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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Ⅰ-1 ㅣ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1
칼 마르크스 지음, 강신준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6월
평점 :
읽지도 않고 리뷰를 쓴다는 것이 맘에 걸린다.
자본론을 읽은 것이 한 14년 전이다. 김수행님의 책을 봤다. 5권에 페이지는 대략 1500페이지 정도 됐던 거 같다.
왜 이 책을 봤을까?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경제학을 전공했다면 누가 자본론 봤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읽었다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단 이상한 의무감이 있었다. 제대 후 제일 처음 본 책이었다. 왜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나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복학 전이라 시간이 좀 있어서 읽었던 것 같다. 음...그럼 군대가기 전에 소위 난 운동권이었나? 천만에 난 돌 한 번 들어보지 않은, 우석훈씨의 88만원 세대란 책의 전형적인 X세대였다. 선배들이 시위할 때 난 왜 돌을 던질까를 의아해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해서 공무원을 하던지 국회의원을 하던지 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개혁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 전에 본 책이라곤 영어 책, 경제학 원론 뭐 이런 것만 열심히 봤다. 변증법, 유물론 뭐 이런 개념은 아예 없었다.
이런 열악한 내 수준으로 이 책을 볼려고 했으니 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30페이지를 볼려면 4시간씩 걸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경제학 원론 같은 책은 정말 소설보다 더 쉽게 읽혀서 자본론도 뭐 그냥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내가 완전히 발을 잘 못 디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왕 본 거 끝까지 가보자는 다짐으로,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구경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꾸역꾸역 넘겼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1권의 앞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은 책 설명을 읽어보면서 알았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해가면서 봤다^^. 그럴 필요없었는데 말이다.
결국 다 봤다? 그럼 자본론에 대해 안 본 사람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더 머리가 아프다. 그냥 나 혼자 이게 아닌데 하는 정도였다. 다 보고 남은 것은 2가지다. 자본론에는 공산주의 하자는 말 단 한 마디도 없다와 그 당시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보고 지식인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 정도였다. 그냥 이 정도의 사실을 난 안 것 같다.
그리고 난 다시 자본주의 경제학을 또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하고 취업했다. 자본론 본 것은 그냥 책이고 내 현실은 또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업하고도 상당 기간은 영어 공부나 하고 컴퓨터 책이나 슬슬 보면서 지냈다. 너무나도 한심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 한 시간에 역사, 철학, 인문학 책 좀 더 볼 껄 하는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아 아쉽다
그런데도 난 이 책을 읽지도 못 할텐데 하면서 샀다. 내가 읽진 않아도 그래도 자꾸 사야 이런 책이 또 나올테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 그 책을 읽고 한 참 후에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행동을 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나온다. 읽지도 않을텐데 하면서 산 책이 점점 더 늘어간다. 그래도 이 책 죽기 전에 읽어볼 거 같긴하다.
예전에 내가 돌을 던지지 않은 대가로 요샌 촛불을 열심히 든다. 그 때 좀 더 사회에 관심을 갖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안 한 것이 이제 영향이 나오는 것 같다. 그 때 선배들을 조금은 한심하게 생각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웃기는 얘기지만 내 인생의 책이라 하면 난 자본론이라 한다. 점점 더 이 책이 인생을 움직이고 있단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