 성도로 삼는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말씀과 가르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성도보다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들이 되어 체인지 메이커라 불리운다.

 

저자는 독자에게 말한다. 교회가 침체되고 움직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 전체가 하나님 나라의 꿈을 상실했기 때문’(208) 이라고. 맞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그대로 앉아서 절망할 것인가? 아니면 본질을 찾아 갱신하는 교회가 될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갱신의 첫걸음은 당연히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여, 갱신하자. 본질로 돌아가자.

 

이제 2020년이면 새롭게 개척하는 작은 교회에서 존경하는 목사님과 함께 동역을 기도하고 있다. 적절한 때에 좋은 책으로 느끼게 하고, 깨닫게 하고, 실천할 마중물을 부어주심을 감사드린다. 내년 1월에 다시 읽어야겠다. 이 책은 실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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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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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영의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3공간에 대한 체험적 에세이

학자와 생활인의 경계에서 경험한 좋은 가게

 

네이버의 책에서 검색하면 이 책은 경제/경영파트의 창업/장사관련 서적으로 분류됩니다. 예스24 인터넷 서점은 경제/경영대분류는 동일하지만 소분류는 기업/경영자스토리로 결을 조금 달리하죠. 하지만 직접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말한다면, 네이버의 책 분류보다는 예스24의 분류가 조금 더 가까워보입니다. 하지만 둘 다 아닙니다. 책을 다 읽은 제가 분류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갖는 에세이입니다. 미국 생활에서 경험한 오랜 가게들에 대한 단상에 대한 글 모음이죠. 이 책은 결코 경영서적이나 창업서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분류하기엔 너무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하답니다.

 

, 오해는 마세요. 경제나 경영을 다루는 책들이 차갑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에세이라는 장르와 경영이라는 장르를 비교해 보면 둘 간의 온도는 쉽게 수긍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는 얘깁니다. 이 책은 창업 관련 책도 아니고, 경영자의 속내를 펼쳐낸 이야기도 아닙니다.

 

저자는 학자입니다. 소매업과 상품기획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그 공부를 하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생활했습니다. 남편과 떨어져 아이들을 키우며 공부까지 해가며 생활해야 했으니 그 마음과 육체가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안 봐도 상상이 됩니다.

 

얼마 전에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펴낸 3의 장소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었죠. 그 책을 읽고 나서, , 우리 동네에도 그런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제3의 장소가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책을 잡으면서 약간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 표지도 그렇고, 어딘가 이 가게들 중에 3의 장소가 있을 것 같아,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는 제일 첫 번째 소제목으로 3의 장소를 찾아서라고 적어 놓지 않았겠습니까. 그녀는 미국 워싱턴 주의 엘렌스버그라는 시골도시에 있는 작은 대학에서 교수로서의 첫 직업을 가집니다. 미국 북서쪽에 위치해 6개월이나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그녀는 마음의 안정을 칼디스라는 작은 까페에서 찾게 됩니다. 스타벅스가 아니라 동네의 작은 까페였었죠. 그리고 그녀는 칼디스가 자신에게 3의 장소였다고 선언을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그 책을 읽었어요. 그래서 3의 장소개념을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설명까지 달아 놓았답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칼디스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사람이 북적일 때도 다른 커피숍에 가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무거운 노트북을 배낭에 넣고 10분을 걸어 커피숍에 도착한 저자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일을 했고, 휴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서 아이들은 칼디스를 제 집처럼 더 편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집보다 더 편하게 생각하는 장소로 만들었을까요? 이 책은 그녀가 손님으로 직접 체험한 경험과 소매점과 상품기획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의 이론과 분석을 겸한 독특한 책입니다. 학자로서의 분석글도 조금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인적인 체험글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카푸치노를 마셨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모든 생활습관을 알 것처럼, 그녀는 자신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칼디스의 분위기가 좋았다. 커피를 한 잔하며 두어 시간 동안 오후 일과를 칼디스에서 처리하는 것은 내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직원들과 환한 미소를 주고받는 것이 좋았다. 나는 늘 그곳에서 환영받는 느낌이었다. 계산대에 선 그들은 늘 내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그들은 나를 알고 나 또한 그들이 친근했다. (032)

 

너무 힘들 때 베트남 쌀국수집 할머니에게서 받은 국물보다 더 뜨거운 사랑의 국물 이야기. 크리스마스 때 직원들이 손으로 정성들여 쓴 카드를 받은 이야기(심지어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도 적었다고) 주소를 들고도 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꽁꽁 숨어 있는 무간판 케잌 가게의 문전성시(한 번 맛을 본 이후에는 반드시 그 케잌점에서 사게 된다는), 자유롭게 들어가 그림을 그리다 나올 수 있는 더 캔바스가게, 페이스북 친구(단골)에게 피자가 나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피자가게, 시낭송회를 하는 동네 작은 서점 이야기.

 

이 책은 수많은 가게들이 지역 공동체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관계를 형성하며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서, 사랑과 관심의 공동체로 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표지처럼 따뜻한 그림이 군데군데 맛난 케잌처럼 독자를 맞이합니다. 그러니 제가 경영서적이 아니라고, 에세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지요.

 

이들 가게가 저자에게 특별했던 건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과 손님이 제3자로 돈을 주고 받는 거래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가지는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안색이 안 좋으면 건강이 걱정되고,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해지는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마주칠 때 우리는 작건 크건, 잠깐이건 오랫동안이건 그와의 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우리는 누구나 그가 혹은 그녀가 나를 알아봐주기를, 그리고 나를 친근하게 느끼기를 바라게 된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나를 보면 반가워해주는 것. 이는 언제나 매혹적인 일이다. (043)

 

그러나 아쉬운 것은 우리 동네를 둘러봐도, 지금껏 내가 살아온 생활환경을 돌아다봐도 저자가 미국에서, 작은 동네에서 행복하게 경험한 오래된 작은 가게처럼, 나를 알아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카드를 주고 사랑을 주는 그런 가게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그런 가게를 발견하지 못했고 관계를 맺지도 못했습니다.

 

저마다 외로운 섬인 우리들은 집과 회사가 아닌, 또 다른 영혼의 안식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가게들은 너무 쉽게 문을 열고, 너무 쉽게 문을 닫습니다. 동네 터줏대감이 되어 오랫동안 지긋하게 손님들의 이름을 알고 부르며 안부를 물어주는,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는, 그런 가게가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가게를 연다면, 그런 가게를 꿈꿔보시지 않겠어요?

손님으로 만족한다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그런 가게를 찾아보자구요. 어딘가에는 잊지 않을까요? 미국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우리나라인데 말입니다.

그보다 먼저,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가슴이 따뜻해지니까요. 책은 아직 제게 제3의 장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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