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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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이민수*강명진 지음

2012년 서울에서 그들은 만났다. 상수동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 명진과 베이시스트 만수.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작은 방을 하나 얻어 같이 산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가면서 두 사람만의 서울 적응기를 만들어간다. 그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고 아기자기하다. 예쁘다.

잔잔한 그림의 표지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브런치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브런치북 특별상 후보 선정작이라는 문구에 더 마음이 끌렸다.
거기에 고유명사라는 출판사명까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조화가 좋다.

결혼과 동거에 대해 두 사람의 연애편지와 같은 글이 가득하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결혼할 거라고 한다. 배려다. 시간과 사랑을 쌓아가며 천천히.
20여 년 전에 읽었던 일본소설, 열정과 냉정 사이의 글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명진과 만수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이 잔잔하게 올라온다.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한 그림이 일상을 대변해준다. 잔잔해야 오래간다. 파도치듯 요동이면 휩쓸렸다 쓸려나가는 삶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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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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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박희 장편소설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이도다완은 실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p7

5년 동안의 자료 수집에 2년간 분석작업으로 <제왕의 잔>이 공개되었다. 경남 스토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를 얻어낼 만큼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 그러한 배경을 알고 나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제왕의 잔>은 임진왜란을 이도다완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역사소설이다. 이도다완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탐하는 일본의 속내가 잘 표현되어 있으며 사기장들의 삶과 애완도 녹아져 있다. 이는 실제 역사에 어느정도 기반한 내용이라 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설령 명나라를 정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조선만 차지할 수 있다면,
아니, 조선의 도자기 기술만이라도 장악할 수 있다면 전쟁은 손해가 아니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진짜 이유’에는 바로 이런 야심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이를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주인공 도경은 양반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집을 나간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내려간다. 어미니의 소식을 듣고 해동민요의 사기장으로서 스승 해동으로부터 도자기 기술을 배운다. 도경에게는 사모하는 여자 연주가 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동래부가사 연주를 첩으로 삼고자 하자 도경은 도망간다. 하지만 이내 잡히고 도경은 왜관의 노예, 연주는 기생으로 팔려간다. 도경은 왜관의 주인에 의해 명나라 경덕진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요시다와 만나게 된다. 도경은 명나라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본에서는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해서 명나라까지 치는 계획을 하고 있다. 조선의 침략 계획은 도자기술을 탈취하는 것이다. 조선의 사기장들이 만든 도자기는 하나에 조총 50자루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더욱 욕심을 부린다.
그 와중에 일본의 도요토미히데요시는 일본을 넘어서 조선을 침략해서 명나라까지 가려고 하는 계획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그는 첫번째로 조선을 침략해서 조선의 도자기술을 탈취해서 그 탈취한 기술과 사기장들을 납치해서 만든 도자기하나에 조총50자루를 살수있다라는 간신의 말을 듣고 더욱더 조선의 침략을 욕심내게 되고 임진왜란일 일어나게 된다. 결국 일본은 패하지만 조선의 사기장들과 도자기들을 빼내 일본으로 달아난다. 이때 도경 또한 붙잡혀서 일본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경은 어떠한 고초를 겪게 될지, 그리고 악연으로 얽혀 있는 요시다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해동은 왜 사기장이 되려 하는지 물었다.
“그냥요, 그냥 좋아요… 흙이 손가락 사이사이 파고드는 촉감도 좋고, 잿물을 만들 때 그 향도 좋고요,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그릇처럼…….”
그릇처럼 자신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혀 속에 묻었다.
해동은 그만두라는 말도, 열심히 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본문 中

단지 흙냄새가 좋아서 시작했던 사지장의 일은 자신을 너무나도 먼 곳까지 데려와 버렸다. 도경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고 하지만 그래서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흙이었다.

『제왕의 잔』은 일본의 국보 26호 ‘기자에몬 이도다완’이 조선의 막사발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작가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쓴 책이다. 5년이라는 기간동안 자료조사와 분석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구성이 탄탄한 것 같다.

