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 Then wear the gold hat, if that will move her; If you can bounce high, bounce for her too, Till she cry 'Lover, gold-hatted, high-bouncing lover, I must have you!' -THOMAS PARKE D'INVILLIERS-
|
[상실의 시대] 속 '나가사와'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 말때문에 내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게 된 듯하다.
† 처음 읽기 - 문학동네 : 김영하 번역
처음 읽을 땐 내가 이런 고전도 안 읽어서야 되겠어...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2012년 10월의 일이었다 http://blog.naver.com/yokil99/140170481159)
당시엔 이게 왜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야?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제목에서 오는 위화감에 내용도 모르고 있다가 (내 나름대로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전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그 줄거리에 충격을 받은 때문이기도 했다.
† 두번째 읽기 - 열림원 : 김석희 번역
두번 째 읽은 건 2013년 5월이었는데 http://blog.naver.com/yokil99/140189703268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 개봉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앞다투어 새로운 번역본을 내기 시작했고 그 중 괜찮은 번역이라는 평을 받는 김석희 번역의 위대한 개츠비를 두번째로 읽었다.
두번 째 읽을땐 좀더 책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였고, 김영하 번역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좀 더 꼼꼼히 읽기도 했다.
† 세번째 읽기 - 열린책들 : 한애경 번역
그리고 얼마 전 '상실의 시대'를 읽고 주인공 와타나베가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지는 책'이라고 평했기 때문에 나도 그런 마음이 드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세번째 읽게 되었다. 물론 책이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말이다.
와타나베의 말대로다. 읽을수록 좋다더니...세번째 읽으니 두번째 읽을때 안보이던 것들도 보이고 개츠비의 매력에 빠져드는 듯 하다
† 세 출판사 비교 - 개인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구절을 세 권의 책으로 비교해 보니 열림원 책과 열린책들 책의 번역이 깔끔한듯 했다. 다른이들의 평처럼 김영하 번역은 번역가의 색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김영하가 쓴 책인지 피츠제럴드가 쓴 책인지 모호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네번째 읽을 때에는 원서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아마존에 들어가니 ebook이 무료다. 바로 다운받았다...)
| 인간의 성격이란 것이 성공적인 제스처의 연속이라면, 그에게는 뭔가 멋진 게 있었다. 마치 1만 5천 킬로미터 밖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측하는 저 정교한 지진계에 연결된 것처럼, 그의 내면에는 인생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고도의 감수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의 이런 감수성은 <창조적인 기질>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저 구태의연한 감수성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비상한 재능, 일찍이 어느 누구에게도 본 적이 없었던, 앞으로도 영원히 보지 못할 낭만적인 감수성이었다. 그래, 결국 개츠비가 옳았다. 내가 사람들의 쓰라린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잠시나마 흥미를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개츠비를 삼켜 버린 것들,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를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 ebook p.22/546 - |
| If personality is an unbroken series of successful gestures, then there was something gorgeous about him, some heightened sensitivity to the promises of life, as if he were related to one of those intricate machines that register earthquakes ten thousand miles away. This responsiveness had nothing to do with that flabby impressionability which is dignified under the name of the 'creative temperament'-it was an extraordinary gift for hope, a romantic readiness such as I have never found in any other person and which it is not likely I shall ever find again. No-Gatsby turned out all right at the end; it is what preyed on Gatsby, what foul dust floated in the wake of his dreams that temporarily closed out my interest in the abortive sorrows and short-winded elations of men. - Loc.26/2418 - |
주인공 닉은 개츠비의 옆집으로 이사와서 매주 성대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를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그런 돈많은 허영심에 가득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츠비의 특별함을 알게 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책을 세번 읽으니까 개츠비의 특별함을 나도 알것 같다)
개츠비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말해주는 저 문구도 두번째 읽을때까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세번째 읽을땐 개츠비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해 주는 저 문구에 빠져들었다. 지진을 감지해내는 고도의 감수성이라니...정말 멋지지 않은가?
