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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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이 가장 아름다운 건 꽃이 피기 전까지, 그러니까 간절하게 그 꽃을 기다릴 때다. 꽃은 피고 나면 그뿐, 그 순간부터 봄은 덧없이 지나갈 뿐이다. 내가 서른 번도 넘는 봄을 보내고 나서 겨우 깨닫게 된 진리 같은 게 하나라도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랄까.

그해 봄, 그녀 덕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바람은 지나간 뒤에야 느껴진다 것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봄날도 마찬가진다. 봄날은 지나간다고 말할 때는 이미 봄날이 다 지나간 뒤다. 어제 피었다가 오늘 저녁에 떨어지는 꽃잎들처럼, 지나가는 봄날은 자취 없고 가뭇없다.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은 우리가 서로 만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만약 우리가 행복했었다면 뭘 몰랐기 때문,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 p.146 바람이 분다, 봄날은 간다 中에서 -             

# 지나가버린 봄

 

김연수 작가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고 팬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청춘의 문장들'이 궁금했는데, 다른 작가들도 그렇지만 장편 소설보다도 단편집이나 산문집이 좋은 이유는 작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더 잘 알게 된다는 점 때문인 듯 하다.

내 옆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해주는 듯한 느낌. 그래서 내가 그 작가들과 친구가 된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책들은 후다닥 읽어 해치우는 게 너무나도 아깝다. 조금씩 조금씩-되도록이면 하루에 한 편만- 아껴가며 읽고 생각해야 되는 책들이다.

아, 그리고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목차를 훑어보고, 아니면 아무데나 펼쳐서 맘에 드는 것부터 읽으면 된다.

이 책엔 '열 개의 청춘의 문장들'과 작가와의 대담이 실려있다.

난 그 열 개 중에서 '일곱 번째 청춘의 문장: 점점 나아진다는 것'에 실린 [바람이 분다,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그 글부터 읽었다.

제목을 봤을 때부터 영화 [봄날은 간다]와 김윤아의 OST [봄날은 간다]를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김윤아 노래에 얽힌 이야기이다. 지난 번 책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작가님은 음악에 소질있을 듯 하다...나랑 같은 노래 좋아하네...

요즘은 봄이 짧다.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란다.

이젠 더워서 반팔 옷을 꺼내입으면서, '봄 옷은 안사길 잘했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다들 봄을 기다리지만 막상 봄이 되면 봄이 온 지도 모르다가 더운 여름을 맞이한다.

'봄이 다 지나갔어?' 할 때는 벌써 늦은 것이다.

​뭔가를 손에 넣기까지는 굉장히 인내심을 가지고 애타하면서 갈망하지만 손에 넣고 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금방내 흥미를 잃고 만다. 행복했던 시절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던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지낸다. '아, 과거엔 그랬었지...' 이렇게 생각하면 벌써 늦었다.

#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그렇게 보자면 말이죠,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니까 한 오만 원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꽂힌 책들은 다 살 수 있는 거에요. 물론 한 번에 모두 다 살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어떤 책이든 다 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 거죠. 지금부터 30년까지, 이런 식으로 집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영화도 볼 수 있으며 어떤 노래도 들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저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왜 한데 묶이지도 않는 미래의 각 순간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그 순간마다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겠어요? 한 번에 그 순간 모두를 내가 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카프카의 '변신'은 팔천오백 원 정도에요. 지금 이 순간 한권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에요. 지금 이 순간의 세상에는 이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 p.152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中에서 -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던가 '이십대에 혹은 삼십대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던가 하는 그야말로 인생 선배들의 조언같은 글들이 담긴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책들 대부분은 '내가 이러저러하게 살아보니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겠더라'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런 류의 책들이나 자기 계발 서적 등은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하고 그 내용이란 대부분 열심히 하자 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일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딱딱한 글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또 그러한 깨달음도 시기가 있어서 어느 때 읽었던 글이 아무런 와닿음이 없었더라도 훗날 읽으면 크게 와닿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좋은 책도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삼십대가 넘어 '나도 이제 청춘의 끝자락인가? 나의 봄날은 지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작가의 말처럼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나의 물리적인 청춘은 지나갔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정신적으로 성장해서 이런 글들을 읽으면 전과 다르게 가슴에 확 와닿는 것들이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대신 써주는 작가]에게 난 푹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김연수 작가도 이제 나에게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다.