얼마 전 여행으로 갔던 문경시에서 때마침 막사발 축제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전통을 이어주고 있는 여러 사기장분들이 계셨다. 그날도 한중일전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이어서 그런지 도자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소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실 기반의 역사소설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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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2 - 성종의 유교 정책과 연산군의 폭정 벌거벗은 한국사 2
이효실 그림, 박선주 글, 김지영.송웅섭 감수,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 아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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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벌거벗은 한국사가 어린이 책으로 나왔네요. 반가운 마음에 서평신청했습니다.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읽히려고요.
제가 역사학을 전공했잖아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역사는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야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의 경우 그랬구요. 스토리텔링에 능한 역사선생님을 중학교 때 만난 인연으로 역사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 덕에 고민없이 역사교사로 진로를 결정하고 학과선택을 했습니다. 저희 때는 초등용 역사책이 위인전 외에는 크게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만약 그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을 것 같아요.
기차를 타고 역사 모험을 떠난다는 컨셉도 흥미로웠습니다. 역사를 이렇게 시작하면 거부감이 없습니다.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나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역사수업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죠.
2권에서는 조선의 성군과 폭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종과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인데 성종과 연산군의 성장과정을 통해 성군과 폭군의 삶으로 갈라진 배경을 알게 됩니다. 일단 이렇게 흥미를 갖게 되면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사실기반의 역사책과 자료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답니다.
같이 책을 읽던 아들이 경복궁 근정전에서 보았던 일월오봉도 병풍이 들어 있는 걸 보고 매우 좋아하네요.



#벌거벗은한국사#한국사어린이책#초등역사#초등논술#한국사#초등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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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타타오 서예 첫걸음
타타오(한치선)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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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타타오 서예첫걸음
타타오(한치선)지음

서예를 배운지 1년 2개월째 되고 있습니다. 서예는 중국, 한국, 일본에서 사용되는 한자가 모두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은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 한국에서는 서예(書藝)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예(藝)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나무를 심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식물을 기르는 기술, 달리 말해 생명을 기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예자는 단순히 예술을 뜻하는 글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음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왜 서예를 할 때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는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타타오 선생님의 유튜브는 이번 책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삽입된 큐알코드를 따라 보게 되었는데, 정성을 다해 설명해주시는 모습에 서예의 가르침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은 붓의 쓰임과 완법을 기본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붓을 사방팔방 모두 사용하게 하는 방법은 팔의 움직임인 완법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서예는 평생 가져갈 취미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그 매력에 깊이 빠져있습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수양하는데 서예만한 취미가 없습니다.

이 책은 서예를 시작하기 전에 기본 도서로 읽어보아도 좋고, 저처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분, 혹은 몇 년 동안 해 왔지만 두고두고 보고 싶은 분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서예의 준비물부터 기초쓰기, 그리고 작품서예에 이르기 까지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부록에는 선생님의 체본, 한글 판본체 140자 한자 예써체 176자로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심자들이 바로 시작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동양북스에서는 어학관련된 도서들을 잘 만듭니다. 실제로 제가 공부했을 때도 동양북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학 외에도 초심자를 위한 관련도서를 잘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주신 타타오 선생님과 출판사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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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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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안은주 옮김

유도라 허니셋은 우리의 이웃이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은 없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무심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따듯한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쳐다보느라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둘러보지 않는 그 순간에도 실은 유도라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웃에 대한 관심도 있다. 이사로 올 이웃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어떠한 이웃이 새로 이사오길 바란다고 한다. 그것 또한 유도라의 사람에 대한 관심을 읽어내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한 사람씩 잃어버리면서 유도라는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문을 서서히 닫은 것 같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가장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은 일은 책임감으로 가득했던 삶을 살게 해주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지켜주고 싶었던 동생을 지킬 수 없었던 사건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책하며 사는 삶으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엄마의 죽음까지.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것을 어느 하나 지키지 못한 삶이었다. 삶은 녹녹치 않다. 생각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삶이다. 희망도 없고 이제 더이상 책임질 사람도 없다.
그런 그녀의 삶에 불쑥 들어온 10살 꼬마 친구 로즈는 유도라의 따뜻한 감성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쓰러진 유도라를 도와준 스탠리까지. 유도라씨에게는 사실 누구보다도 사람의 관심이 필요했어요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여러 장면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에 대한 상처는 역시 사람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죽음만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안락사.
희망이 없고 언제죽어도 아무도 모를 삶을 살고 있을 때에 유도라의 선택은 당연한 듯 보였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딸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자신에게는 남은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줄 사람들이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안락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의 나의 존엄한 결정이었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자 명장면으로 꼽는다면 유도라의 마지막일 것이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하려던 유도라는 스탠리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들의 따뜻함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그리 거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장면이다. 죽는 순간 화려한 장례와 많은 인파를 바라는 게 아니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을 누구나 소망할 것이다. 그것은 큰 꿈이 아니다.
유도라는 분명 마지막 순간 행복했을 것이다. 낯선 의료진 사이에서 선택한 존엄한 죽음 대신 사랑하는 이웃들과 보낸 마지막이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
로즈의 깜찍하고 돌발적인 행동과 센스넘치는 패션감각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유도라의 감정과 삶이 조금씩 변해가는 장면들도 재밌었다.
노년의 삶과 죽음을 한꺼번에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다시금 소설의 재미를 일깨워준 애니 라이언스 작가와 도서제공 한스미디어출판사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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