피츠제럴드는 삶이 개츠비같았다고 한다. 대법원 판사 딸인 '젤다'와 결혼하려 했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하고 피츠제럴드는 어떻게든 성공해서 젤다와 결혼하려 했고 첫 소설이 성공하자 바로 젤다와 결혼하게 되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재벌이 된 부부는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고 계속되는 소설의 실패의 쓴맛을 봤다고 한다.
| 그는 다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다 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그 미소는 영원히 변치 않을 평생 네다섯 번이나 볼까 싶은 아주 보기 드문 미소였다. 영원한 세계를 잠시 보았거나 보는 듯한 미소, 당신을 위해, 당신에게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하겠다는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을 이해하며,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만큼 당신 자신을 믿어주며, 당신이 전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인상을 정확히 받았다고 확인해 주는 그런 미소였다. 정확히 바로 그때 그 미소가 사라졌다. 나는 서른한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우아하지만 거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공들여 격식을 갖춘 그의 말투는 겨우 어리석음을 면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가 자기 소개에 앞서 단어를 신중하게 골랐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으니 말이다. - p.134/546 - |
개츠비의 화려한 삶 뒤에 숨겨진 출세를 향한 욕망,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노력들, 그리고 뭔가 있는 듯한 누구나 빠져들 법한 미소. 개츠비의 파티에 왔던 이들은 닉이 수첩에 적어놓고 싶을 정도로 많은데도, 이런 개츠비의 특별함을 아는 이만이 개츠비의 장례식에 왔다. 바로 주인공 닉과 개츠비의 서재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부엉이 안경을 낀 남자.
| '어떻게 생각해?' 그가 불쑥 물었다. '뭘 말입니까?' 그는 손을 들어 서가 쪽을 가리켰다. '저것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필요 없어. 내가 벌써 다 확인해 봤거든. 저건 다 진짜야.' '책들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진짜야. 속지도 있고 모두 다 있어. 혹시 마분지로 만든 멋진 장식용 서적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근데 하나같이 완벽한 진짜더라고. 속지도......아! 내가 보여 주지.' 우리가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는 책장으로 달려가서 '스토더드강연지'의 첫 권을 들고 왔다. '봐!' 그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이건 진짜야. 처음엔 속았지. 이 집 주인은 진짜 벨라스코 같은 사람이라니까. 정말 대단해. 얼마나 완벽한지! 엄청나 리얼리즘이랄까! 자제할 줄도 알아서 읽으면서 자르게 되어있는 책장을 아직 자르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들어왔지? 뭘 찾나?' - p.126/546 - |
저 책들을 다 읽었을까? 개츠비가? 그건 확인할 길이 없지만 개츠비의 장례식에 아버지가 가져온 개츠비의 일일 계획표를 보면 저 책들을 정말로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안개만 없다면 만 건너로 당신 집이 보였을 텐데.' 개츠비가 말했다. '부두 끝에 늘 밤새 빛나는 초록 불빛이 있더군요.' 데이지가 불쑥 개츠비의 팔짱을 꼈지만, 개츠비는 방금 자기가 한 말에 열중한 것 같았다. 아마 그 불빛이 가진 놀라운 의미가 이제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와 데이지를 떼어 놓았던 엄청나 거리에 비하면, 그 불빛은 거의 그녀에게 닿을 만큼 무척 가까워 보였다. 달 주위에서 빛나는 별처럼 가까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불빛은 부두에 켜진 초록 불빛에 지나지 않았다. 그를 사로잡았던 대상의 숫자가 하나 줄어든 셈이다. - ebook p.243/546 - |
그토록 사랑하던 데이지를 얻기 위해 돈을 벌고 바다 건너편으로 데이지의 집의 푸른 불빛이 보이는 곳에 대저택을 사들여 데이지가 파티에 오기를 바라며 5년을 기다렸건만 데이지는 파티에 한번도 오지 않았다. 황금 모자를 높이 쓰고 열심히 뛰어 보지만 데이지에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작별 인사를 하러 그들 쪽으로 갔을 때, 나는 개츠비의 얼굴에 되돌아온 어리둥절한 표정을 목격했다. 지금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희미하게 의심하는 듯한 그 표정. 5년이라! 바로 그날 오후에도 데이지가 개츠비의 꿈에 못 미치는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데이지의 잘못이라기보다 개츠비가 품은 엄청나 환상 때문이다. 그의 환상은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능가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그 환상에 직접 뛰어들어, 언제나 그 환상을 끊임없이 키워 가며, 자기 앞에 떠도는 빛나는 낱낱의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어떤 강한 열정이나 순수함도 인간이 유령 같은 제 마음속 깊이 간직한 것에는 맞설 수가 없다. - ebook p.251/546 - |
결국 닉의 도움으로 데이지를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지만 이제 데이지는 과거의 데이지는 아닌 듯 하다.
