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봄이 가장 아름다운 건 꽃이 피기 전까지, 그러니까 간절하게 그 꽃을 기다릴 때다. 꽃은 피고 나면 그뿐, 그 순간부터 봄은 덧없이 지나갈 뿐이다. 내가 서른 번도 넘는 봄을 보내고 나서 겨우 깨닫게 된 진리 같은 게 하나라도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랄까.

그해 봄, 그녀 덕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바람은 지나간 뒤에야 느껴진다 것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봄날도 마찬가진다. 봄날은 지나간다고 말할 때는 이미 봄날이 다 지나간 뒤다. 어제 피었다가 오늘 저녁에 떨어지는 꽃잎들처럼, 지나가는 봄날은 자취 없고 가뭇없다.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은 우리가 서로 만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만약 우리가 행복했었다면 뭘 몰랐기 때문,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 p.146 바람이 분다, 봄날은 간다 中에서 -             

# 지나가버린 봄

 

김연수 작가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고 팬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청춘의 문장들'이 궁금했는데, 다른 작가들도 그렇지만 장편 소설보다도 단편집이나 산문집이 좋은 이유는 작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더 잘 알게 된다는 점 때문인 듯 하다.

내 옆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해주는 듯한 느낌. 그래서 내가 그 작가들과 친구가 된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책들은 후다닥 읽어 해치우는 게 너무나도 아깝다. 조금씩 조금씩-되도록이면 하루에 한 편만- 아껴가며 읽고 생각해야 되는 책들이다.

아, 그리고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목차를 훑어보고, 아니면 아무데나 펼쳐서 맘에 드는 것부터 읽으면 된다.

이 책엔 '열 개의 청춘의 문장들'과 작가와의 대담이 실려있다.

난 그 열 개 중에서 '일곱 번째 청춘의 문장: 점점 나아진다는 것'에 실린 [바람이 분다,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그 글부터 읽었다.

제목을 봤을 때부터 영화 [봄날은 간다]와 김윤아의 OST [봄날은 간다]를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김윤아 노래에 얽힌 이야기이다. 지난 번 책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작가님은 음악에 소질있을 듯 하다...나랑 같은 노래 좋아하네...

요즘은 봄이 짧다.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란다.

이젠 더워서 반팔 옷을 꺼내입으면서, '봄 옷은 안사길 잘했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다들 봄을 기다리지만 막상 봄이 되면 봄이 온 지도 모르다가 더운 여름을 맞이한다.

'봄이 다 지나갔어?' 할 때는 벌써 늦은 것이다.

​뭔가를 손에 넣기까지는 굉장히 인내심을 가지고 애타하면서 갈망하지만 손에 넣고 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금방내 흥미를 잃고 만다. 행복했던 시절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던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지낸다. '아, 과거엔 그랬었지...' 이렇게 생각하면 벌써 늦었다.

#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그렇게 보자면 말이죠,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니까 한 오만 원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꽂힌 책들은 다 살 수 있는 거에요. 물론 한 번에 모두 다 살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어떤 책이든 다 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 거죠. 지금부터 30년까지, 이런 식으로 집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영화도 볼 수 있으며 어떤 노래도 들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저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왜 한데 묶이지도 않는 미래의 각 순간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그 순간마다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겠어요? 한 번에 그 순간 모두를 내가 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카프카의 '변신'은 팔천오백 원 정도에요. 지금 이 순간 한권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에요. 지금 이 순간의 세상에는 이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 p.152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中에서 -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던가 '이십대에 혹은 삼십대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던가 하는 그야말로 인생 선배들의 조언같은 글들이 담긴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책들 대부분은 '내가 이러저러하게 살아보니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겠더라'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런 류의 책들이나 자기 계발 서적 등은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하고 그 내용이란 대부분 열심히 하자 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일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딱딱한 글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또 그러한 깨달음도 시기가 있어서 어느 때 읽었던 글이 아무런 와닿음이 없었더라도 훗날 읽으면 크게 와닿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좋은 책도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삼십대가 넘어 '나도 이제 청춘의 끝자락인가? 나의 봄날은 지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작가의 말처럼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나의 물리적인 청춘은 지나갔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정신적으로 성장해서 이런 글들을 읽으면 전과 다르게 가슴에 확 와닿는 것들이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대신 써주는 작가]에게 난 푹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김연수 작가도 이제 나에게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다.

가끔 '내가 이렇게 아둥바둥 돈을 벌어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필요한 돈을 열심히 모은다 한들 현재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이런 저런 일에 지칠 때 그런 생각이 들긴하지만......그런 때 몇 천원 혹은 몇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책 한 권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김연수의 이 책은 8500원이다. 커피 두 잔 값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데 8500원이면 정말 거저 아닌가? 게다가 커피는 마셔버리면 없어지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서 또 읽을 수 있지 않은가?

 

# 나의 봄날은 지금부터~

​후회해도 소용없는 과.거.  그리고, 아직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이젠 집착하지 말고 매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어떨까?

봄날이 지나간 걸 깨달을 때는 이미 봄이 지나간 뒤지만 '현재가 봄이구나'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봄날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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