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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굳이 소행성이 날아와 천문관측하고 복잡한 수학적 공식을 대입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종말은 있다"
하지만 그 종말이 언제인지 안다는것이 큰 혼란과 고통과 격정을 낳는데서
이 이야기는 출발했다.
[두려움]이라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희망]이 이 책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정말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뭐 그리 인생에 있어 괴로운 일도 없었고, 인생에 회한을 느낀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짧은 인생에 대한 권태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불투명함과 나의 무기력이
만들어낸 아찔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또 당시 [유서쓰기]라는 식의 유행이 돌았나 해서 늦은 새벽 일부러 정신도 맑아지게
세수도 하고 깨끗한 종이를 꺼내고 가장 좋아하는 볼펜을 꺼내 맨 첫줄에 이렇게
써본적이 있다.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그런데 웃긴건 그게 다였다는 거다
이것저것 적기위해 내 주변사람을 떠올리고 나의 경제력 친분 그리고 가족을
떠올려 봤더니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그리고 나는.....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그들을 볼 수가 없고
느낄 수가 없고 만질 수가 없고 사랑할 수 없는데
그들 또한 볼 수 도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나를 어찌 영원히 사랑해 달라 하겠는가...
결국은 나의 종말에게 단 하나의 기억도 남길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나의 모습을 덧입혀 보았다.
그러나 결론은 그들의 결말처럼 그런 고민자체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중요하지 않은게 나중에 중요해질리 없다는 것
지금의 내 삶이 행복한게 가장 중요한것이지 죽어 편해지겠다는거 자체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았다.
또 하나 순간 숨이 턱 막힌 것은
[강철의 킥복서] 편에서
“내일 죽는 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지금 당신 삶의 방식은 얼마나 살 생각으로 선택한 방식입니까?"
이 부분은 정말 많은 리뷰를 쓰신 분들이 공감하듯 내 머리와 가슴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른 듯한 가장 멋진 구절이었다.
하나 더 내 인생에 달리 표현하자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수 밖에" 없는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 어디서 인생의 종말을 맞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했고 행복했었다"로
나를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어졌다.