| 전화는 한 통도 걸려 오지 않았지만, 집사는 낮잠도 자지 않고 4시까지 기다렸다. 전화가 걸려 와도 받을 사람이 없어진 한참 뒤까지.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걸려 올 거라 생각지 않았고, 아마 더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분명 예전의 따뜻한 세상을 잃었을 것이고, 단 하나의 꿈을 너무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대가라기엔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장미꽃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지, 갓 돋은 잔디에 햇살이 얼마나 가혹하게 내리쬐는지 깨닫고, 무시무시한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며 틀림없이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 실체 없이 물질적이며,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마시며 정처 없이 떠도는 세계가 다가왔다. 형체도 없는 나무들 사이로 그에게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저 잿빛 환영처럼. - ebook p.416/546 - |
데이지의 남편인 톰 또한 정부가 있지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자 질투에 눈이 먼다. 어쩌면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데이지와 개츠비가 노란 차를 타고 가게 했을수도 있다.
개츠비는 수영장에서 끝까지 데이지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결국 전화는 오지 않고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도망을 치지 않는다.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모든 삶의 의미가 없어져버렸을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죽음뿐......
문학동네 책의 해설에 보면 Great를 '위대한'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조소의 의를 담은 '대단한'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말이 나온다.
'저 인간 정말 대단하군, 여자 하나때문에 그렇게 돈을 긁어모으더니 목숨까지 버렸더군.'하고 비웃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츠비는 개츠의 삶에서 제이 개츠비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 그래서 그는 열일곱 살짜리 소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이 개츠비같은 인물을 꾸며 내어, 그 이미지에 끝까지 충실했던 것이다. -ebook p.256/564 - |
어쩌면 서재 안의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도 개츠비 스스로 개츠비 이미지에 충실하려 노력한 것이 엿보였기 때문이고, 5년 만에 만난 데이지가 이제는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그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는 개츠비야말로 진정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제목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된 이유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지는 책이라니...아무데나 펼쳐보아도 좋은 책이라니...
그런 책은 찾기가 힘들지만 하루키 덕에 세 번이나 읽게 된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인가 싶다.
책의 줄거리만을 보는 사람들은 책이 주는 진정한 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의 말처럼 읽고 또 읽으면 작가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찾게 되는게 아닐까...
| 그리고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래된 미지의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물러나는 환희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그래서 우리는 조류를 거슬러 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ebook p.464/546 - |
| And as I sat there brooding on the old, unknown world, I thought of Gatsby's wonder when he first picked out the green light at the end of Daisy's dock. He had come a long way to this blue lawn and his dream must have seemed so close that he could hardly fail to grasp it. He did not know that it was already behind him, somewhere back in that vast obscurity beyond the city, where the dark fields of the republic rolled on under the night.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tom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And one fine morning--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 Loc 2406/2418 - |
P.S. 여전히 드는 생각이지만 개츠비 역할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울리지 않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였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