가끔 '내가 이렇게 아둥바둥 돈을 벌어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필요한 돈을 열심히 모은다 한들 현재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이런 저런 일에 지칠 때 그런 생각이 들긴하지만......그런 때 몇 천원 혹은 몇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책 한 권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김연수의 이 책은 8500원이다. 커피 두 잔 값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데 8500원이면 정말 거저 아닌가? 게다가 커피는 마셔버리면 없어지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서 또 읽을 수 있지 않은가?

 

# 나의 봄날은 지금부터~

​후회해도 소용없는 과.거.  그리고, 아직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이젠 집착하지 말고 매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어떨까?

봄날이 지나간 걸 깨달을 때는 이미 봄이 지나간 뒤지만 '현재가 봄이구나'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봄날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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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 편집자가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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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열독단 2번째 책은 바로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이 책을 어떻게 읽고 리뷰를 쓴담? 모르는거 있을때마다 찾아봐야할 것 같은 책인데...' 하고 고민했었는데...

읽다보니 재밌었다. 어릴 적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들도 생각나고, '맞아 저런거 국어 시험에 나왔었어.'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 푹 빠졌다.

 

책은 다섯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한글 맞춤법

제2부 표준어 규정

제3부 외래어 표기법

제4부 열린책들 편집 및 판면 디자인 원칙

제5부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

 

 

 

 

 

 

 

 

이 중 1부, 2부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재밌게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책상 옆에 꽂아 두고 모르는 거 나올 때마다 꺼내어 찾아봐야 할 듯 하다.

 

열독단 활동을 하면서 책을 받을 때마다 여백이 너무 적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4부에 보니 출판사 나름대로의 판형별 원칙을 가지고 책을 펴내고 있었다. 아직 노안도 안왔는데...여백이 적으면 답답한 이 느낌...나만 그런가?

 

책의 각 부분에 저런 이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견장정, 연장정은 너무 어렵다...흐흐

 

집에 영어사전은 있어도 국어사전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이젠 두꺼운 종이사전 대신 전자 사전이나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이상한 단어들, 신조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요즘 애들 대화에 낄 수도 없다. ㅜㅜ

가끔은 국어가 너무 훼손됐구나, 요즘 아이들은 표준어에 대한 개념이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나도 완벽하게 표준어와 맞춤법을 구사하지 못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한글은 좋은 글임에 틀림없지만, 너무 어렵다. 쓰는 나도 어려운데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은 어떨까 싶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표준어, 표준 어법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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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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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작별하는 게 기쁘다고, 에스텔라? 내겐 작별이 고통스러운 일이야. 내겐 우리의 마지막 작별에 대한 기억이 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하지만 넌 그때 내게 말했어. <하느님께서 널 축복해 주시고 널 용서해 주시길 바랄게!>라고. 그때 내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었으니 지금도 기꺼이 내게 그렇게 말해 주겠지. 다른 모든 가르침보다 훨씬 더 강렬한 고통을 내가 겪고 난 지금 말이야. 그리고 그 고통이 옛날 네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하라는 가르침을 내게 준 지금 말이야. 나는 휘어지고 부러졌어. 하지만 내 모습이 더 훌륭한 모습으로 바뀌었기를 바라. 부디 옛날처럼 사려 깊고 착한 모습으로 나를 대해 줘. 그리고 우리는 친구라고 말해 줘.'

'우리는 친구야.'

'그리고 따로 떨어져 살아도 계속 친구일 거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폐허에서 나왔다. 오래전 그 옛날 내가 처음 대장간을 떠나던 날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며 걷혔던 것처럼, 지금도 저녁 안개가 피어오르며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걷혀 가는 그 안개가 내게 보여준 교교한 달빛이 광할하게 펼쳐지며 뻗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나는 그녀와의 그 어떤 이별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하권 p.402-

 

 

오래전 영화로 봤던 책이라 생각이 새록새록 날 줄 알았는데...웬걸...분수대 앞에서 둘이 만나는 영화 속 장면 말고는 생각나는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래서 책에 더 빠져 들 수 있긴 했다.

가난한 집에서 부모도 없이 나이 차 많이 나는 누나와 누나의 남편 조와 살고 있는 주인공 핍.

7살 무렵 쇠고랑을 찬 죄수에게 먹을것과 줄칼을 가져다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뒤 유령처럼 자신의 집에서 밖에 나오지도 않고 살아가는 미스 해비셤과 양녀 에스텔라가 사는 집에 핍은 해비셤에게 노는 걸 보여주러 다니게 된다. 에스텔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 핍. 하지만 에스텔라의 눈엔 핍이 하찮은 존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핍은 결심한다. 에스텔라의 눈에 들도록 신사가 되겠다고...

그리고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막대한 유산이 지급된다. 신사가 될 수 있게...

이 책은 어리고 가난하고 무지한 소년이 신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처음엔 신사가 되는 길은 돈이 방법인 듯 보였으나 그 많은 유산을 잃고도 핍은 신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엔 많은 것들이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 핍을 끝까지 믿어주고 항상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핍의 최고의 친구이자 가족인 조, 그리고 핍에게 글을 가르쳐 준 스승이 되어준 비디. 에스텔라의 집에서 싸움을 벌였지만 나중엔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허버트. 등등.

핍의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핍의 주변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 핍이 엇나가지 않고 잘 성장한게 아닐까...

핍의 주변 인물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착착 맞물려 숨은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날때마다 감탄이 나오고 흥미 진진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핍이 커서 유산을 잃고 난 뒤 진정한 유산을 깨닫고 찾기까지의 과정은 너무 한순간에 휙 지나간다는 점 정도....

위대한 유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에단 호크, 기네스 팰트로
개봉
199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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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시 보니 큰 줄거리는 같지만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은 다르다. 원작과 다른 재미가 있었다.

​물론 주인공들이 맘에 드는 배우들만 나오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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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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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확실히 내부에 있습니다.....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서 때로는 우리의 존재를 압도해버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공포를 향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무엇인가에 줘버리게 됩니다.

- p.199 [일곱 번째 남자] 中에서 -  

 

 

​이 책에는 7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하나같이 묘한 이야기인데 책의 제목이 된 '렉싱턴의 유령'은 7개의 단편 중에서 제일 허무하게 결론이 나는 글이어서 왜 저걸 제목으로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쿄 기담집]을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런 류의 글들은 아니다.

         렉싱턴의 유령

집을 대신 봐주던 주인공이 그날 밤 유령들이 웃고 즐기는 걸 들었던 경험담을 쓴 얘기로...결국은 허무하게 끝이났다.

            녹색 짐승

정원에 심겨진 모밀잣밤나무를 ​좋아하던 주인공이 혼자 있던 어느날 그 나무 밑에서 녹색 짐승이 집에 들어와 청혼을 하는 내용인데...마음으로 짐승을 죽게 만든다...우리도...누군가를 간접적으로 죽게 하고 있진 않은가...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침묵

권투를 하게된 주인공이 겪는 왕따 이야기...말 만으로도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얼음사나이

얼음사나이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인데...기분 전환을 위해 남극에 가서...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토니 다키타니

옷을 사는 것에 중독된 여자를 사랑한 고독한 남자의 이야기...결국 그 옷 때문에 남자는 다시 고독해지고 만다.

              일곱 번째 남자

태풍에 친구를 잃은 남자가 그 상처를 몇 십년 만에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떠올라...가슴이 먹먹해졌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귀가 안들리는 사촌동생, 그리고 귀에 파고들어 잠자게 만드는 파리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집작도 하지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 p.94 [침묵] 中에서 -   

 

세월호 사건 뉴스를 접하면서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바로 저런 것이었는데...정말...자신의 언행을 아무 생각도 없이 너무나도 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며 유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했다.

​정말이지 저 제목처럼 차라리 [침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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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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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cypherpunk란...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기술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1990년대 초에 모습을 드러낸 사이퍼펑크 운동은 <암호전쟁>이 벌어졌던 1990년대와 이후 인터넷의 봄을 맞이했던 2011년에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암호 cipher에 저항을 상징하는 펑크punk를 붙여 만든 합성어인 사이퍼펑크는 2006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었다.

 

 

 

위키리크스 wikileaks란...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이다.

 

그간 심심치 않게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던 위키리크스를 자세히 본 건 처음이다. 줄리언 어산지도 들어봤고 위키리크스도 들어봤지만 별 흥미가 없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사이퍼펑크란 말은 처음 들어봤는데 저런 신조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사실 책 내용은 아주 새롭거나 충격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특히 자신의 정보 유출에 관한 내용이다.

통신 문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고 있지만 사실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심각하게 생각하더라도 개개인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는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전 카드 정보 유출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이미 정보가 새어 나갔을 거란건 항상 생각하고 있던 거였지만 다시 한 번 확인 사살 및 누군가 책임을 질 대상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거론되는 다른 큰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그런 기사를 흘린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4명 '줄리언 어산지, 제이컵 아펠바움, 앤디 뮐러마군, 제레미 지메르망'이 토론하는 것을 기록한 책이다. 이들은 권력자들이 사회 구성원들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어떻게 개개인의 정보를 활용하는지에 대해 토론한다.

 

 

'그런데 비밀 유지에 그토록 신경 쓰는 이유가 뭐죠?'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그 속도를 늦추는 거죠.'

사람들의 이해 능력을 저해함으로써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보부의 핵심 임무죠. 정보를 비밀로 숨긴다는 말에는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제한하고, 그럼으로써 변화 과정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p.33

 

 

저런 의미가 숨어있는 줄은 몰랐다...내가 생각했던 보단 더 많은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외부적으로는 자유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가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났다. 그 영화가 처음 나왔을땐 정말 충격적이었는데...그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엔 나도 누가 저렇게 쳐다보고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게 현실이다.

도로, 골목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신용카드를 쓰면 뭘 샀는지까지 정보가 다 새어나가고,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개개인 스스로가 정보를 유출시키고 있다.

또한 데이터 저장 비용은 해마다 감소해서 한 해 동안 독일에서 발생하는 모든 통화내역을 고품질로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이 3천만유로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기술적 해법인 서비스 분산화, 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호스팅하는 방법, 데이터 암호화, 기업의 데이터암호화 서비스 제공과 정책적 해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미래의 감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대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자제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p.88

토론자 중 한명은 구글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과거에 무엇을 검색했는지 나는 기억을 못하지만 구글은 기억할 것이라고 한다. 구글링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정도로, '검색=구글링'이 된게 현실이긴 한다. 나도 뭔가 용어나 이미지 검색등을 할때 다른 사이트에서는 못찾아도 구글에서는 다 찾아주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래서 구글을 자주 이용하는데 나의 모든 검색 기록이 남아있다니...

또 페이스북의 윤리적 문제도 나왔지만 처음 페이스북을 가입하고 나서는 예전 친구찾기 사이트처럼 친구들을 많이 봐서 반갑기는 했지만 나의 모든 정보, 그리고 타인의 정보도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싫어 페이스북은 하지 않고 있다. sns를 많이 하는 사람일 수록 불행하다는 연구도 있지만, 실제로 잠깐이나마 페이스북을 했을때 다른 사람들의 소위 '자랑질'을 보고 배가 아팠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반응이다. 내가 알기에 저 사람은 저런 사람 아닌데, 저렇게 살 사람이 아닌데 싶은 사람도 있지만 거기다가 그렇게 댓글을 달 수는 없지 않은가...'남들은 저렇게 잘 사는데,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sns는 빨리 탈퇴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듯 싶다.

결국은...개인의 정보는 개인 스스로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5계급

감독
빌 콘돈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다니엘 브륄
개봉
2013 미국,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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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위키리크스에 관한 영화도 찾아서 봤다. 다니엘 베르크가 줄리안 어산지를 만나 위키리크스를 만드는 내용인데 결국은 둘이 사이가 틀어져 다니엘 베르크가 줄리안 어산지를 폭로하고 줄리안 어산지는 후에 다니엘 베르크가 위키리크스에 관한 책을 쓰자 바로 소송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만들 때에도 줄리안 어산지가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직접 이 영화에 출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는 걸 보니까 뭔가 약간은 찜찜하긴 하다.

암튼 베네딕트 컴버배치 덕분에 보긴 봤지만 아주 흥미롭거나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이어서...) 하지 않아 약간 지루한 편이었다.

 

1984년

작가
조지 오웰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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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하여... 조지 오웰은 어쩜 이런일이 미래에도 계속 일어날건지 알았을까...역시 대단한 작가다. 이제는 정부가 사이버 '빅 브라더' 역할을 하며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데 이 참에 이 책도 한 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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